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범의 삐딱한 시선] 서장훈의 1만점, 기록으로 되짚어보기
지난 11월 19일 전주 KCC 서장훈이 정규경기 통산 10,000득점을 462경기 만에 돌파했다. LG 강을준 감독 및 현주엽의 배려와 전주 홈 팬들의 열화와 같은 축하 속에서 기록을 달성했다. 사실 서장훈은 1만 득점까지 21점을 남겨놓고 15일과 16일 원주와 울산에서 원정경기를 가졌다. 원정경기에서 기록을 달성할 가능성이 많았지만, 서장훈은 이 두 경기에서 19점을 기록했다.
원정경기에서 기록을 달성했다면 서장훈의 대기록은 조용히 묻힐 가능성이 다분했다. KCC에서도 원주나 울산에서 대기록과 관련한 어떤 사전 준비로 하지 않았다. 사실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해봐야 장내 아나운서의 간단한 안내방송 정도. 동부나 모비스도 상대팀 선수의 기록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고, KBL은 기록상 대상 기록이니 달성 이후 홈경기에서 시상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일부 전주 팬들은 서장훈의 대기록 가능성이 높았던 울산까지 찾았지만, 그 인원은 극소수였다. 역사에 남은 기록이 정말 씁쓸하게 달성될 뻔 했다. 더구나 모비스 전에서 경기 종료 20여 초를 남기고 서장훈은 3점슛을 시도했는데, 그 슛이 들어가지 않아서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서장훈이 전주 홈팬들의 축하 속에서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어서 말이다.
서장훈의 1만 득점 달성은 팀도 승리를 거뒀고, 여러 언론에서 그의 기록에 대해서 조명을 해지만,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 1만 득점이란 미지의 고지를 처음으로 밟았다는 것 외에 1만 득점으로 가는 동안 그가 만든 기록을 한 번 되짚어보자.
서장훈의 1만 득점은 462경기만에 달성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매 경기 20점씩 기록하면 500경기, 현 KBL의 한 시즌당 54경기씩 소화한다면 9시즌하고도 14경기를 더 출전해야 가능하다. 현재 국내 선수 중 20점을 넘는 선수가 없어 어려워 보이지만, 20점을 넘어 30점에 육박하는 득점력을 가진 외국인선수들은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지 그들이 KBL에서 오래 뛰지 못해서 달성하지 못할 뿐이라고.
외국인선수 가장 오랜 기간 KBL에서 활약한 선수는 조니 맥도웰. KBL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외국인선수로 꼽히며 유일하게 세 시즌 연속 외국인선수상을 수상했던 선수다. 그는 97-98시즌부터 7시즌 동안 317경기 출전했고, 정규경기 통산 7,077점을 기록했다. 서장훈은 맥도웰의 득점을 299경기만에 갱신했다.
서장훈은 알려진 바와 같이 98-99시즌부터 7시즌 연속 평균 20점 이상 기록했다. 8번째였던 2004-2005시즌에 18점이 부족해 8시즌 연속 20점 이상 기록에 실패했다. 하지만, 맥도웰도 6시즌 연속 20점 이상 기록했으며, 7번째 시즌에 평균 15.5점으로 부진해 시즌 중 퇴출당했다. 서장훈은 10시즌동안 최소 평균 득점이 16.3점이다.
맥도웰이 20점 이상 기록한 6시즌 동안 최고 평균 득점(97-98시즌 27.2점)과 최저 평균 득점(2002-2003시즌 20.3점)의 편차는 6.9점이다.
에릭 이버츠는 맥도웰만큼 오래 KBL에서 활약한 선수는 아니지만, 인연이 닿은 햇수만 따지면 7시즌이다. 그는 득점에 관한 한 KBL에 한 획을 그었다. 이버츠는 밀어주기 득점 기록을 제외하면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58점)을 가지고 있으며, 유일하게 득점왕을 두 번이나 차지한 선수다.
이버츠는 97시즌 활약한 뒤 97-98, 98-99시즌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KBL 무대를 밟지 못했지만, 99-2000시즌부터 네 시즌 연속 활약했다. 두 시즌의 공백이 없었다면 KBL의 득점 역사, 특히 외국인선수 관련 기록은 조금 다르게 그려졌을 것이다. 그런 그의 득점 편차는 7.3점이다. (21경기만 소화한 97시즌을 제외하면 네 시즌의 득점 편차는 3.4점이다.)
서장훈의 7시즌 득점 편차는 3.2점. 시즌이 거듭될수록 서장훈의 득점은 서서히 떨어지고 있지만, KBL에서 오랜 기간을 소화한 외국인선수들보다 더 꾸준하고 기복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그의 꾸준함을 대변해주는 또 다른 기록은 250경기 연속 출장경기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이다. 250경기 연속 기록이 아닌 출장경기 기록인 이유는 KBL 기록은 부상 등으로 출전하지 못할 경우 연속 기록은 중단된다. 서장훈은 국가대표 차출과 손가락 부상 등으로 21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경기 등을 제외하면 98-99시즌 데뷔전부터 그가 출전한 250경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맥도웰과 이버츠의 이 부문 기록은 각각 92경기와 212경기다.
선수의 출장경기가 아니라 두 자릿수 득점 연속 기록 경기만 따지더라도 서장훈의 기록은 두드러진다. 서장훈은 두 자릿수 연속 득점 기록은 164경기다. 일부 언론을 통해 서장훈의 두 자릿수 연속 기록은 125경기라고 발표되었지만, 손가락 부상으로 21경기 결장한 뒤 복귀한 2001년 1월 16일 SK빅스(현 전자랜드) 전부터 2004년 1월 24일 LG전까지 서장훈은 164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이 기록은 1월 28일 KCC전(당시 서장훈은 삼성 소속)에서 허리 근육 부상으로 결장하며 기록이 끊어졌다. 서장훈은 허리 근육 부상에서 7경기 결장한 뒤 복귀전에서 6점에 그치며 250경기 출전 경기 두 자릿수 연속 경기 기록도 중단되었다. 참고로 에릭 이버츠는 99-2000시즌부터 2002-2003시즌 첫 경기까지 총 145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아무튼 164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은 전쟁터와 같은 골밑에서 외국인선수와 몸싸움을 벌이고, 더블팀 수비에 거친 파울을 당하면서도 약 세 시즌을 결장 없이 출전해 기록이다. 당시 서장훈의 출전 시간은 약 39분이었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30분 이상 출전한 선수 중 54경기를 모두 소화한 선수는 단 8명 밖에 없다. 30분 이상 출전하며 한 시즌인 54경기 모두 출전하는 것도 힘겨운데 서장훈은 세 시즌동안 두 자릿수 득점까지 꼬박꼬박 기록한 것이다.
서장훈은 462경기만에 1만 득점을 넘어섰다. 1만 득점에 집중했을 뿐 462경기를 너무 쉽게 지나쳤다. 1만 득점은 다른 어떤 선수가 밟을 가능성은 있다. 득점 2위 문경은(8,883점/이하 11월 24일 기준)과 추승균(8,053점), 그리고 젊은 김주성(5,093점)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들 이외에도 1만 점을 서장훈에 이어 누군가는 달성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462경기는 결코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다.
이버츠는 97-98시즌에는 구단의 담합으로, 98-99시즌에는 드래프트 당일 교통사고로 KBL 무대와 연을 맺지 못했다. 그가 당시 두 시즌에서 활약하고, 2003-2004시즌 한국 무대로 다시 돌아왔다면-그는 코리아텐더(현 KTF)와 재계약 했지만, 당시 한국의 전쟁 가능성과 개인 사업을 이유로 들어 재계약을 거부했다.- 1만 득점에 육박하는 득점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이며 지나간 일이다.
당장 다음시즌부터 외국인선수는 2명 보유에 한 명 출전으로 바뀐다. 기량 차이에 따라 출전시간이 나눠지겠지만, 현재보다 외국인선수들의 출전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당연히 득점도 떨어진다. 또한, 3점슛 거리도 50cm 멀어진다. 이런 환경적 변화는 462경기 만의 1만 득점 달성을 더욱 전설로 만들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남는 것은 숫자와 그 이름이다. 서장훈 462경기 만의 1만 득점. 지금보다 더 서장훈의 이름은 1만 득점과 함께 전설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서장훈의 1만 득점은 최초로 그것도 외국인선수가 아닌 국내 선수가 달성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서장훈이 많은 고난 속에서도 꾸준함과 기복없는 플레이로, 드러나지 않지만 앞으로 쉽게 깨지기 힘든 연속 기록 등을 만들며 1만 득점을 넘어섰다는 것이 더 큰 의미로 다가선다. 과연 1만 득점이 아닌 1만 득점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만든 기록들이 깨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사진제공 - KBL PHOTOS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08-11-24 이재범 기자( 1prettyj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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