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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취급 싫으면 그냥 한국에서 사세요"

입력 2009.01.31. 14:39 수정 2009.01.31. 16: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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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유정임 기자]

"뭐 때문에 힘들게 캐나다까지 와서 이렇게 삽니까? 한국 경제가 안 좋고 힘들어도 여기보단 낫습니다. 그냥 한국에 계세요."(밴쿠버 한인 사이트)

한동안 이 글로 인해 캐나다 한인사이트 게시판은 온통 이에 대한 옹호글과 비난글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기자가 파일 저장을 위해 다시 로그인했을 때는 이미 대부분의 글들이 삭제된 후였다.

밴쿠버에서 영주권 취득을 위해 스폰서(고용주)를 찾아다니는 한인들의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스폰서를 찾는 구직자들의 설움이 급격히 늘고 있다.

노동력 착취에 관련하여 어떤 분이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취업비자 문제로 노동력 착취를 당한 사람들이 많다보니 이런 글들이 올라와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 '우리는 밴쿠버 유학생'(우밴유) 게시판에 올라온 글.

ⓒ 우밴유 게시판 화면갈무리

'스폰서' 찾는 사람들이 급증한 이유

스폰서를 구하는 사람들이 올린 글.

ⓒ 화면갈무리

그럼 왜 갑자기 스폰서를 찾는 사람들의 수가 급증했을까? 밴쿠버의 한인 거주지역 코퀴틀람에 위치한 이주공사의 모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한국 경제 위기 때문에 해외 취업을 위해 밴쿠버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

그는 최근 "한국으로부터 하루에 100통이 넘는 이메일과 문의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이는 한국에서 미리 스폰서를 구한 후 밴쿠버로 바로 와 일을 시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캐나다는 곧 있으면 열리는 2010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주정부 이민제도'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외국 인력들에게 이민의 문호를 넓히고 있어, 이를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 역시 많다.

밴조선(밴쿠버 조선) 이나 우밴유 게시판에 스폰서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글들이 올라온 사진입니다.

ⓒ 화면갈무리

지난해 12월 중순 밴쿠버 한인 사이트 '밴조선'과 유학생 사이트 '우밴유'(우리는 밴쿠버 유학생)에는 스폰서를 구하려는 사람들의 한숨 섞인 글들이 도배됐다.

이처럼 캐나다 유학생들이 애타게 '스폰서'를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도대체 '스폰서'가 무엇이기에 이러는 걸까. 캐나다에서 '스폰서'는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그렇기에 영주권을 따려는 많은 구직자들이 스폰서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바로 'BC(브리티시 컬럼비아)주정부 지정 이민 프로그램(PNP, provincial nominee program)'이 있다. 이 'BC주정부 PNP'는 구직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영주권 취득 방법이다.

한 캐나다 이민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BC주에서는 향후 10년간 관광 및 서비스 분야에 약 8만4000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며, 트럭운전사의 경우도 매년 4만5000명이 새로 필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BC주정부는 앨버타주에 이어 두 번째로 지난해 2월부터 관광 및 서비스, 트럭, 요식업계의 해외인력 유치 시범프로그램인 PNP(지정이민 프로그램)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코퀴틀람의 한 이주공사 관계자는 "이 제도가 발표된 이후 PNP를 통해 이민하려는 구직자들이 많아졌다"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PNP를 신청하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당연한 것. 하지만 PNP를 신청하려면 ▲ 고졸 이상으로 ▲ 이민신청 직전 최소 9개월 이상 '스폰서'를 위해 일을 했고 ▲ 주정부 이민 신청시 그 고용주를 위해 일을 하고 있어야만 하고 ▲ 고용주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물론,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주정부 이민을 제외한 제휴투자이민, 노동청에 의해 인정된 고용주들이 특정 직업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E-LMO, 2년 이상 프로그램을 마친 경우 3년간 유효한 post graduate work permit을 발급하는 취업비자도 있다.

하지만 PNP는 다른 영주권 취득 방법에 비해 소위 '단기 속성 코스'라 할 수 있다. 그 장점은 굳이 현지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되고, 영어에 대한 압박감이 다른 제도에 비해 덜하다는 것. 기자가 만난 구직자들은 한마디로 "스폰서를 구하는 방식이 다른 제도에 비해 더 쉽고 시간이 덜 걸린다"고 말했다.

일식당에서 워크퍼밋을 얻고 일하는 스시맨 이모군(21).

ⓒ 유정임

그러나 '캐나다 드림'을 꿈꾸며 먼 이국땅으로 온 많은 젊은이들이 마주친 실상은 꿈꿔왔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스폰서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을 지난 18일 기자가 어렵게 만나보았다.

['캐나다 드림'의 실상 ①] "죽도록 일한 게 억울해서 못 가요"

"저요, 여기서는 당분간 제 삶 버렸습니다. 영주권이 뭔지…. 스폰서를 받고 난 후부터 정말 죽어라 일만 하고 있습니다. 정말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죠. 다 포기하고 한국 가고 싶어요. 그래도 죽도록 일한 게 억울해서 못 가요."

밴쿠버 다운타운의 한 일식집에서 일하는 최아무개(31·여)씨의 이야기다. 일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최씨는 "요일을 잊고 산 지 오래"라고 했다. "영주권이 뭔지 정말 치사하고 더럽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자기와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는 정말 많다고 전했다. 노예처럼 일한다고 느낄 만큼 힘들어도 스폰서 때문에 참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캐나다 드림'의 실상 ②] '설마 같은 한국인끼리 등쳐먹진 않겠지'

웨스트 밴쿠버의 한 일식집에서 주방일을 하는 김모군(27).

ⓒ 유정임

기자가 만난 한식 요리사 이아무개(27)씨는 캐나다에 온 지 6개월 남짓 된 취업준비생이다. 취업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이곳저곳 발품 팔아가며 면접을 봤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터무니없는 노예계약과 저임금이라는 것.

이씨는 관광비자로 캐나다를 방문한 후 이곳에서 직접 고용주를 만나 스폰서를 부탁할 계획으로 온 것이었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처음부터 많은 임금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더 지켜본 다음 올려준다고 하며 계약은 5년을 요구해왔다고 한다.

밴쿠버의 실정을 잘 몰랐던 그는 처음에는 다 이런 줄 알았다고 했다. '설마 같은 한국인끼리 등쳐먹진 않겠지'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받은 제의는 캐나다 최저임금인 시간당 8불에도 못 미치는 임금에다 5년간 죽은 듯이 일만 하는 것이었다.

['캐나다 드림'의 실상 ③]

돌아온 건 뒷돈을 내라는 씁쓸한 요구

일식 주방장 구아무개(32)씨는 캐나다에 온 지 3년이 넘었다. 그는 밴쿠버의 유명한 공립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취업이 잘 된다는 학교임에도 캐나다인들과의 경쟁에서는 불리한 조건이었다. 그는 시민권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용주들은 이왕이면 시민권자를 선호한다.

결국 구씨는 전공 관련 취업을 포기한 채 주정부이민(PNP)를 위해 스폰서를 구하며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뒷돈을 내라는 씁쓸한 요구였다. 고용주들 가운데는 스폰서를 구하는 구직자들을 상대로 돈을 갈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구씨 역시 다섯 군데 면접을 봤지만 네 곳에서 많게는 1만불(한화로 약 1150만원), 적게는 2000불(약 230만원)의 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취업이 너무 간절한 구직자들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다.

한 익명의 제보자는 2천만원을 요구받았다고 했다. 고용주는 돈을 완납해야지만 스폰서를 해주고 영주권 절차가 바로 들어간다고 했다는 것. 왜 돈이 필요한지를 묻자, "스폰서를 해주는 절차가 까다롭고 신청서 및 서류 제출시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캐나다 드림'의 실상 ④] 약속 믿고 최선을 다해 일했다... 돌아오는 것은?

최아무개(27)씨는 참 어이없는 경험을 겪기도 했다. 지금은 좋은 고용주를 만나 열심히 회사에 다니면서 잘 살고 있지만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그는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단다.

사장이 스폰서는 물론 이민까지 도와주겠다고 분명히 약속을 해서 정말 최선을 다해 일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발뺌을 하는 바람에 그곳을 나와야만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하는 동안 임금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으며 그만두면서도 두 달치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성공(?) 사례] "최대한 발품 팔아 많은 사람들 만나라"

같은 음식점인 일식당에서 근무하는 웨이츄레스 정(30)씨.

ⓒ 유정임

물론 모두가 다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요행히 좋은 스폰서(고용주)를 만난 행운아들도 많다.

기자가 만난 권정호(27)군은 한국에서 관광비자로 밴쿠버를 찾았지만 좋은 고용주를 만나 취업비자도 쉽게 얻고 지금은 영주권 신청을 앞두고 있다.

그는 "지금도 캐나다 취업을 위해 스폰서를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한국은 물론 밴쿠버에도 많다"며 "하지만 한마디 당부하고 싶은 것은 스폰서를 받고 제공해주는 과정에서 정해진 신청비용 같은 것은 없으니 구직자들의 약점을 이용한 고용주에게 속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대한 발품을 팔아 많은 사람들과 만나 정보를 얻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며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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