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세계 최초로 '덕후' 정당위원회 결성됐다

입력 2009. 4. 23. 14:22 수정 2009. 4. 2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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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엄한 정치는 그것을 목도하는 대중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기로 오지 말아, 네가 뭘 알아?' 근엄한 정치는 곧 배제적 운동이다. 이것은 우리 당의 강령과 배치된다고 생각한다."

한 진보정당에 신설된 부문위원회가 누리꾼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회당 덕후위원회. 게임 커뮤니티 PGR21의 유머 게시판에 올라 있는 소개는 다음과 같다. "유머 포인트는 이게 유머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고, 또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있다는 거~."

누리꾼이 주목하는 이유는 현실 오프라인 세계에 존재하는 기성 정당이 인터넷 하위문화로만 알려진 '덕후'를 정말 부문 조직 주체로 인정하느냐는 것이다.

잠깐. '덕후'부터 짚어보자. 덕후란 일본의 '오타쿠'를 유사한 발음으로 환치시킨 표현. '빠순이'→'박순희'와 같은 원리다. '오덕'이라는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오덕 선생의 뜻을 기려 만든 대안교육기관 '이오덕 학교'의 광고 사진이 한때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광의로는 마니아, 즉 '장르나 대상을 가리지 않고 한 분야에 심취한 사람' 정도로 사용하지만 좁게는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그리고 이 장르의 등장인물에 대한 집착 성향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둘째로 사회당? 진보 또는 좌파를 표방하는 정당과 오타쿠는 선뜻 연결되지 안 된다. 가장 궁금한 것은 이 위원회의 정체나 비전은 뭐냐는 것.

김성일 사회당 덕후위원회 위원장은 "위원회 소개 글에서도 밝혔듯이 궁극적인 목적은 오타쿠를 정치적 객체가 아닌 주체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인터넷을 검색해 나오는 증언을 종합해볼 때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덕후위원회의 위력(?)은 발휘되는 모양이다. 각종 집회에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사회당 덕후위원회'의 깃발을 들고 나가거나 덕후위원회의 주장이 적힌 피켓을 들고 나가면 전·의경들도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덕후 문화는 이미 도처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회당은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모양새다. 한 사회당 관계자는 "물론 처음에는 '장난하는 것 아니냐'며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지금은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덕후위원회가 공식으로 인준받은 것은 지난해 11월 30일 12차 당 총회다. 김 위원장이 발의인 명단 30명을 중앙당 당직자에게 전달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이 당직자의 '수락' 발언은 다음과 같다. "어? 이거 나 왜 줘? 어? 진짜? 아… 그렇구나… (하략)."

일본에서는 최근 오타쿠개발위원회라는 저자 명의로 < 오타쿠를 위한 연예지침서 > 가 발간되어 화제를 된 적 있다. 하지만 정치정당 내에 오타쿠위원회를 만든 것은 사회당 사례가 세계 최초인 것 같다. 이후 어떤 활동을 펼칠지 기대된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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