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 특파원의 今日中國] 선전시 '중국판 서브프라임' 공포

2008. 7. 2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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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폭락→대출금 상환압력→급매물 적체

'된궁차오'급증…거대은행 부실로 이어져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광둥(廣東)성 선전에 진출한 한국 전자부품회사 주재원인 김모 씨는 지난해 9월 선전 시 난산(南山) 지역에 새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다. 김씨가 매입할 당시 이 아파트 가격은 ㎡당 1만7000위안이었으나 최근 ㎡당 1만1000위안으로 떨어졌다. 김씨는 현재 이 집의 가격이 은행 대출금(매입가의 7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속병을 앓고 있다.

선전 시에는 올봄부터 부동산 폭락사태가 빚어지면서 김씨처럼 명의상으로만 소유자인 '빈 껍데기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선전 시 공식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선전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당 1만1159위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시세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1만7350위안에 비해 무려 36%나 하락한 수치다.

부동산 광풍을 타고 지난해 선전의 난산과 바오안(寶安) 등 이른바 투기지역에 몇 채씩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은 요즘 대출금 상환을 감당하지 못해 마구잡이로 매물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최고가의 절반 정도 가격에 급매물이 쌓이고 있으나 주택 구매 심리가 워낙 냉각돼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다. 이런 시장 상황은 다시 추가 폭락의 악순환을 낳고 결국엔 거대한 은행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분야에서는 최근 '돤궁차오(斷供潮.주택 대출금 상환을 중단하는 것)'라는 말이 유행이다. 은행 대출금이 집값을 상회하다 보니 적지않은 주택 소유자들이 대출금 상환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40%로 조정됐지만 작년만 해도 집 값의 30%만 가지고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주택대출제도가 이 같은 화를 키웠다.

더 큰 문제는 선전발 돤궁차오가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기타 지역으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베이징 부동산시장과 금융권에도 최근 주택 대출금 상환 포기자가 늘어나면서 은행 부실이 증가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베이징 시 금융 당국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나섰지만 베이징 부동산에도 냉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6월 일반 주택가격은 전월비 0.1% 상승하는 데 그쳐 지난 2005년 이래 3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베이징 인근 하북 성 엔쟈오 등 신규 주택 개발지역마다 연쇄 하락현상이 빚어지고 베이징의 '버블 세븐' 지역인 차오양(朝陽)구 중심상업구역, 하이덴(海淀)구와 왕징(望京) 등의 부동산 시세도 하락세다.

선전 부동산시장에서는 돤궁차오에 따른 주택 대출상환 불능 금액이 이미 1000억위안을 넘어섰으며 갈수록 부실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신중한 입장을 취해온 런민(人民)은행 선전 지행도 최근 '올 들어 선전지역에 불량 대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일각에서는 시장 부양이 없으면 은행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와 유사한 금융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부동산 건설업계는 선전의 돤궁차오가 8월 이후 부동산시장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굳어져 상황이 한층 심각해질 것이라며 대응책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자와 무주택자를 비롯한 부양 반대론자들은 부동산시장 부양은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부동산 개발상들과 투기꾼을 지원해주는 격이라며 인위적인 부양에 각을 세우고 있다. 40% 가까이 하락했다고 하지만 매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은 여전히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금융권의 집단 부실이 우려되는 가운데 선전 시 은행 감독국은 최근 부동산시장 동향과 은행들의 부동산 대출 상황에 대한 긴급 조사에 착수했다. 시 정부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부동산시장 부양 여부와 관련한 당국의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다. (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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