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성을 극단화해 통속성을 희롱하다

2009. 3. 3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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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상을 바꾼 노래 71] 데이비드 보위의 <지기 스타더스트>(1972년)

모드냐 로커냐. 1960년대 영국의 청소년들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문제였다. 어떤 하위문화 집단에 속하는가가 곧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정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대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두 편의 음악영화 - 비틀스의 <하드 데이스 나이트>(1964)와 토드 헤인스 감독의 <벨벳 골드마인>(1998)에서 그에 대한 물음이 공통적으로 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당신은 모드입니까 로커입니까?" <하드 데이스 나이트>에서 질문은 기자의 몫이다. "나는 모커(비웃는 사람)입니다." 링고 스타의 답이다. 재치 있는 말장난으로 비틀스는 정형화된 기존 문화의 틀을 벗어난 존재라고 주장한 것이다. 같은 질문을 <벨벳 골드마인>은 청춘남녀의 대화 속에 위치시킨다. 청년이 대답한다. "난 그 밖의 다른 여섯 가지를 한 몸에 가지고 있어." 그리고 영화는 청년이 글램 록 스타로 등극하는 과정을 좇아나간다. 60년대 후반 영국 젊은이들의 하위문화 판도가 모드와 로커에서 글램으로 옮아가던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영화가 주인공 청년의 실존 모델로 삼은 인물이 바로 데이비드 보위였다. 적확한 선택이었다.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스타덤을 상징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1971년 앨범 <헝키 도리>를 발표하며 글램 록으로 전향한 데이비드 보위는 이듬해 <더 라이즈 앤 폴 오브 지기 스타더스트 앤 더 스파이더스 프롬 마스>라는 제목의 작품을 통해 슈퍼스타로 우뚝 섰다. 여기서 보위는 뮤지션이자 예언자인 '지기 스타더스트'의 캐릭터를 창조하고 자신의 페르소나(타인에게 비치는 인격적 실체)로 삼았다. 거기에 빨갛게 염색한 머리, 번쩍이는 짙은 화장, 관능성을 과장한 옷차림으로 이미지를 가시화시켰다. '지기 스타더스트'는 보위의 비전이었고 앨범의 주인공이었으며 노래의 제목이기도 했다. 비평가 짐 밀러는 그것을 가리켜 "로큰롤의 유명세를 포장하는 방식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썼다.

'지기 스타더스트'는 글램 록의 전형과 하드 록의 요소가 뒤섞인 노래다. 인상적인 선율과 구성을 갖추고는 있지만 혁신적이라고 할 만한 면은 결코 두드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통속적이라 간주할 여지가 더욱 크다. 흥미로운 점은 그것이 바로 데이비드 보위의 의도였고, 그것을 구현하는 과정이 바로 혁신이었다는 측면이다. 말하자면 기성의 방식을 극단화시킴으로써 기성을 희롱하는 방식이었다. '지기 스타더스트'에 언급된 기존의 흔적들이 그것을 방증한다. 동료 뮤지션인 레전더리 스타더스트 카우보이와 이기 팝에게서 차용한 이름, 영국 1세대 로큰롤 스타 빈스 테일러의 자기파괴적 생애에 토대한 페르소나, 마크 볼런에게서 영향을 받은 사운드와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에게서 영감을 얻은 이미지까지. 그래서 짐 밀러는 보위의 방법론을 패러디라고 특정했고, 사이먼 프리스는 이데올로기를 상품화했던 60년대의 가식과 허구를 찢어발겼다고 평했던 것이다.

데이비드 보위는 70년대 중반 글램 록 노선을 폐기하고 변신을 감행했다. 지기 스타더스트는 결국 음악산업의 스타 시스템이 만든 그림자였다는 사실을 몸소 입증한, 자기 패러디의 결정이었다. 영원불변의 혁신이란 없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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