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국민 사이, '박희태 호' 새출발

2008. 7. 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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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

3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10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당선된 박희태 후보가 강재섭 전 당대표에게 당기를 건네받고 있다.

ⓒ 유성호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3일 한나라당의 새 대표에 당선됐다.

'박희태 호' 출범은 예견된 수순이었지만,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입법부와 행정부, 지방정부를 모두 장악했지만 한나라당은 내부적으로 계파 갈등에 외부적으로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라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박 후보는 선거운동 직후부터 범 이명박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원외'라는 한계는 있었지만 당내 계파는 물론이고, 여야 및 당청 관계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무난한 인물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1인2표제였던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계 일부가 '허태열-김성조' 조합이 아니라 '박희태-허태열' 조합으로 투표할 정도였다.

청와대와 여권 주류의 기대는 절대적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오랫동안 당에 몸담아왔던 분으로 경륜을 충분히 갖춘 만큼 당을 화합의 방향으로 원만하게 잘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 의원들의 바람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도부 9명 중 7명이 '친이'... 대통령 친정체제 강화될 듯

박 대표는 당선되자마자 "야당 시절에 만든 당헌·당규 개정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정 분리의 재검토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당 장악능력이 한층 높아질 것임을 시사한다.

이 대통령이 여당 전당대회에 직접 참석한 것도 당·정 분리 원칙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대통령이 다녀간 뒤 전대 결과는 친이 3명(박희태·공성진·박순자), 친박 1명(허태열), 무당파 1명(정몽준)의 선출직 최고위원으로 짜여졌다.

당연직 최고위원인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범 이명박계'로 분류되고, 박 대표가 2명의 최고위원을 추가 지명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친이 그룹이 지도부 9명 중 7명을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8월 27일 저녁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공동 선대위원장이었던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이 대통령의 잔을 채우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러나 '권력(대통령)'과 '민의(국민)'가 충돌할 경우 여당이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냐에 대한 답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계파를 막론하고 "여당이 대통령의 거수기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말은 많지만, 청와대의 뜻이 한 번 정해지면 반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미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이도 저도 아닌 추가협상을 추인한 것이나 당·정·청이 주도하는 '신 공안정국'에 대해 소신껏 "아니오"를 외치는 의원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좌충우돌이 계속되는 동안 여당이 이를 제대로 제어하는 역할을 못했는데, 강재섭 전임 대표와 여러가지 면(5선, 검사 출신, 합리주의자)에서 '판박이'라고 할 수 있는 박희태 대표가 과연 차별화된 리더십을 보여줄 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도 많다.

당직 안배 문제도 '박희태 호'의 순항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박 대표가 당·청 분리를 정리할 필요성을 얘기한 가운데 벌써부터 친이 직계들이 당직의 주요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에 당선된 직후 이방호 사무총장 등 이명박계가 당직을 독식하며 계파 갈등이 격화된 것을 감안하면,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경우 당내 분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버스요금 70원' 악재에도 정몽준 '약진'... 박근혜와의 대권경쟁 본격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10차 전당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던 도중 한 당원으로부터 선물받은 교통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한편, 비록 2위에 그쳤지만 '무계파' 정몽준 의원의 약진도 눈길을 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 의원이 지도부에 안착함에 따라 박근혜 전 대표 측이 긴장해야 할 상황이 온 것이다.

박희태 대표가 출사표를 던지기 전까지 유력한 대표 후보였던 그가 2위로 밀려난 점을 들어 정 의원의 패퇴로 해석하는 기류도 있지만, 입당 6개월 만에 1위에 버금가는 득표를 기록한 것은 '선전'으로 평가할 만 하다. 당내에서는 정 의원이 입당 직후부터 호남과 충청 등 소외지역 대의원들을 집중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 의원의 측근들은 차기 대권도전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지만, '버스요금 70원' 발언에서 드러나듯 귀족 이미지를 털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현대중공업 CEO로서 갖가지 실수가 많이 부각된 그로서는 이 대통령과 겹치는 이미지도 씻어내야 한다.

정 의원은 버스요금 사건을 만화히가 위해 정견 발표에서 지지자로부터 받았다는 T-머니 카드를 들어보이는 재치를 발휘했지만, 이 카드가 정 의원이 쓸 수 없는 청소년용 카드라여서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이명박 시대가 출범한 이후에도 계파의 생명력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박근혜계는 허태열 의원을 지도부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비록 전체 3위에 그쳤지만, 그가 대의원 투표에서 2위를 기록한 것은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허 의원 혼자만으로 이명박계 일색의 당 운영에 제동을 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전당대회 정견발표에서 "어느 계파는 누구를 찍으라는 주문이 내려오고 있다"고 '줄서기'를 비판한 '친박' 김성조 후보는 "우리가 무슨 죽을 죄를 지었다고 피땀으로 세운 정권이 이 지경이 됐냐"고 격정을 토해낸 '친이' 공성진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의 친정 체제 강화와 정몽준 의원의 약진 속에 박근혜계는 여전히 '비주류'라는 현실을 이번 전당대회 결과가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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