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에 개그맨 뜨니 경찰들 까탈 부리네

입력 2009. 5. 15. 23:20 수정 2009. 5. 1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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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조민경 기자]촛불로 뜨거웠던 작년 여름,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발걸음은 청와대로 향했다. 하지만 번번이 전경에 막혔고, 수십만 명에 달하는 인파는 아쉬움을 간직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그러자 누리꾼 사이에서는 '청와대로 가는 방법'이 모색되기 시작했고, '8000번 타고 청와대 가자'는 의견까지 제출되었다. 그때 얘기되었던 녹색버스 8000번의 종착점이 바로 10여일째 '반값 등록금 이행을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진행되는 곳이다.

'8000번 버스'까지 다니는 곳이고, 이미 10일 넘게 이곳에서 1인 시위를 했건만, 오늘(15일)은 특히 1인 시위를 하러 가는 길이 쉽지 않다. 저명인사가 나온 탓인지, 언론사의 카메라가 부담스러운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경찰들은 유난히 까다롭게 군다. 노정렬씨도, 기자들도 몇 차례의 실랑이를 벌이고 겨우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올 수 있었다.

▲ 청와대 분수대 앞 1인 시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노정렬씨

ⓒ 조민경

노정렬씨가 1인 시위를 하고 < 오마이뉴스 > 에서 동영상 촬영을 하려고 하니, 갑자기 경찰들이 규정을 들이댄다.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동영상 촬영은 불가하단다. 얼마 전에 이곳에서 문정현 신부님을 촬영했던 기자가 항의를 해보지만, 규정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결국 200~300m 이동해서 1인 시위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버스까지 다니게 하면서 자유롭게 올 수 있도록 해놓고, 지나친 통제와 간섭을 하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결국 열린 정부인 듯한 이미지를 위한 보여주기식 사업일 뿐이다. 갑자기 생색내기 등록금 대책이 떠올랐다. 너무나도 주위 시선을 신경 쓰면서도 실속 있는 대책을 마련할 생각은 없으니 결국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식 대책만 나오는 것이 아닐까. 정부의 보여주기식 행정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씁쓸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노정렬씨는 장소를 옮겨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개그맨으로서 특기를 살려 만담을 하면서 진행했다. 노정렬씨는 '관행적으로 진행되었던 동영상 촬영을, 피사체가 좋아서 질투가 났는지 막는다'며 재치있게 그 상황을 이야기한다. 노정렬씨의 시원, 유쾌, 통쾌한 입담에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생겼던 씁쓸함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다.

불쌍한 대학생들, 실업자 되기 전에 신불자가 되게 생겼어요

'청년실신.' '청년들이 실업자가 되기 전에, 신불자(신용불량자)가 되게 생겼어요'라는 재치 문구를 만들어 나왔다. 노씨는 현재의 대학생들이 불쌍하다며, 연민의 정을 가지고 왔다고 이야기하는 이 피켓 문구를 통해 자신이 느끼는 현재 대학생들의 처지를 쉽게 표현했다.

▲ 청년실신

노정렬씨가 등록금 인하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조민경

"경제 위기 상황으로 인해 취업이 어렵습니다. 졸업을 하면 취업자가 되어야 하는데, 졸업을 하면 실업자가 되죠. 그런데 그 전에 허리가 휘는 등록금 때문에 신불자가 됩니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 청년 실업 100만명 시대, 신용유의자 1만명 시대를 정확하게 반영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등록금은 이렇게 졸업도 하기 전에 대학생들을 좌절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졸업을 해도 희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청년 실업, 대졸 초임 삭감 등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현실뿐이다.

등록금 문제 해결에서 진보, 보수, 좌우, 수구 나눌 수 없어

노정렬씨는 예전에 한 칼럼에서 등록금을 '등어리가 녹아나는 금액'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고 했다. '등어리가 휠 정도로 뼈빠지게 벌어도 해결할 수 없는 금액'이라는 말이다. 너무나도 적절한 표현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의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진보, 보수, 좌우, 수구 꼴통을 나눌 수 없다'고 말한다.

보통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의 평균 월급 250~300만원, 연봉 4000만원으로는 연간 10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다. 대학생 자녀가 2명이면 가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2000만원으로 훌쩍 뛰어오른다. 여기에 생활비, 책값도 드니 서민들은 감당할 수가 없다. '월급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으니, 부동산 투기가 나오고 공무원 뇌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며 그는 유머와 곁들여서 현실을 적나라게 표현했다.

노정렬씨는 서민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서민 경제를 어렵게 하는 것이 집과 교육이라며, 특히 '등록금 문제를 보수와 진보, 좌우의 문제로 구분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신이 청와대 보좌관이라면 거시경제 말고, 피부로 와닿는 체감 경제, 실물 경제를 살리는 데 앞장서라고 대통령에게 조언하겠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이렇게 나서면 지방선거 때 표 많이 얻을 수 있다며 재치있는 말도 함께 남겼다.

"등록금 문제 해결하면 1당 하실 수 있습니다." 등록금 문제 해법, 분명 있다노정렬씨는 등록금 문제 해법이 지금도 충분히 있다고 이야기한다. 공개도 잘 안 하는 눈먼 돈에 가까운 8조 원에 가까운 대학 적립금을 쓰라는 것, 그리고 정부가 가만히 흐르고 있는 땅을 파며 벌이는 단군 이래 최대 삽질을 중단하고 등록금 관련 예산을 늘리라는 것이다. 정부와 대학이 반을 지원하고, 개인이 반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노씨는 "이것이 미적분입니까? 초등학교 3학년이면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며 재치 있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노씨는 '꼬우면 국립대 가라'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4800만 국민 중 극소수가 국토의 50%가 넘는 땅을 가지고 있는데, 열심히 해서 그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니 탈세, 뇌물이 난무하고 도덕적 불감증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렇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대학생들을 불쌍히 여기고 동정해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대통령에게 "3년만 하면 나가실 분이니까 인덕 쌓고 좋잖아요"하며 "각하, 쏘십시오! 인기 올라갑니다"라며 등록금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모든 것에서 환불은 기본

그는 1인 시위를 마무리지으며 현 정부와 국민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노씨는 현 정부를 향해서는 겸손해져야 하며. 정권의 정당성이 성립 과정의 정당성에서 나오는 것이긴 하지만 성립 과정이 정당하다도 해서 발목 잡지 말고 일 좀 하게 두라고 하는 식의 태도는 적절치 않다고 주문했다. 잘하라고 찍었지, 마음대로 하라고 찍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노씨는 성립의 정당성과 함께 권력 행사의 정당성 또한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사안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으니, 전문가와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에게 이런 시사 개그 1시간 듣고 웃으라는 요청도 했다. 이런 풍자가 설 자리가 생기면 국민들 사이에선 동정과 연민의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노씨는 국민들에게 '모든 것에서 환불은 기본'이라는, 대단히 상식적이지만 곱씹을수록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많은 상품이 환불될 수 있듯이, 권력이라는 것도 상품이니 충분히 리콜될 수 있고, 환불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니 내가 찍었으니 감싸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찍었으니 더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끝으로 대학생들에게 이 한마디를 남겼다.

"청년 여러분 힘내세요!"사회에 대한 너무나도 예리한 통찰과 너무나도 재치있는 비유와 풍자에 정신없이 지나간 1시간, 시사 풍자 개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1시간이었다. 1시간 가깝게 혼자서, 그것도 시끄러운 소음을 뒤로하고 큰 목소리를 내면서 진행한 '1일 특강'! 쉬운 일이 아님에도 전혀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그를 보며, 그 또한 매사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삶의 태도가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록금 뿐만 아니라 미디어 문제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해볼 수 있었던, 너무나도 많은 생각과 웃음을 주었던 1시간이었다. 1인 시위를 시작하기 전까지 불쾌한 일도 많았건만, 너무나도 진지하게 1인 시위에 참여해주신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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