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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루 1만명 거리로 내몰려… 대공황의 전조?

입력 : 2008-11-13 09:14:23 수정 : 2008-11-13 09: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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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 감원 제조·서비스업 등으로
"내년 실업률 8%대로 뛸 것" 전망
‘‘실업 한파’가 미국경제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달 14년 만에 가장 높은 실업률을 기록한 실업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금융가의 감원·해고 바람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번지고 있다. “내년 실업률이 8%대로 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를 ‘대공황의 전조’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메릴린치의 존 테인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의 경제 환경은 대공황 때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기의 끝판은 실업사태다. 일자리가 사라지면 소비가 줄고, 자금난을 겪는 기업의 붕괴가 가속화된다. 1920∼30년대 대공황도 일자리를 잃은 소비자의 ‘빈 호주머니’가 불러온 경제붕괴 사태다. 이 같은 실업사태는 현재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영국 국가 통계청은 실업자 수가 7∼9월 3개월 동안 14만명이나 늘어 11년래 최고치인 182만명을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실업률도 2분기 5.4%에서 3분기 중 5.8%로 상승해 2000년 초 이후 가장 높았다.

◆미국 실업사태의 실상=미국에서는 자고 나면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쏟아지고 있다. 미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실업률은 6.5%. 특히 흑인 실업률은 10.11%에 달한다. 지난달 한 달 동안 일자리를 잃은 사람만도 24만명에 이른다. 하루 1만명 가까운 사람이 생계수단을 잃은 채 거리로 몰려나고 있다는 얘기다. 올 들어 400만명이 넘는 실업자가 발생해 전체 실업자 수는 1010만명으로 불어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중국의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일자리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증권사인 BMO 캐피털마켓은 “12개월 내 미국 실업률이 8.75%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실업사태는 전방위로 확산돼 10월 이후 전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몰하면서 건설·부동산 분야에서만 10월 한 달 동안 4만9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미 노동부는 2006년 9월 이후 건설·부동산업에서만 이미 66만3000명이 희생됐다고 밝혔다. 금융업에서는 지난달 2만명을 포함해 올 들어 20만명이 넘는 화이트 칼라가 직장을 떠났다. 자동차 영업과 도소매 유통업에서도 각각 2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실업자 구제의 딜레마=실업자를 구제하자면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업자를 도울 자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에서 실업구제자금을 신청한 사람은 지난달 380만명에 이르렀다. 이는 1983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각 주정부의 실업보험신탁기금은 점점 줄고 있다. 5개 주는 지급 여력이 3개월치에 그치고, 8개 주는 4∼6개월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산업 불황의 타격을 받은 미시간주는 실업률이 지난달 8.7%에 달해 기금이 바닥나면서 연방정부로부터 4억7000만달러를 빌려 부족분을 메웠다.

BMO 캐피털마켓의 경제분석가인 미첼 그레고리는 “10월 실업률은 당초 예측치보다 훨씬 높다”며 “실업 파문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존 테인은 11일 뉴욕에서 열린 금융콘퍼런스에서 “현재 겪고 있는 경기하강은 1929년 당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의 경제상황이 1987년, 1998년, 2001년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강호원 선임기자 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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