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 강수진 2명의 로미오와 춤을

2008. 10. 2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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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4년 전 줄리엣 역으로 처음 한국 공연을 가졌을 때에는 같은 작품으로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배역을 춤추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어요. 이번 공연은 아마 제가 한국에서 줄리엣으로 춤추는 마지막 무대가 될 것입니다."(강수진)

"<로미오와 줄리엣>은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불멸의 레퍼토리입니다. 존 크랭코의 안무는 세계 최고 중 하나로 관객들이 여러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는 발레라고 생각합니다."(앤더슨)

세계에서 가장 예쁜 발을 가졌다는 발레리나 강수진이 슈투트가르트발레단과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11월17~18일 저녁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고국 발레팬들을 만난다. 1994년 같은 작품으로 첫 내한 공연을 가진 지 14년 만이다. 1999년 '발레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최고 발레리나상을 받았던 강수진은 지난해에도 동양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무용상을 두개나 받았다. 최고 장인 예술가에게 주는 독일의 '캄머탠저린상'(궁정무용가상)과 세계적인 천재 안무가 존 크랭코(1927~1973)를 기리는 '존 크랭코 상'이 그것. 이번 무대는 그 기념 공연이기도 하다.

한국 공연을 앞두고 독일에서 연습 중인 강수진(41)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예술감독 리드 앤더슨(57)을 지난 주말 이메일로 미리 만났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과14년 만에 고국 무대에"줄리엣 역 한국선 마지막"예술감독 리드 앤더슨"강수진, 자신만의 색깔"

강수진은 "이번 공연에서 두 명의 다른 로미오와 춤을 추는데 메이저 발레단이 외국 투어에서 이틀 연속 줄리엣을 하는 한 발레리나에 두 명의 다른 로미오와 공연하는 예는 흔치 않은 일"이라며 "연습 과정은 고되지만 즐기면서 하겠다"고 특별한 공연임을 강조했다. 리드 앤더슨도 "특히 줄리엣 역할이 강수진 같이 완벽하고 멋진 월드 발레리나가 춤출 때 더욱 돋보인다"고 말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늘의 강수진을 있게 만든 드라마틱 발레의 대표작품이다. 강수진은 1985년 동양인 최초로 스위스 로잔 발레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이듬해 세계 5대 발레단의 하나로 꼽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동양인 최초 최연소로 입단했다. 7년 후 그는 1993년 전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예술감독 존 크랭코(1927~1973)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 30년 기념무대에 줄리엣 역으로 발탁되어 처음 주역 발레리나로 데뷔했다. 그 공연에서 30년 전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 당시 줄리엣을 연기한 마르시아 하이데(전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예술감독)는 강수진에게 줄리엣 의상과 존 크랭코로부터 받은 반지를 물려주었다. 강수진을 후계자로 인정한다는 특별한 의미였다.

강수진도 "발레리나로서 가장 가슴 벅찬 순간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슈투트가르트오페라발레극장에서 데뷔했던 공연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강수진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은 94년 첫 내한공연에 이어 1998년 이 작품으로 처음 뉴욕무대에 진출했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은 지난해 강수진의 입단 20년을 기념해 이 작품을 헌정 공연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탈리아의 도시 베로나를 무대로 앙숙인 두 가문의 아들 로미오와 딸 줄리엣을 둘러싼 사랑의 비극을 그린 명작이다. 월리엄 셰익스피어 원작에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붙여 1940년 키로프발레단이 레오니드 라브로브스키의 안무로 세계 초연됐다.

이번에 한국에 소개되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존 크랭코 안무 버전으로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1963년 처음 발표한 작품이다. 전 3막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케일이 웅장하고, 군무가 화려하며 고난도 기술이 돋보인다. 특히 주인공 로미오와 줄리엣의 2인무(파드되)는 유명한 발코니 장면과 교회에서의 결혼식, 침실에서의 이별, 그리고 최후의 묘지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두 연인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강수진은 "<로미오와 줄리엣>은 저희 발레단이 갖고 있는 레퍼토리 중에서도 그리고 천재 안무가 존 크랭코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서도 무대장치도 많고 악기 편성도 많으며 출연 인원도 많은 큰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앤더슨은 "존 크랭코의 안무는 춤을 통해 드라마를 완벽하게 전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안무가 창의적이고 음악이 살아있고 아름답다"며 "관객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내용을 알지 못하더라도, 프로그램북의 설명을 읽지 않더라도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존 크랭코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숙련된 연기와 완벽한 안무가 요구되어 무용수들에게는 대단한 도전으로 여겨진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 역의 주역 무용수들에게는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주역 발레리나에게 특별히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면 오페라나 영화, 연극 등 그 역할에 관계된 자료들을 모두 구해 꼼꼼하게 봅니다. 또 그 역할을 한 발레리나의 영상을 구해보고 반드시 원작을 읽어보고 캐릭터를 분석해요."

강수진은 "무대에서의 리허설뿐만이 아니라 연습실에서 부분 연습할 때도 감정을 이입해 마치 실제로 공연하는 것처럼 한다"고 귀띔했다.

앤더슨은 "발레리나는 음악을 잘 느낄 수 있어야 하고, 파트너와 호흡을 잘 맞춰야 하며 숙련된 클래식 테크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 "특히 자신만의 색깔로 줄리엣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수진은 완벽한 발레리나입니다. 아름답고 본능이 뛰어나고 호기심이 많으며, 무엇보다 열심히 한다는 점입니다. 그는 타고난 무대체질이며 놀라운 발레리나죠."

강수진은 지독한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연습으로 1시즌(10~12개월)에 250개의 토슈즈가 헤진다.

"저에게 있어 발레 연습은 빠질 수 없는 일과입니다. 사람들이 먹어야 살 수 있듯이 저에게 발레연습은 마치 밥 먹는 과정과 같습니다. 발레 외에는 다른 삶은 생각도 못했고 다른 일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은 다양한 국적의 세계적인 무용수 65명이 소속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시즌에 슈투트가르트의 3개의 극장(오페라하우스, 플레이하우스시어터, 챔버시어터)에서 120개에 가까운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또한 한 시즌에 평균적으로 네다섯개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두 사람에게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입단을 꿈꾸는 예비 발레리나에게 줄 조언을 부탁했다. " 쉬지 않고 계속하는 연습뿐입니다.(강수진)" "어릴 때 발레를 시작해서 좋은 스승 밑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일입니다. 시야를 넓히고 기량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에서 발레코스를 밟아보는 것도 권할 만합니다.(앤더슨)" 1577-526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군델 킬리안 제공

■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이탈리아의 도시 베로나를 무대로 앙숙인 두 가문의 아들 로미오와 딸 줄리엣을 둘러싼 사랑의 비극을 그린 명작. 셰익스피어 원작에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붙여 1940년 키로프발레단이 레오니트 라브롭스키의 안무로 세계 초연했다. 프로코피예프의 테마 음악은 드라마, 광고 등에 널리 쓰일 정도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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