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과 싸우며 개발 또 개발" 간질 치료제의 투쟁

2008. 11. 13.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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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은 과거 귀신 들린 병, 하늘이 내린 천형으로 여겼다. 그래서 귀신을 쫓겠다며 두드려 패거나 굿을 하기도 했고, 치료한다며 뇌에 구멍을 뚫기도 했다. 또 전염병 환자처럼 취급당했기 때문에 간질 환자들은 질환을 감추었다.

그러나 이제 의학 발달로 간질은 뇌세포간의 전기적 신호전달체계 오작동으로 순간적으로 과전류가 흘러 몸이 경직되고 경련이 일어나며 힘이 빠지고 의식을 잃는 병으로 밝혀졌다.

이제 약으로 70% 정도를 치료할 수 있어 발작 시를 제외하면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수술기법이 발달해 난치성 간질은 수술로 완치하는 경우도 많다. 간질 치료제에 대해 알아본다.

■ 1세대 치료제=약효는 좋지만 안전성 부족

1930년에 처음 개발된 페니토인과 뒤이어 출시된 카바마제핀(노바티스) 등 1세대 간질 치료제는 지금도 널리 처방될 정도로 효과가 우수하다. 적절히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70%에 이른다.

문제는 장기 복용 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페니토인은 피부발진, 잇몸비대증, 탈모, 체중증가 등 부작용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편견으로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환자들이 더욱 사회로부터 고립됐다.

카바마제핀은 피부발진, 체중증가 등의 부작용과 함께 재생불량성빈혈, 기형아출산 등의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며, 간 독성이 심각해 투약 전에 반드시 간 기능 검사를 해야 한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새로운 약 개발이 필요해졌다. 또, 뇌 일부에서 간질파가 시작되는지(부분발작) 뇌 전체에서 일어나는지(전신발작)의 구분이 모호하고, 발작 양상이 다양해 기존 약으로는 치료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1970년대에 발프로익산(Valproic Acid)이 개발됐다. 사노피아벤티스는 데파킨을, 애보트는 데파코트를 각각 출시했다. 이 약들은 부분발작과 전신발작 모두에 효과를 나타냈다.

조증치료제와 기분조절제, 편두통약 등으로도 쓰인다. 그러나 이 약도 장기 복용하면 체중이 늘고, 다른 약과 같이 쓰면 대사율이 달라질 수 있다.

■ 2세대 약=안전성과 다양한 약효

2세대 간질 치료제는 1세대 약보다 약효가 아주 우수하지 않지만 장기 복용 시 나타나는 부작용을 크게 개선했다. 2세대 약의 대부분은 부분발작과 전신발작 모두에 효과를 나타낸다.

트리렙탈(성분명 옥스카바제핀ㆍ노바티스)은 1세대 약인 카바마제핀의 부작용을 개선했다. 중도에 약을 중단하지 않고 치료를 지속하는 비율은 높였지만 여전히 전신발작에 효과가 없고 저나트륨혈증과 같은 장기 복용의 부작용은 줄지 않는다. 그래서 심부전 환자는 체중을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콩팥의 문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라믹탈(라모트리진ㆍGSK)은 부분발작과 전신발작 모두에 효과를 보이지만 스티븐스-존스신드롬(약에 과민해서 나타나는 피부 발진으로 화상을 입은 것처럼 피부가 벗겨진다)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부작용은 현저히 개선됐다. 임신 중 안전성 자료가 가장 많이 축적돼 임신을 원하는 여성 환자가 선호한다. 또한 1세대 약과 달리 골밀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불안장애나 우울증 등에 효과가 있어 신경안정제로 쓰인다.

리리카(비가바트린ㆍ화이자)는 매우 안전한 약이지만 약효가 높지 않아 간질 치료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통증치료에는 효과가 우수해 신경병성통증과 섬유근통증후군, 척수손상에 따른 신경병증성통증,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등 통증에만 4가지 적응증을 인정 받았다.

토파맥스(토피라메이트ㆍ얀센)는 1세대 간질 치료제의 약점을 모두 해소한 약으로 평가를 받는다. 장ㆍ단기 안전성이 매우 뛰어나고 약물 상호작용에서도 자유롭다. 그리고 유일하게 1세대 약보다 약효가 낫다고 인정 받고 있다.

부작용으로 복용 초기에 짧게 손저림과 기억력장애가 나타난다. 또한 다른 약과 병용 시 다른 약 부작용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체중 증가를 막는다. 편두통 약으로 쓰인다.

케프라(레베티라세탐ㆍUCB제약)는 비교적 늦게 우리나라에서 처방되기 시작한 간질 치료제다. 토파맥스에 못지않은 효과와 안전성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임상자료가 많이 축적되지 못했다.

■ 판매를 눈 앞에 둔 신약들

탁월한 약이 많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약의 특성과 간질양상에 따른 약효 차이로 인해 여전히 새로운 약이 개발되고 있다.

지난 달 2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서를 낸 컴파이드(카리스바메이트)는 SK제약에서 성분을 개발, 존슨앤드존슨에서 연구를 진행한 간질 치료제다. 연구결과, 컴파이드는 우수한 효과와 내약성을 보여 간질뿐만 아니라 신경병성통증, 편두통에도 효과를 나타낸다.

이밖에 빔팻(라코사마이드ㆍUCB제약)과 가비트릴(티아가빈ㆍ중외제약) 등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시판을 준비 중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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