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영, '망가지는 캐릭터'의 가면을 쓴 이유

김용운 2008. 7. 2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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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채영(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근래 들어 방송가에는 탤런트, 개그맨 혹은 코미디언과 가수 외에 또 하나의 직업군이 생겼다. 예능프로그램에 주로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예능인'이란 직업군이다.

그들의 임무는 오직 한 가지. 각 예능프로그램 내에서 사전에 주어진 각본대로 망가지거나 오버액션을 통해 프로그램의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그들은 자신의 본래 성격이나 출신배경을 버리고 프로그램에서 마련해주는 '캐릭터'라는 가면을 쓴다.

그 가면이 그들의 본 모습과 흡사한 경우도 있지만 대게 본인들의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다. 예능인들에게 원하는 것은 프로그램 내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적응능력'이기 때문이다. 그 능력이 뛰어날수록 본래의 모습과 시청자들에게 비춰지는 모습 간에는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유채영(36)이 바로 그 거리가 먼 예능인 중에 한 명이다. 지난 1994년 혼성그룹 '쿨'의 홍일점 멤버로 데뷔해 가수로서, 영화배우로서 변신을 거듭하다 '예능인'이란 새로운 직업군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는 그녀는 본인의 성격과 영화 및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이미지와의 간극이 크다.

◇"칭찬은 바라지 않지만 삿대질은 안 해주셨으면"

연예가에서 그녀를 겪어본 이들은 유채영의 그 간극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2002년 영화 '색즉시공'에서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드세기 그지없는 한유미 역으로 유채영의 코믹 이미지를 각인 시킨 윤제균 감독이 대표적이다. 윤 감독은 "유채영의 실제 모습과 달리 영화를 위해 자신을 버리고 망가져 주었기 때문에 영화의 재미가 더 컸다"며 "유채영의 이미지를 실제와 전혀 다르게 과장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색즉시공'의 한유미 역은 이후 유채영의 연예계 행보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유채영이 다른 여자배우들이 감히 따라오기 어려운 '망가지는 연기'로 '누가 그녀와 잤을까?', '색즉시공2' 등의 영화에서 여자 감초노릇을 톡톡히 하는데 시발점이 된 것. 유채영은 스크린뿐만 아니라 최근 KBS 2TV '스타골든벨'을 비롯해 MBC '무한도전'과 SBS '웃찾사' 등의 프로그램에서 여성으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고 프로그램이 마련한 '오버하는 캐릭터'의 가면을 썼다.

▲ 유채영(사진=한대욱 기자)

유채영은 "이왕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이상 그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스태프들과 또 시청하는 분들을 위해 일부러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그 모습이 어떤 분들에게는 마냥 생각 없이 오버하는 비호감 이미지로 보인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예능프로그램 녹화에서 유채영은 PD와 작가들이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열정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임한다. 그 이면에는 '더 강하게 망가지기를 원하는 무언의 압력'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유채영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재미를 드릴 수 있을까? 생각하면 없던 용기도 생겨난다"고 말했다. 물론 그로 인해 악성 댓글도 많이 받았다. 소위 설치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반감을 산 탓이다.

유채영은 "사실 칭찬은 바라지도 않지만 삿대질은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유채영은 방송에서 보이는 드센 모습과 달리 다른 사람의 험담에 쉽게 상처받고 아파하는 여느 평범한 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쿨' 탈퇴, 인생의 큰 후회로 남아

안양예고에서 발레를 전공하던 유채영은 스무 살의 나이에 혼성그룹 '쿨'의 멤버로 연예계에 정식 데뷔했다. '쿨'은 '너이길 원했던 이유'를 히트시키며 이후 가요계의 정상을 누렸다.

유채영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쿨'을 탈퇴한 것이 가장 후회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유채영은 1집 이후 '쿨'을 탈퇴해 그룹 US와 솔로로 활동했지만 '쿨'에서 만큼의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유채영은 '쿨'에서 탈퇴했던 이유를 "노래 한 소절 주지 않으셔서"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비록 '쿨'에서 안무를 맡았지만 '가수'로서의 욕심도 있었기 때문이다. 유채영은 "아직도 음반에 대해서는 미련이 많다"고 했다.

최근 들어 마음이 상했던 일로는 쌍꺼풀 수술에 대해 와전된 이야기가 보도되었을 때를 꼽았다."데뷔 초 쌍꺼풀 수술을 했을 때는 지금처럼 수술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한 달 정도 붓기가 가라앉지 않았었어요. 그것을 방송에 나와 솔직히 말했더니 쌍꺼풀 수술 부작용으로 고생 했다고 기사가 나더라구요."

유채영은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지점이 예능인으로서 방송에 참여하며 느끼는 가장 큰 애로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솔직해야 하는 지점과 내숭을 떨어야 하는 지점을 유채영은 아직도 명확하게 알지 못하겠다며 웃었다.

◇서른 중반...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

유채영은 "요즘처럼 바쁘게 일정을 소화한 적이 없다"며 서른 중반에 여러 가지를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고 밝혔다. 소속사를 옮겼고 9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데다가 여러 예능프로그램들에서 출연섭외가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어서다.

지금처럼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기간이 별로 없을 것이다는 것은 20년 남짓 연예계 생활을 해온 유채영 본인이 가장 정확히 알고 있었다. 유채영은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결혼을 못할 줄 알았던 자신의 인생에 곧 반려자가 생긴다는 생각에 "행복하고 가끔은 이런 상황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요즘은 예능프로그램에 나가기 전에 남편 될 사람이랑 같이 여러 가지를 연구합니다. 신랑이 돌발 질문을 하고 제가 임기응변으로 맞받아치는 경우도 많죠."

유채영은 인터뷰 내내 예능프로그램이나 영화에서와 달리 과장된 몸짓이나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조근조근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망가지는 캐릭터'의 가면을 벗은 유채영은 결혼을 앞둔 신부의 수줍은 모습과 더 가까웠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 모습까지 아는 시청자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못내 안타까웠다.

▲ 유채영(사진=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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