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잠실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안 되는 이유 / 이원영

2009. 4. 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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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왜냐면

앞에 넓은 개방지가 있는가?새 도심 형성이 기대되는가?교통병목을 벗어날 수 있는가?더구나 국방 문제까지 있다정부는 전면 재검토해야

9·11 테러로 눈에 익은 맨해튼은 뉴욕의 초고층 지대다. 허드슨강 하구의 삼각주에 가까운 섬으로서 마치 여의도를 통째로 한강 하구에 옮겨놓은 모양새다. 그 주변에는 탁 트인 바다가 있고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 그러면서도 사방의 육지에서 접근하기 쉽고, 내부는 격자형의 촘촘한 도로망도 깔기 쉬운 구조다. 그러한 조건 위에 맨해튼은 뉴욕의 도심이자 세계의 도심으로서 초고층 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런던은 어떤가? 그들은 전통적인 도심의 오피스 과밀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으로서 도클랜드라는 새 도심을 육성한다. 템스강 하구의 옛 항구 지대를 초고층 지대로 탈바꿈한 것이다. 평균적으로 40~50층 규모에 다국적기업들이 많이 있는데, 맨해튼과 비슷한 점은 넓은 수변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곳에는 그만한 개방 공간이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 지구의 지형적 특성은 하천이나 수변 공간에 면하여 볼록형 지대로 입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목형보다 볼록형 지대가 접근성과 개방성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지형이 다르지만 파리의 라데팡스는 어떤가? 파리 중심부의 문화적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중심부와 수킬로미터 떨어진 광활한 평지에 새 도심을 조성한 것이다. 이곳은 기하학적으로도 개선문과 대칭축 상에서 일치하는 곳이다. 미학과 상징성을 부여하려고 한 프랑스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초고층 지대의 새 도심이다.

즉, 이들 도시는 도시 성장에 따른 새로운 구심점으로 새 도심을 육성할 전략을 세웠고 그러한 자리에 초고층 건물들을 짓도록 유도하고 허용하고 있다. 초고층 건물은 도시 전체에 부하를 주고 있어서 다음과 같은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첫째, 중심성과 집단성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기존의 배후지역뿐 아니라 향후 발전해 갈 지역에 대해서도 중심적 기능을 다할 수 있는 입지라야 한다. 건물 하나 외따로 떨어져서는 시너지가 없다.

둘째, 개방성과 발전성을 갖추어야 한다. 최소한 여유 공지가 있어서 장래의 집단화 길을 열 수 있는 곳이라야 한다.

셋째, 접근성이다. 대중교통의 접근성은 물론이거니와 광역적으로도 자동차 교통의 병목현상을 유발하지 말아야 한다. 새 도심 내부의 교통망 형성이 유리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잠실은 어떤가? 가까운 곳의 강남보다 강해질 수 있나? 아니다. 넓은 개방지가 있나? 석촌호수가 있긴 하지만 주변은 이미 고밀개발이 진행되어 발전성이 없다. 가용지도 부족하여 장래의 집단적 새 도심 형성을 기대할 수 없다. 교통은 어떤가? 잠실은 한강에 대하여 오목형 지대가 되어 구조적으로 교통병목현상을 벗어날 수 없다. 이렇게 보면 서울이나 수도권은 오히려 한강 하구이자 서부지역에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

인프라 보강의 여지가 없는 기성 시가지 한가운데에 이러한 단독의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면 주변 지역의 기반시설 능력을 독점에 가깝게 이용하게 되고 국지적으로 도시 환경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에 더하여, 국방의 기능을 저해하는 입지라면 더 말할 것 없다. 정부는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도시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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