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힘의 원천 '원포올, 올포원'

2009. 2. 1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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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이준목 기자]

◇ 탄탄한 조직력으로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모비스. ⓒ 울산 모비스 피버스

'개인은 약하다. 그러나 팀은 강하다'올 시즌 프로농구 돌풍의 주역 울산 모비스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모비스는 현재 25승15패로 단독 2위에 올라있다. 1위 동부(27승13패)-3위 삼성(23승17패)과 각각 2게임차의 간격을 유지하며 시즌 막바지까지 정규시즌 우승과 4강 직행을 놓고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칠 전망이다.

지난 15일에는 천대현과 김효범이 잇따른 부상으로 코트를 오락가락하는 악재 속에서도 '호화멤버' 서울 SK를 제압하는 저력을 발휘하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후반기 들어 외국인선수 오타디 블랭슨과 주전 포인트가드 김현중의 부상 결장으로 사실상 차포를 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모비스는 시즌 내내 선두권에서 이탈하지 않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모비스의 2위 질주는 올 시즌 프로농구의 최대 이변으로 꼽힐 만하다. 국내 선수진은 이름값으로 치면 대부분 식스맨급으로 구성돼있다. 외국인 선수 브라이언 던스턴 정도를 제외하면, 모비스의 주전 라인업은 각 포지션에서 걸출한 선수들로 구성됐다고 볼 수는 없다.

김효범, 김현중, 박구영 등 올 시즌 이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이 태반이었고, 우지원과 이창수는 노장이었으며 2년차 함지훈은 신인드래프트 당시만 해도 프로농구에서 생존 가능성을 의심받으며 저평가 받았다. 던스톤조차도 외국인 드래프트 당시 기량은 인정받았지만, 낮은 신장과 프로무대 첫 경험이라는 이유로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모비스는 시즌 초반부터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키더니 어느덧 다크호스에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중반 들어 주축선수들이 잇달아 다치는 부상병동속에서도 매 경기 새로운 '깜짝스타'를 배출해내며 좀처럼 기세가 식지 않고 있다.

화려한 득점기계도, 압도적인 장신센터나 능수능란한 포인트가드도 없는 모비스 돌풍의 원동력은 '탄탄한 조직력'이다. 사실 모비스는 동부처럼 높이(리바운드8위/32.1개)가 좋지도 않고, 단신팀이지만 KT & G처럼 속공(7위/2.85개)의존도가 높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모비스의 평균 득점은 83.8점으로 전체 3위이며, 2점슛은 57.3%로 2위, 3점슛은 40.6%로 전체 1위다. 반면, 경기당 턴오버는 11.7개로 8위에 불과하다.

모비스의 공격성공률이 뛰어난 것은 그만큼 짜임새 있는 패턴플레이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모비스는 10개 구단을 통틀어 부분 전술의 완성도와 선수들의 작전 소화능력이 가장 뛰어난 팀 중 하나로 꼽힌다.

1~2점에 운명이 좌우되는 박빙의 승부에서 모비스가 완벽한 패턴플레이를 통해 결정적인 득점을 성공시키는 장면을 올 시즌 자주 볼 수 있다.

또한 이처럼 모비스의 완성도 높은 팀플레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원포올, 올포원(One for all, All for one)'으로 대표되는 선수들의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마인드다. 화려한 대형 스타가 없는 대신, 모비스에는 '개인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하는 기류가 흐른다.

개개인을 놓고 봤을 때 모비스 선수들은 타 구단의 주전들에 비해 딱히 압도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알고 보면 약점도 많다. 그러나 팀플레이 안에서 선수들의 장단점이 상호 조화를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모든 선수들이 2개 이상의 포지션에서 활약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으며, 출전시간과 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몫을 다하는 이타적인 선수들이 즐비하다.

국가대표급의 화려한 선수구성에도 불구하고 조직력 부재로 내내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전자랜드나 SK와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이다.

주전 1~2명의 공백으로도 치명적인 전력누수를 노출하는 다른 팀들과 달리, 모비스는 현재 베스트5 중 외국인선수 포함 2명이나 빠져있는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1~2명이 부상당하거나 부진해도 다른 선수들이 코트에 나와서 또 자리를 메운다. 애당초 스타도 아니고 주전이 보장된 선수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동기부여가 확실하고 승리에 대한 갈망이 남다르다.

양동근과 김동우의 군 입대 공백 속에 지난해 9위의 수모를 당했던 유재학 감독은 한 시즌 만에 완벽한 리빌딩을 마치며 모비스를 다시 강호의 반열로 끌어올렸다.

개인기 위주의 미국식 농구에 젖어있던 김효범을 팀플레이에 녹여 리그 정상급 슈팅가드로 성장시켰고, 우지원은 마당쇠로 부활시켰으며 주목받지 못하던 천대현과 우승연, 함지훈 등을 팀의 핵심전력으로 키워낸 것도 모두 유재학 감독의 작품이다.

모비스는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팀 스포츠'의 미학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올 시즌 모비스의 성공신화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데일리안 = 이준목 기자]

데일리안 스포츠 편집 김태훈 기자 [ ktwsc28@dailian.co.kr] - Copyrights ⓒ (주)이비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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