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한 분장..몸개그.. 여자도 되거든요

문주영기자 2009. 3. 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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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콘서트 '분장실의 강선생님' 물오른 미녀 4인방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옛말도 있지만 보통 여자들이 아닌, 녹록지 않은 입담을 자랑하는 개그우먼 4명이 한자리에 모이니 인터뷰인지, 한판 수다인지 경계가 모호해졌다. 질문 하나를 던지면 핑퐁처럼 서로 주거니 받거니하며 이야기를 쏟아내는 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들은 다름아닌 요즘 개그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KBS 2TV < 개그콘서트 > '분장실의 강선생님'에 출연 중인 강유미(26)·안영미(26)·정경미(29)·김경아(28)다.

이제 방송을 시작한 지 겨우 5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코너는 골룸의 안영미를 비롯해 처키, 프랑켄슈타인, 배트맨의 조커 등 매회 방송 때마다 파격적인 분장과 현실풍자적인 내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에게 요즘 인기를 실감하는가를 묻자 "인터뷰만 100번 들어오지, 실제로 나가면 잘 못 알아본다"(강유미), "분장한 모습은 좋아하지만 일상의 우리들에게는 별 관심 없는 것 같다"(정경미)며 도리어 서운해한다.

왼쪽부터 김경아, 안영미, 정경미, 강유미

맨처음 아이디어는 정경미가 제안했다. 대기실에서 분장을 준비하며 차례를 기다리는 선배들의 대화를 듣고 생각해냈다. 그리고 후배 역은 정경미와 김경아, 선배 역은 안영미가 혼자 맡는 것으로 꾸려졌다. 그러던 중 '강유미가 노니 투입하라'는 제작진의 지시가 있어 최종 4명으로 결정됐다며 다들 한바탕 웃는다.

"첫회에서는 제 역할이 더 컸어요. 제가 무대에 등장하면 분위기가 확 바뀌면서 재미가 펼쳐질 줄 알았죠. 한데 옆에 있는 영미가 말하니까 빵빵 터지는 거예요."(강유미)

실제로 골룸 분장의 안영미가 약간 새는 발음으로 후배들에게 쏟아내는 '이것들 봐라, 미친 거 아냐?' '우리 땐 남자도 만나지 말라고 해서 개도 암컷만 키웠어. 이것들아' 등의 발언은 방송 즉시 화제가 되곤 했다. 이에 대해 김경아는 "안 선배 특유의 앙칼진 말투는 사석에서는 이미 검증된 것"이라며 "안영미만의 '전매특허'다"라고 귀띔했다.

KBS 2TV 개그콘서트 '분장실의 강선생님'의 한장면.

덕분에 이 코너는 '안영미의 이중성'을 드러내며 어느 순간 안영미가 중심에 우뚝 섰다. 안영미는 "단순히 분장만으로 웃기는 개그가 아니다"라며 "아마 어느 사회, 어느 조직에나 그렇게 밉상인 선배가 있다는 데 시청자들이 공감을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정경미가 "정작 본인들은 자신이 그 선배인 줄 몰라"하며 툭 던지고, 강유미는 "영미가 교정기를 빼면서 발음이 좋아졌어. 안되겠다, 영미야 빨리 껴라"고 되친다.

"처음에는 제가 골룸으로 터졌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극 중 선배 역의) 유미가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는 안영미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한데 알고 보면 강 선생님이 영미의 꼬봉이야. 오히려 강 선생님은 만날 안영미에게 당해"라는 말이 반대편에서 들려온다.

여자들끼리 파격적인 분장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는 쉽지 않을 터. 하지만 이제 막 '추한 분장'에 물이 오른 미녀 4인방은 "좋아서 하는 일이라서 하나도 힘이 들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까지 해보고 싶은 분장의 캐릭터도 무궁무진하다.

"대머리와 콧물, 이빨, 점, 털 등 몇 가지만 있으면 그냥 웃기더라고요. 심형래 선배님이 괜히 웃긴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강유미)

"아마 심형래 선배님은 우리 코너 보면서 '저거 다 내 건데'하며 웃지 않으실 것 같아요."(정경미)

지금까지 무대의 주인공들조차 박장대소했던 분장은 지난 22일 방송된 '공주' 편. 골룸 공주, 슈렉 공주(정경미), 백설공주(김경아) 앞에 강 선생님은 물개 얼굴을 한 인어공주 분장으로 무대에 등장했고 나머지 셋은 강 선생님을 들다 뒤로 거꾸러졌다.

"연습 때는 그렇게 잘 들렸는데 꿈쩍을 안하는 거예요. 실패했다 다시 들어도 안되던 차에 강 선배가 표정 변화 없이 '고생이 많다'라고 말하니까 너무 웃겨서 고개 돌리고 웃느라 혼났어요."(정경미·김경아)

"제가 그때 얼굴에 털을 좀 붙여서요. 하하."(강유미)인터뷰 도중 리허설 대본이 나오자 즉석 제안이 오간다. "영미야, 네가 손을 못써? 그럼 빨대 꽂아주는 게 어때?"(강유미) " '나 구부러진 빨대 아니면 안먹는 거 몰라? 빨리 갖고와. 이것들아!' 이렇게 할까?"(안영미)

'분장실의 강 선생님'이 방송가를 넘어 사회적으로까지 주목받는 또다른 이유는 그동안 개그계에서 주변에만 머물던 개그우먼들이 뭉쳐 중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들은 "그동안 여자들은 몸개그가 안된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해보니 되더라"며 "4명이 서로 많은 코너를 같이해 처음부터 호흡이 잘 맞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안영미가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 여성들에게 한마디 던진다. "기죽지 마, 이것들아!"

< 문주영기자 mooni@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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