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구성·반전..'팝 음악의 역사적 이벤트'

2008. 11. 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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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상을 바꾼 노래

50 비틀스의 <어 데이 인 더 라이프>(1967년)

대중음악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해'를 꼽는다면 아마도 1967년이 될 것이다. 도어스, 지미 헨드릭스, 핑크 플로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데뷔작을 선보였고, 제퍼슨 에어플레인, 아레사 프랭클린, 러브, 크림이 대표작을 발표했던 그해 대중음악은 양과 질에서, 깊이와 너비에서 공히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비틀스의 앨범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는 화룡점정이었다.

<서전트 페퍼스…>는 흔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앨범'으로 일컬어진다. 최초의 콘셉트 앨범이며, 가장 유명한 커버 디자인으로, 복잡한 스튜디오 테크놀로지의 이정표로 꼽히는 이 앨범을 통해 비틀스는 대중음악을 예술의 경지로 격상시켰다는 찬사를 얻었다. 물론 발표 당시에는 논란도 있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리처드 골드스타인은 <서전트 페퍼스…>가 "사기극"이라고 비판함으로써 모두가 이 앨범을 좋아한 것은 아님을 선언한 동시에, 엄청난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 주목할 것은, 그런 골드스타인도 "중요한 하나의 예외"로 언급한 노래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 데이 인 더 라이프'였다.

'어 데이…'는 앨범 <서전트 페퍼스…>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이다. 5분33초의 연주 시간 동안 전례 없이 기묘한 구성과 드라마틱한 반전을 들려주는 이 노래의 경이로움은 작곡 단계에서 이미 운명 지워진 것이었다. 존 레넌이 만든 뼈대에 폴 매카트니가 쓴 짧은 소절을 물리적으로 삽입함으로써 만들어진, 완전히 다른 두 노래의 결합으로 조성된 긴장감부터가 그렇다. 게다가 노래 중간과 말미 부분에 자리한 오케스트라의 고조되는 불협화음은 긴장감을 고조시키다가, 혼돈의 정점에서 급작스럽게 끝나버리기를 반복하며 생경함을 가중한다. 비평가 앨릭스 로스는 '어 데이…'가 리게티, 슈토크하우젠 등이 주축을 이룬 현대음악의 산실이었던 독일의 '다름슈타트 여름 강좌'에서도 청취와 논의의 대상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이키델릭풍의 도입부에서 '뮈지크 콩크레트'(구체음악)의 결말부로 이어지는 형식 구조를 통해 이 노래가 당대의 모든 음악적 시류들을 연계한 통로였음을 방증한 것이다. 리처드 골드스타인조차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이며, 팝 음악의 역사적 이벤트"라고 칭할 도리밖에 없었던, 이 노래의 업적이다.

작가 앤드루 오헤이건은 "모든 예술은 완성된 시점부터 동시대에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어떤 것은 훌륭하게 나이 먹는 반면 어떤 것은 볼품없게 늙어 간다. 지오토(르네상스 회화의 선구자)와 거장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비틀스가 전자라면,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툴루즈) 로트레크, 롤링 스톤스는 후자"라고 쓴 바 있다. 2007년 세계 유수의 언론 매체들이 앞다퉈 <서전트 페퍼스…> 앨범 발매 30돌을 기념하는 특집 기사들을 쏟아냈던 이유도 거기 있다. 실험성과 보편성, 음악성과 사회성을 아우르는 문화적 상징으로서 <서전트 페퍼스…>의 의미와 위상이 현재에도 유의미함을 되새긴 일이었다. 그 핵심에 '어 데이…'가 있었다. 찬사만으로도 책 한 권을 쓸 분량이었다.

박은석/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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