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on] 공일오비 장호일 "우리의 무대에서 주인공은 음악"

2008. 12. 2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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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그룹". 공일오비의 골수팬이 아닌 이상 대중들에게 이들의 존재는 늘 이렇게 설명됐다. 1집 '텅빈 거리에서'부터 시작해 '때늦은 비는' '4210301' '이젠 안녕' '친구와 연인' 'H에게' '어딘선가 나의 노랠 듣고 있을 너에게' '신인류의 사랑' '모든건 어제 그대로인데' '슬픈 인연' 등 주옥같은 이들의 노래는 분명 대중들에게 살아있고, 언제나 불리우며 추억을 만들어내지만 정작 이들 멤버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에게 언제나 주인공은 '노래'였기 때문이다. 멤버 장호일은 오는 27일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열리는 콘서트 '아주 오래된 연인들'의 컨셉을 설명하면서 이같은 공일오비의 색깔(?)에 대해 분명히 했다.

"공연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저희는 음악이 주인공이에요. 보통 한 가수의 공연이라고 하면 그 가수가 주인공이잖아요. 음악은 흔히 말하듯이 뒤에서 받혀주는 역할만 하고요. 그 사람의 목소리와 표정이 주인공이 되는 셈이죠. 그런데 우리들 같은 경우에는 음악이 주인공이거든요. 사실 공일오비란 팀이 오래 된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은데, 멤버가 몇 명이고 누군지 아는 사람은 골수팬 아니면 거의 없어요. 그런데 음악은 알아요. 왜 그러냐 하면 저희가 얼굴이 없기 때문이죠. 보컬 등 메인으로 세우는 인물이 없으니까요. 하다못해 넥스트하면 신해철을 떠오르잖아요. 신해철이 빠지면 넥스트가 아닌거죠. 그런데 공일오비는 그런 주인공이 없어서 노래가 주인공이 되는 거에요. 사실 우리 장점은 그것 밖에 없어요. 우리가 아이돌그룹이나 싱어라서 카리스마가 강하면 음악은 대충 가도 되요. 손 한번 흔들어주면 다 쓰러지니까요. 그런데 우리 색깔은 그런 것이 아니죠"

장호일의 말처럼 공일오비는 지금 생각해봐도 파격적인 시스템을 갖췄다. 정석원 (키보드), 장호일 (기타), 조형곤 (베이스)이 그룹의 멤버였고, (지금은 조형곤이 빠졌다) 보컬은 그때그때 앨범을 만들 때마다 외부에서 수혈했다. 매번 보컬이 바뀌다보니 대중들은 공일오비의 멤버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보컬을 객원으로 쓴 이유는 단순해요. 우리 공일오비 멤버들이 아시다시피 다 연주자에요. 우리나라에서 밴드를 오래하다보면 고생은 같이하는데 항상 보컬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잖아요. 방송에서 아무리 힘들게 해도 무조건 보컬만 나와요. 건반은 손만 나오기도 하죠. 그래서 젊은 날 혈기왕성할때 '우리 멤버가 4명이면 1/4씩 나와야 하는데 왜 보컬만 3/4을 차지하냐'고 열받아서 '우리는 보컬이 없다. 그때그때마다 우리가 부르겠다' 그런 식으로 한거죠.(웃음) 요즘 생각하면 말도 안되지만 그 당시니까 가능한 거죠. 그런데 우리를 거쳐간 보컬들을 계산해보니 기성가수와 신인가수 등 40여명 되더라고요. 그 중에 한곡만 부른 사람도 있고, 부르고 나서 요즘에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고요. 그중에서 유명했던 분들이, 윤종신씨, 이장우씨, 김태우씨, 조성민씨 등이 있고, 기성 가수들 중에서는 이승환씨, 신해철씨, 박정현씨는 물론 다이나믹듀오도 있었죠. 한 앨범에 객원을 수명을 썼는데, 보통 타이틀곡 객원만 기억하시더라고요"

이들은 보컬이 노래만 잘한다고 해서 녹음에 참여시키지 않았다. 그 노래에 맞느냐가 더 중요해서 가창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노래에 맞기만 하면 됐다. 곧 작업에 들어갈 8집 역시 이같은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된다. 원래 노래를 만들어놓고 보컬을 찾지만, 7집 앨범에 '잠시 길을 잃다'의 신보경처럼 아예 보컬에 맞춰 노래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공일오비의 시스템은 신인가수들의 등용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멤버들이 다시 한번 뭉쳐 2년만에 콘서트를 여는 것이다.

"저희들의 노래 중에 나눠부르는 노래가 몇 곡 있어요. '이젠 안녕'이라든지 '수필과 자동차' 그런 것에 조금씩 두 멤버가 참여하고 나머지는 모두 객원보컬로 활동했던 분들이 오셔서 부르죠. 물론 오프닝곡은 상징적인 느낌으로, 공일오비 멤버들이 우리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저희가 할 수 있는 노래들을 하죠. 이번 콘서트에서도 첫 곡은 정석원씨가 연주곡을 들려주며 '대장'이라는 것을 한번 보여주고, 저는 거의 초창기 랩이었던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하게 되죠. 그리고 윤종신씨와 조성민 씨등이 나눠서 몇 곡 부르게 되죠. 아마 행사하는 기분으로 나올지도 모르죠 (웃음)"

주옥같은 곡에 실력있는 보컬들이 나오니 이들의 콘서트는 잘 차려진 밥상이었다. 이때문에 이들의 콘서트에는 게스트가 올라가지 않는다. 90년도 데뷔한 관록답게 팬들은 게스트가 올라오는 것을 쉽게 허용하지 않을 뿐더러 비슷한 수준의 게스트가 아니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게스트 없이 쭉 가요. 저희가 사실 중간 게스트를 세우는 것이 부담스러워요. 중간 게스트 잘못 세우면 욕을 많이 먹거든요. 원래 중간 게스트의 경우에는 편하게 신인가수들 많이 세우잖아요. 부탁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래서 저희가 지난 공연때 신인가수를 올렸는데, 저희 홈페이지부터 시작해 공연장 홈페이지까지 난리가 났어요. 우리가 뭐 그런 신인들 보러 돈내고 공일오비 공연 보러간 줄 알았냐는 등이 글이 올라간거죠. 저희는 중간 게스트라 하면 클레지콰이 정도 되야 아무 말이 없어요 (웃음)"

이는 팬들의 연령대가 20대 후반 이상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10대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중간 게스트로 신인이 올라오든, 다른 가수가 올라오든 거의 상관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가 언제 다시 등장하냐에 초점이 모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말한 공일오비의 색깔과도 일치한다. 가수가 주인공이 아닌 음악이 주인공인 공일오비의 무대에서 이미 음악적으로 성숙한 팬들은 그 주인공이 자신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함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팬들이 예전처럼 10대 팬클럽 느낌은 아니죠. 음반이 나오면 이번 음반은 어디가 약했고, 어디가 좋고, 저 오라버니들이 요즘 힘든가보니 홍삼 좀 사다드려라 이런 분위기죠. (웃음) 이제 애들이 아니기 때문에 공연장에서도 매니저들이 힘들어하죠. 단체로 20~30명이 한꺼번에 오면 과거같으면 매니저들이 통제를 할텐데, 이제는 '네,네' 이래요. (웃음) 그런데 팬들이 나이가 들어가니 음반이 나오더라도 홍보하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30대들이 10대 팬들처럼 좋아하는 가수 나왔다고 컬러링 받고, 벨소리 받고, 미니홈피에 음악 깔고 이러지는 않잖아요. 10대 팬들처럼 기다렸다가 음반 사는 것도 아니고. 방송에 나오지 않으면 활동하는지도 잘 모르시더라고요 (웃음)"

꼭 홍보 차원이 아니더라도 장호일은 최근 방송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23살 연하랑 사귀어봤다고 예능프로그램에서 말해 인터넷 검색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장호일의 '예능 끼'는 최근 '예능 늦둥이'로 인정받고 있는 윤종신을 한참 앞선다.

"주변에서 그런 말들을 하시더라고요. 윤종신이 '예능 늦둥이'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장호일이 슬슬 몇 년만에 방송을 하면서 그 뒤를 이어 '예능 늦둥이'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고요. 그래서 전 이런 이야기를 했죠. '난 예능 늦둥이가 아니라 예능의 돌아온 탕아다'라고요. (웃음) 사실 발라드 가수 중에서는 예능으로 제일 먼저 진출한 것이 저거든요. 90년대 후반 '서세원의 토크박스'하면서 예능을 많이 했었죠. 제가 최근에 케이블 방송에 나갔는데, 개인적으로 고맙더라고요. 제가 공중파 방송을 몇 년 쉬어잖아요. 그동안 방송쪽이 스타일이 많이 바뀌어서, 바로 들어가면 적응하기 힘들었을텐데, 이쪽에서 슬슬 몸이 풀리고 있어요. (웃음) 심지어 지난 번에는 대학로 가서 공개 개그도 했어요. 이게 참 떨리더라고요. 차라리 무대에서 콘서트를 하라고 하면 몇 시간이든 할텐데 말이죠"

장호일의 말대로 공일오비나 장호일이나 제일 편한 장소는 무대일 것이고, 콘서트일 것이다. 그 분야에서 한 획을 그어놓은 사람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다시 보여주려고 한다는 것은 팬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고 들어본 사람들에게는 가장 기대되는 일일 것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럭셔리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자신해 하는 장호일에게서 공일오비가 추억 뿐만 아니라 따뜻함을 얻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가 이번에 처음으로 오케스트라를 세웠죠. 사실 신경이 많이 쓰여요. 녹음할 때는 오케스트라를 써봤지만, 공연할 때는 안해봐서요. 아무래도 팬들의 연령층이 있으니 우아하고 럭셔리하게 해보려고요. (웃음) 콘서트 곡 리스트도 공일오비를 좋아해준 사람이라면 80%이상은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노래들로 짰어요. 신곡은 하나도 없죠. 사실 콘서트에서 신곡을 부르는 것은 아티스트들의 욕심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관객들 입장에서는 아는 노래가 많이 나오는 것이 좋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하나 더 알려드리면 이번에는 달리는 것과 발라드를 적절히 섞었어요. 공연을 해보니 우리 팬들이 연령층이 있어서 너무 달리면 힘들어하더라고요 (웃음) '여러분 일어나세요'라고 하면 초반에는 일어나는데 10분 정도 지나면 지친 기색이 보여요. 무대 위에서 보면 그런 것이 다 보여요. 다들 눈치 보이니까 앉지는 못하고. (웃음)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것을 고려해 2~3곡 달리면 발라드 불러서 쉴 수 있게 해드리려고요."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사진 허정민 기자 news@segye.com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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