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주주가치 집착..어리석었다"

2009. 3. 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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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신이 창시한 주주가치 원칙 부정

비용 줄이려 구조조정에 치중

단기실적·시장만능주의 반성

잭 웰치(74)는 1981년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가 된 직후 미국 뉴욕시 피에르호텔에서 "저성장 경제에서 빠른 (기업의) 성장"이라는 제목의 명연설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주주가치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시장에서 1~2위 기업이 돼서 극대화된 가치를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세계경제의 성장보다 빠르게 이익을 늘리려면 과감히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은 매각해야 한다는 신념의 윤곽을 분명히 드러냈다.

잭 웰치는 이 연설로 '주주가치 운동의 아버지'로 불려왔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지난 30여년 동안 세계 자본주의를 지배하던 핵심 교리들이 하나둘씩 폐기되는 가운데, 그도 '전향'했다.

웰치는 12일(현지시각) <파이낸셜 타임스>에 "분명하게, 주주가치는 세계에서 가장 어리석은 아이디어"라며 "주주가치는 경영에서부터 근로자를 포함한 집합된 노력의 결과물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30여년 동안 기업 경영과 투자의 대원칙 하나가 그 창시자에 의해 부정된 것이다. 그는 또 "기업의 단기 수익은 기업의 장기 가치의 증대와 결합돼야만 한다"고 충고했다.

경영진이 주가와 배당 등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주주가치 중시 경영은 한국에서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요한 경영원칙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주주가치 중시는 기업들이 단기 실적에 집착해 비용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치중하게 만들고, 창출된 이익을 재투자하지 않은 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너무 많이 돌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고용을 불안하게 함에 따라 일반인들이 주식투자 등 재테크에 몰두하게 하고, 이는 다시 기업 단기실적을 극대화하려는 구조조정으로 악순환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기업 활동에 관계되는 노동, 환경,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다는 비난도 사왔다.

실제 웰치가 1981~2001년 회장으로 있던 지이는 해마다 10%씩 직원들을 내쫓았다. 이런 가혹한 구조조정 등은 한동안 지이를 미국 최대 시가총액 기업으로 올려놨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은 "웰치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단기 실적주의와 시장만능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주주가치 중심 경영을 대변해온 것만은 분명하다"며 "그의 전향은 자본주의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풀이했다.

잭 웰치는 "회사의 주가를 띄우는 게 경영진의 주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고 결코 내가 의도한 적이 없다"고 해명한 뒤, "여러분(경영인)의 주요한 기반은 피고용인과 고객 그리고 제품"이라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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