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이 오랜 친구 '포수'에게 보내는 편지

정철우 2008. 7. 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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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흔이 딸 화리양의 시구를 받는 모습. 그가 마지막으로 포수를 했던 날이기도 하다. (사진 제공=두산 베어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TO. 나의 너무 소중했던 친구 포수에게

얼마 전 딸 화리가 갑자기 묻더라. "아빠 왜 이제 포수 안해?" 늘 보던 포수 마스크를 쓰지 않은 내가 어색했었나봐.

그냥 대답 없이 하늘만 바라봤다.

...

솔직히 그동안 널 잊고 있었어. 이젠 내가 너와 함께 했었다는 걸 다 잊으려고 장비도 남들 다 줘버렸거든. 이젠 새로운 친구와 살아가야 하니까...

그동안 정말 내 인생의 전부였던 친구 포수야. 한 평생을 같이 해왔는데 떠나보내면서 인사도 제대로 못했네.

결국은 내가 잘못해서 너를 떠나보내는거 같아 정말 미안하다. 좀 더 잘했다면 더 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을텐데 말야.

널 만나고 나서 내겐 가족이 생겼고 좋은 집, 좋은 음식, 좋은 차...또 좋은 사람들까지. 정말 많은 걸 얻게 됐어. 그 모든걸 선물해주고 떠난 네게 진짜 고맙다. 모두 네 덕분이야.

특히 2001년 우승을 했을때를 잊을 수가 없다. 필중이형하고 호흡 맞춰서 마지막에 마해영 선배 삼진 잡고 둘이 부둥켜 안았을땐 정말 세상이 다 내것 같이 느껴지더라.

이 맛에 야구 하고 이 맛에 포수하는구나... 정말 우리 그때 대단했어 그치?

이별을 할땐 '다음에 다시 꼭 만나자'라고 얘기를 하는 법인데... 그런 약속도 해줄 수 없어 미안하다. 하지만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니까...

너도 알겠지만 이제 난 다른 친구를 찾아 동거를 시작했어. 다른 포지션과 만나게 된 날 멀리서나마 지켜봐주고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나와 지금까지의 모든 삶을 함께했던 친구 포수야...

정말 고마웠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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