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해이·내부 갈등 중병 앓는 민주노총

2009. 2. 7.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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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성폭행 사건' 일파만파…지도부 사퇴싸고 내홍

ㆍ"근본적 진단·처방 없으면 회복불능" 내부 경고음

민주노총 간부의 조합원 성폭력 사건의 이면에는 기강해이, 도덕적 불감증, 정파 갈등 등 조직 내 고질적인 문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민주노총이 '중병'을 앓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라는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조직 기강의 해이는 심각한 상황이다. 사건 당시 성폭력 가해자 김모씨는 민주노총 조직위원장이다. 민주노총 직제상 임원 다음으로 높은 직책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의 최측근 인사가 맡는 것이 관례다. 이석행 위원장의 핵심 측근이 위원장이 검거된 다음날 '사고'를 친 것이다.

사건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민주노총 간부들의 인식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었다는 평가를 듣는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김씨 등 민주노총 간부들은 피해자 A씨에게 이석행 위원장의 도피처 마련에 대해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 A씨 측은 "선의로 은신처를 제공해준 사람에게 범인 도피죄와 관련해 범행 일체를 혼자 책임지라는 부도덕한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성폭력 사건 후 민주노총 간부들이 "이명박 정부와 싸워야 하는데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면 조직이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는 논리를 내세워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수의 민주노총 간부들이 이 사건을 술자리에서 안줏감 삼아 얘기했다"고도 했다.

김성희 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은 "노동운동의 정당성은 사용자·정권과 맞선다는 점 때문에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획득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과거 역사에 매몰돼 정당성을 얻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데서 생긴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연하던 정파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지도부 총사퇴 요구에 대해 현 집행부는 "정파의 이익을 위해 성폭력 사건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대 측은 "집행부가 자리 보전을 위해 정파간 이해다툼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지도력 공백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진영옥 위원장 직무대행은 한 언론에 "정부가 먼저 요구해오면 노사민정 대책회의에 참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몇 시간 뒤 민주노총은 '오보'라고 해명했다. 조율되지 않은 발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의 공식입장을 누구에게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냉소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내부 의사결정 구조가 고장났다는 얘기다.

성폭력 파문은 향후 민주노총의 투쟁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의 반감이 커진 데다 조합원들의 냉소와 무기력증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전에 있는 고용안정 확보 투쟁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는 비정규직법·복수노조·노조전임자 급여금지 등 대형 이슈들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이번 사태에 잘못 대응할 경우 민주노총의 입지가 회복불능 상태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 정제혁기자 > - 재취업·전직지원 무료 서비스 가기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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