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 특파원의 今日中國] 中올림픽 피로감..서민 '그늘' 짙어진다

2008. 7. 2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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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외곽 교통통제로 생업 막대한 지장

검문검색 강화 계엄상황 못지않은 긴장감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사육 중인 5000마리 돼지가 모두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 베이징(北京) 외곽에서 양돈업을 하는 한국인 김모 사장은 28일 "외부 차량 통제로 사료 반입이 어려워 생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며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었다. 김 사장은 급한 대로 사육두수를 30%나 줄이고 평소 화물차 운임의 세 배 이상을 주고 사료를 조달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이 10일 정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민 생활에 대한 통제가 부쩍 강화되고 도처에서 검문검색이 마치 계엄상황을 방불케 하듯 삼엄하게 펼쳐지고 있다. 당국은 올림픽 준비 초기 단계에서 '녹색 인문 과학기술 올림픽'을 집중 강조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평안 올림픽'이 베이징올림픽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주 베이징에 사는 한국인 간모 씨는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베이징에서 4시간 정도 떨어진 허베이(河北)성의 소오대산이라는 곳으로 무박 2일 코스 등산을 다녀왔다. 간씨 일행은 버스를 타고 가는데만 무려 두 번의 검문을 받았고, 돌아오는 길에도 세 번이나 여권을 제시하고 짐검사를 받아야 했다.

"사위가 적막하고 캄캄한 밤중에 아무데서나 차를 막아 세운 뒤 막무가내로 신분증과 여권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그저 상부의 지시라고만 할 뿐 특별한 이유도 말하지 않습니다." 간씨는 일행 중 신분증을 휴대하지 못한 회원 한 명은 결국 웨이(蔚)현이라는 곳에서 붙들려 날밤을 새워야 했다고 털어놨다.

베이징 시내 왕징(望京)에서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국인 김모 씨는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가게를 드나드는 공안(경찰)요원과 안전.소방 관계자들 때문에 영업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고 있다. 그는 "자칭 안전원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하루 한 번씩 들러 행색과 거동이 의심쩍은 사람을 신고하라고 을러댄다"고 하소연했다.

당국은 평안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철통 같은 경계와 거미줄 같은 안전망으로 사회를 통제하고 있다. 마치 베이징과 인근 성시를 비롯해 올림픽이 치러지는 도시 전체가 '보이지 않는 전선'과 같은 상황이다. 총 90개의 올림픽 경기장은 물론 주요 인사들이 묵는 예약 숙소 일대에 대해서도 물샐 틈 없이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다.

베이징 공안국은 최근 테러 분열 및 극단주의 세력, 형사범죄, 화재와 지진, 우박에 이르기까지 안전문제를 19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사건 사고 예방에 절치 부심하고 있다. 올림픽과 관련된 행사가 아니면 일체의 대중 문화활동을 할 수 없고 베이징 외곽 유흥지의 민박과 같은 숙소들도 9월까지 일절 외부인 손님을 받지 못하게 했다.

이런 가운데 27일 저녁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에서는 베이징 냐오차오(鳥巢.국가체육장) 형상을 한 현지 올림픽 체육센터에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 당국을 긴장 속에 몰아넣었다. 공안은 일단 용접과정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통이거스제 통이거멍샹(同一個世界 同一個夢想)'이라는 올림픽 선전 구호가 요란하지만 과도한 통제 때문에 막바지로 갈수록 주민들 사이에서는 '올림픽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이 '당신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 있다는 걱정과 함께 영광보다는 자칫 그늘이 짙은 행사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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