박지성, '바르셀로나 격파' 최대 히든카드

2009. 5. 2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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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상규 기자]

박지성

ⓒ manutd.com

과연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그라운드에서 'J.S.PARK'라는 이름을 볼 수 있을까? 적어도 지난해보다는 선발 출전 가능성이 큰 올해다. 물론 선발 출전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팀의 우승을 위해 사력을 다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는 '우승 청부사'이기 때문이다.

'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오는 28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FC 바르셀로나전에 출격할 예정이다. 잉글랜드 현지 언론에서는 박지성의 선발 출전 가능성을 예상하며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더불어 스리톱의 일원으로 활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이것은 예상일 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바르셀로나 격파' 계획은 경기 당일에야 확인할 수 있다.

박지성은 이번 결승전 선발 출전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첼시전 18인 엔트리 제외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 퍼거슨 감독이 자신의 엔트리 제외가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거듭 말할 정도로 국내 축구계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도 놀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박지성은 지난해 9월 21일 첼시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퍼거슨 감독의 판단이 틀렸음을 실력으로 증명했고, 올 시즌을 부상 없이 보내면서(지난 1월 부상 보도는 와전됨) 맨유 입단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맨유와 바르셀로나와의 결승전은 신이 허락한 '세기의 대결'이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가를 제패한 클럽이기 때문. 맨유는 올 시즌 클럽 월드컵과 칼링컵,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세계 최고 구단의 이미지를 널리 떨치고 있으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시 쿼트러플(4관왕)을 달성한다. 이에 바르셀로나는 프리메라리가와 코파 델레이(스페인 국왕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시 '유로피언 트레블(3관왕)' 고지에 오른다.

박지성vs메시

ⓒ uefa.com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단판전이다. 90분 동안 자신의 모든 재능과 힘을, 팀으로서는 11명의 똘똘 뭉친 팀 워크를 모두 쏟아내야 하는 경기. 그래서 이것만은 분명하다. 어느 팀이든 상대팀 핵심 선수 방어에 치중할 것이며 수비벽을 단단히 구축할 것이다. 그래야만 실점 위기를 넘기고 골을 넣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 수비 성향의 선수가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결승전인데 '수비형 윙어' 박지성의 가치가 맨유에 있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바르셀로나 격파'의 히든 카드로 놓을지 모른다.

박지성은 지난 24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메시는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이기 때문에 그를 막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해 바르셀로나전에서 그들의 공격을 잘 막았다. 그를 멈추는데 집중할 것이다"며 지난해에 이어 메시를 공략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박지성과 메시는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결승 진출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 적이 있었다. 당시 메시는 바르셀로나 공격의 젖줄 역할을 맡아 맨유 수비진을 뚫는데 주력했지만 1~2차전에서 박지성에게 총 7회의 인터셉트를 당했다. 그것도 맨유 수비진이 뚫릴 수 있는 절호의 상황에서 박지성에게 차단 당한 횟수가 많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런 박지성인 만큼 수비 능력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메시와의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 맨유 입장에서도 메시를 막아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에 박지성의 쓰임새가 클 수 밖에 없다.

'박지성이 막아야 할' 메시는 지난 챔피언스리그 4강 1~2차전 첼시전에서 각각 조세 보싱와, 애쉴리 콜의 밀착 견제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순발력과 밀착 견제 능력, 고도의 집중력을 모두 겸비한 수비 자원들에게 힘을 못쓴 것. 물론 1-1 매치업에서만 고전한 것은 아니다. 램퍼드-에시엔 같은 중앙 미드필더 자원들이 메시의 침투 공간을 측면쪽으로 좁히면서 활동 반경을 위축 시킨 것.

지난해 맨유도 그랬다. 박지성과 파트리스 에브라를 축으로 중앙 미드필더 자원들까지 협력 수비에 들어가면서 '메시 시프트'를 철저히 봉쇄했다. 지난해 맨유전과 올해 첼시전을 놓고 보면, 메시는 강력한 압박과 공간 장악에 능한 잉글랜드팀의 수비에 약점을 나타내는 선수다.

사실 박지성은 메시를 막을 필요가 없다. 지난 시즌에는 4-4-2의 왼쪽 윙어로서 수비에 맘껏 치중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4-3-3의 왼쪽 공격수로 뛰어야 한다. 수비보다는 공격에 치중해야 할 위치. 만약 대런 플래처가 아스날전에서 퇴장당하지 않았더라면 '에브라-플래처'가 메시를 봉쇄하는데 주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플래처가 나오지 못하는 바람에 수비 임무가 늘어나면서 넓은 활동 반경과 부지런한 움직임, 강력한 체력이 필요하게 됐다. 맨유가 역습 공격에 능하다는 점에서, 박지성이 메시쪽으로 향하는 공격 루트를 차단하거나 혹은 메시의 공격을 끊은 뒤 팀의 역습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아스날전에서 키어런 깁스의 실수를 틈타 선제골을 넣는 박지성

ⓒ manutd.com

박지성은 메시를 막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다른 역할을 소화할 가능성도 있다. 메시를 봉쇄하겠다고 밝힌 것은 어쩌면 상대의 맨유 공략을 흐뜨리기 위한 연막일 수도 있다. 바르셀로나도 메시의 매치업 상대로 '에브라-박지성' 콤비가 맡을 것임을 읽을 수 있기 때문. 이미 지난해 두 선수에게 당했기 때문에 맨유의 왼쪽 수비 공략에 대한 해법을 찾는데 분주할 것이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맨유의 전술이 상대팀에 읽히지 않도록 박지성에게 다른 임무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런 박지성은 지난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아스날전에서 스리톱의 오른쪽 공격수를 맡아 상대의 왼쪽 수비를 초토화 시킨 적이 있었다. 경기 초반부터 오른쪽 측면으로 매섭게 파고 들면서 아스날 왼쪽 풀백 키어런 깁스의 약점을 집요하게 노렸던 것. 그러더니 전반 8분 깁스가 호날두의 크로스를 제대로 걷지 못한 틈을 노려 선제골을 넣었다.

그 이후에는 깁스의 정면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거나 오른쪽과 문전을 활발히 오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빈 공간을 창출하며 상대 수비의 밸런스를 무너 뜨렸다. 결국 깁스는 전반전이 끝난 뒤 질책성 교체를 당했다.

어쩌면 당시 아스날전에서의 역할을 바르셀로나전에서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바르셀로나의 좌우 풀백인 다니엘 알베스와 에릭 아비달이 징계로 결승전에 못나오기 때문에 측면 뒤 공간이 불안한 상황이다. 퍼거슨 감독은 상대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타입이기 때문에 박지성이 상대팀의 풀백을 집중 공략할 수도 있다. 이는 메시를 봉쇄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공격에 치중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

바르셀로나는 왼쪽에 실비뉴를 투입할 것이며 오른쪽에는 카를레스 푸욜을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좌우 풀백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마르틴 카세레스도 선발로 출격할 수 있는 선수. 하지만 실비뉴와 카세레스는 바르셀로나의 주전이라 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이다.

또 푸욜은 강력한 대인마크에 비해 실수가 잦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특히 왼쪽 풀백 출전이 유력한 실비뉴는 깁스처럼 수비시의 발이 느린 타입이어서 박지성이 오른쪽 윙 포워드로 뛸 가능성이 있다. 출중한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바르셀로나 입장에서는 박지성이라는 타입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박지성은 큰 경기에 강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그동안 많은 큰 경기에 출전하여 자신의 위상을 떨친 선수. 맨유에서도 '강팀용 선수'로 꼽힐 만큼 강팀과의 경기에서 자신의 물오른 실력을 여러차례 발휘했다.

이번 바르셀로나전에서도 변함없이 맹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어 국내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어쩌면 루니-호날두보다 팀의 승리를 위해 더 막중한 역할과 책임을 맡고 있는 선수가 박지성이 아닌가 한다. 항상 우리들을 설레게 했던 '박지성 타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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