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음악 어법의 '록-오케스트라 협주곡'

입력 2009. 1. 13. 19:41 수정 2009. 1. 13. 19: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세상을 바꾼 노래

60 딥 퍼플의 <콘체르토 포 그룹 앤 오케스트라> (1969년)

대중음악의 일각에서 고전음악의 양식과 요소를 변용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그 접근법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양상을 달리해 왔을 뿐이다. 예컨대 팝 음악이 형식적 틀을 갖춰나가던 20세기 초의 브로드웨이에서는 선율을 차용하거나 선법을 활용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고 1930년대 전성기를 누린 재즈 빅밴드들은 오케스트라의 구성을 형식적 바탕으로 채용했다.

대중음악과 고전음악의 결합이 음악적 실험으로서 정점에 도달한 것은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 사이의 일이다. 록 음악 구조 안에 체화된 형태로서의 고전음악 양식들을 애용했던 비틀스를 거쳐, 록 밴드의 구성으로 교향악을 구현하려 시도했던 프로그레시브 록 계열로의 진화가 이루어진 때였다. 딥 퍼플의 <콘체르토 포 그룹 앤 오케스트라> 또한 그런 흐름 가운데서 탄생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곡은 대중음악사를 통틀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생래적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록 뮤지션이 오케스트라를 위해 작곡한 콘체르토였다는 사실이다.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밴드는 이전에도 있었다. 록 사운드를 통해 심포니를 구축한 작품도 전례가 있었다. 그러나 고전음악의 어법으로 협주곡을 만들고 오케스트라와 경연한 사례로서는 전대미문이었다.

<콘체르토 포 그룹 앤 오케스트라>는 딥 퍼플의 건반주자 존 로드의 작품이다. 다섯 살 나이부터 피아노를 연주한 그는 고전음악과 블루스의 이질적인 양식을 두루 섭렵하며 독자적인 노선을 정립했다. 해먼드 오르간을 주력 악기로 택한 이유도 거기 있었다. 블루스의 짙은 향취를 풍기는 악기의 음향적 특성을 바로크 선율에 기반한 자신의 연주 패턴과 결합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록 밴드와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위한 콘체르토를 작곡한 것은 필연적이라고 할 만큼의 개연성을 갖는다.

<콘체르토 포 그룹 앤 오케스트라>는 콘체르토 그로소와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구조의 3개 악장으로 구성된, 연주시간만 53분에 이르는 대작이다. 1969년 9월24일, 영국 고전음악의 심장부인 로열 앨버트 홀에서 맬컴 아널드가 지휘하는 "국민악단"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펼친 공연의 실황을 음반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 작품에 대한 당대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비평가 마틴 스트롱은 "다행히도 이 작품의 상업적 실패는 상식의 우위를 확인시켰고 (기타리스트) 리치 블랙모어로 하여금 (밴드의 지향을) 좀더 강력한 록 사운드로 선회하도록 만들었다"고까지 했다. 일종의 해프닝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평가도 바뀌어 갔다. 1999년 이 작품의 탄생 30돌을 기념하는 공연과 녹음이 행해졌으며, 2000년대 이후 여러 나라에서 더 빈번하게 무대에 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그에 대한 방증이다. 팝페라와 같은 퇴행적 스타일이 겪게 될 (것으로 사료되는) 미래의 운명과는 딴판이다.

박은석/대중음악 평론가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 [ 한겨레신문 구독| 한겨레21 구독]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