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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윤락가 단속 천차만별.. 왜? "서장 의지따라"

입력 2008.09.03. 02:42 수정 2008.09.03. 13:2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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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관된 관리방침 없어지역 민원따라서도 '극과극'

2일 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에서 장안동 사거리까지 안마시술소, 휴게텔 등 윤락업소 70여개가 밀집된 거리에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은 대부분 꺼져 있었다. 3, 4개월 전만해도 거리를 메웠던 취객과 호객꾼은 사라졌고 대신 경찰차들이 수시로 지나다녔다. 장안동 환락가를 뿌리뽑겠다는 신임 경찰서장의 집중단속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같은 시각, 서울의 대표적 집창촌으로 꼽히는 영등포역 앞. 붉은 조명등을 밝힌 업소 앞에서 짧은 상의를 걸친 여성 수십명이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장안동과 달리 경찰차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 업소의 여성은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단속하나 모르겠다"며 "다 묵인하고 지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윤락업소 밀집지역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지역마다 천차만별로 진행되고 있는 풍경이다. 서울에서만도 관할 서장의 의지에 따라 윤락업소가 초토화 된 지역이 있는가 하면, 단속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는 지역도 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직후 강화됐던 경찰의 성매매 집결지 단속이 다소 느슨해지면서 단속 잣대도 일선 서마다 제각각인 상황이다.

장안동 윤락거리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는 서울 동대문경찰서만 해도 경찰서 코 앞에 있는 청량리 집결지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신임 이중구 서장이 부임한 7월 이후 장안동 지역에 대한 집중단속으로 업주 6명이 구속되고 여성 종업원과 성매매 남성 140여명이 입건됐고, 지난달 29일에는 업주 한 명이 자살했다. 하지만 전농동 롯데백화점 뒤 30여곳의 윤락 업소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같은 기간 단속 건수는 고작 1건. 2일에도 업소 10여곳이 대낮부터 문을 열고 손님을 받고 있었다.

다른 구의 집결지도 단속 잣대가 엇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영등포역 신세계백화점 옆 골목과 용산역 건너 거리 등에는 수십 여개의 윤락업소가 밤마다 불을 밝히고 있지만, 경찰의 단속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반면 종암경찰서 관할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는 대대적인 단속으로 폐업 업소가 속출하고 있다. 이 곳 역시 이기창 신임 서장이 7월 부임한 후 연일 집중 단속이 이어져 매달 업주 40~50명이 적발되고 있다.

이처럼 경찰의 단속이 제 각각인 것은 윤락업소 집결지에 대한 정부의 일관된 관리 방침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윤락업소는 현행 법률상 모두 불법이며 경찰로선 '법대로'를 내세울 수밖에 없지만 지역마다 사정이 달라 지역민의 민원 우선 순위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영등포서 관계자도 "장안동과 달리 관할 윤락가가 주택가가 아닌 상가지역에 있어 주민 반발도 없는 편"이라며 "위에서 특별한 지시도 없고, 별다른 분란이 없는 업소를 무조건 단속하기도 애매해 계도위주의 순찰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집결지 단속이 그 때 그 때 부임 서장의 의지에 좌우되기 십상이어서 주먹구구식 단속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지역에서만 집중단속이 이뤄지다 보니 윤락업소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거나 은밀한 형태로 진행되는 '풍선효과'를 키운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집결지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김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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