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규 "일부러 뱃살 찌우고 王자 근육도 없앴다"(인터뷰 ①)

2008. 10. 1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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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글 서보현 기자/사진 유혜정 기자]

한차례 비가 내리자 계절은 달라져 있었다. 아무런 예고없이 벌어진 일이지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변화를 받아들였고 또 어느새 익숙해졌다. 아마도 이전에 한번 씩은 경험했던 일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김광규에게는 코믹연기가 그러했다. 2006년 '환상의 커플' 공실장 역으로 코믹연기의 불을 지핀 김광규는 이제야 제 옷을 맞춰 입은 듯 유쾌한 모습에 익숙해져 있었다. '환상의 커플'로 날개를 달은 김광규는 '크크섬'으로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달았다. '크크섬' 김과장을 또 다른 자신으로 받아 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김광규는 '크크섬'에서 가장 빛을 많이 본 스타가 됐다.

◆ 김과장 위해 일부러 뱃살 찌우고 王자 근육도 없앴죠.

'크크섬'이 종영한지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다. 언젠가는 '크크섬'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지는 날이 올 테다. 그 속에서 웃고 울었던 김광규에게도 언젠가는 '크크섬'은 추억 속의 작품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김광규에게 그런 아쉬움은 찾기 힘들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고됐던 섬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살짝은 즐겁다는 김광규다.

"4개월 동안 쉬지 않고 찍다가 이제 다들 백수가 된거죠 뭐. 하하. 다치기도 했고 너무 고생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막 그립거나 하지는 않아요. 한 달쯤 지나면 그리워지려나. 찍을 때는 쉬고 싶더니만 막상 이렇게 쉬게 되니 몸이 근질근질 하기는 하네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기나 긴 표류 생활을 마치고 마침내 육지로 올라 선 김광규는 아직도 '크크섬'의 흔적을 안고 있었다. 김과장 특유의 파란색 트레이닝복과 촬영 중 부상까지, 많기도 하다. 김광규에게 '크크섬'을 추억할 만한 것들은 아직 그의 몸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제 이 파란색 추리닝이 내 피부처럼 옷에 감기네요. 이제 다른 옷 못 입겠어요. 하하. 사실 이 옷은 리얼을 위해 제가 직접 준비한 옷이에요. 하루 이틀 편하게 놀러가는 거면 다들 한두 벌만 가져가지 않았겠어요? 그 생각에 시장을 돌고 돌아 겨우 마련했죠. 이 옷이 흔해 보여도 얼마나 찾기 힘들었다고요. 이렇게 무늬와 글씨 없고 온전한 한 벌로 돼 있는게 진짜 없더라고요. 그만큼 고생한 보람이 있죠?"

'크크섬'에서 김광규는 제 모습 그대로를 보였다. 마음껏 뛰놀았다고나 할까. 김광규는 자기 자신 대신 김과장이라는 인물을 투영시켰다. 살아있는 김과장을 위해 자신과 닮은 점을 부각시키고 다른 점은 숨겨 김과장을 돋보이게 한 그의 선택은 적중했다.

"각자 캐릭터가 실제 모습과 상당히 닮았어요. 저도 마찬가지죠. 김과장의 모습이 제게도 많이 있어요. 다만 다른 점은 김과장의 몸매랄까? 저 사실 신과장 못지않은 근육남이었다니까요. 전형적인 샐러리맨인 김과장을 표현하기 위해 10년 동안 가꾼 몸도 다 버렸죠 뭐. 어휴. 복귀가 쉽지 않아요."

◆ 힘들고 고단했던 촬영, 그만큼 사랑받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트콤답게 참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실제의 모습이 시트콤 같았다는 김광규는 '크크섬' 속 비하인드 스토리를 끝도 없이 풀어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개월이었다.

"촬영 장소가 인천공항 근처이다 보니 비행기가 어찌나 많이 지나가는지. 3분 꼴로 지나가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그나마 비행기는 이륙 후에는 잠잠해지니까 괜찮은 편이죠. 해병대 체험단이 오면 한 시간 동안 기합소리가 섬을 메우고 관광객들은 또 얼마나 오는지. 그 뿐이 아니에요. 대형 노래방에서 나오는 소리까지 가세하면 촬영 못 하는거죠. 그렇게 촬영을 접은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이게 말이 무인도지 무인도가 아니었다니까요."

'크크섬'에서 김광규의 가능성이 처음으로 보인 부분은 중국어선을 쫒아낸 대목이었다. 이 장면으로 인해 김광규는 시청자들의 뇌리에 박혔고 그 이후부터 김광규의 활약은 시작됐다.

"중국어를 한다기에 저는 나름대로 준비를 해간다고 화교출신 선생님께 배운거에요. 그런데 감독님은 초보자의 느낌이 나야 하는데 너무 진짜 같다고 안 된다는거 있죠. 할 줄 아는 것을 못하는 것처럼 해야 하는게 참 어려웠어요. 감독님은 좀 더 못하라고 하고 선생님은 그렇게 하는 건 용납 못한다고 하고. 가운데서 정말 난감했어요."

그 뿐이 아니었다. 탱코를 추는 장면을 위해 혼자 무반주로 이리저리 스텝을 밟기도 한 김광규다. 6년 전 탱고를 처음 접했던 김광규라도 오랜만에 추는 탱고와 많은 사람 앞에서 혼자 흥에 겨워 즐기기는 쑥스러웠단다. 이렇게 '크크섬'의 조각조각들은 힘든 과정을 거치며 탄생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뜨거운 현장의 열기와는 상관없이 반응은 냉담했다. 고정 시청자들의 환호는 받았지만 '크크섬'은 더 나아가지 못한 채 딱 그 자리에 머물고 말았다.

"사실 배우가 어떻게 시청률을 전혀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렇다면 거짓말이죠. 함께한 배우와 고생한 스태프들을 생각하면 시청률이 낮게 나온 것이 참 안타까워요. 미안하기도 하고. 제 주위 사람들은 인기 많다고는 하는데 저희는 섬에 있다 보니 시청률이라는 수치상의 기록에만 의존하게 되잖아요. 많이 안타까웠어요."

◆ 크크섬이 실제라면? 조금 더 치열하고 조금 더 각박하게.

'크크섬'은 분명 한국 시트콤 중에서도 기분 좋게 기억될 작품이다. 시청률과 상관없이 그 시도는 훌륭했고 이전의 시트콤과는 확연하게 다른 색깔을 가졌기 때문이다. '크크섬'이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화제가 됐던 것도 그 이유였다.

하지만 그런 '크크섬'에게도 고질적인 문제는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크크섬'은 진짜 같았지만 어쩔 수 없는 가상 같았다. 이유도 모른 채 섬에 갇힌 사람들은 현실에서보다 더 따뜻해졌고 섬을 벗어나려는 치열함은 없었다. 크크섬은 그저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휴가를 떠난 사람들의 휴식의 장소였다.

"'크크섬'에서 다들 여유로울 수 있다는 것은 육지와 가깝다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었을 거에요. 만약 크크섬에 야자수가 있거나 인천과 가깝다는 것을 몰랐다면 그렇게 천진난만 할 수는 없었겠죠."

김광규는 크크섬에서 해맑게 살았던 김과장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과장이 아닌 김광규라면 또 다르단다. 실제로 크크섬에 들어가게 됐다면? 생각하기도 싫다는 김광규다. 각박한 현실보다 더 무시무시했을거라는 것이 김광규가 생각하는 진짜 크크섬이다.

"만약 크크섬이 현실이었다면 다들 미쳤을 거에요. 실제로 무인도에 덩그러니 놓여 졌다면 얼마나 치열하겠어요. 거기서 법은 곧 힘이었을 테고 힘의 논리로 모든 것이 좌우되지 않았겠어요? 가령 먹는 거라든가 남녀 간의 문제라든가. 좀 더 간절해지고 긴박해졌겠죠. '크크섬'이 시트콤이 아닌 영화로 제작됐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겠죠.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김광규에게 '크크섬'은 분명 기회의 장이었고 그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 결과 김광규는 지금보다 앞날이 더 창창해진 배우가 됐고 다른 고민없이 연기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됐다. 하나의 시트콤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김광규에게 '크크섬'은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김광규. 이름 석자를 알리기 위해 10여 년 동안 많은 노력을 했고 그 성과는 이제야 쏟아지고 있다. 김광규는 지금 이 순간 또 다른 인생의 기로에 서있다. 그의 인생과 그의 연기는 이제 다시 뛰기 시작했다.

서보현 zmsdodch@newsen.com / 유혜정 kicoo2@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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