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조 높은 저항음악의 상징

2008. 6. 2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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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상을 바꾼 노래 32. 보브 딜런의 <블로잉 인 더 윈드>(1963년)

"귀가 얼마나 많아야 사람들의 울부짖음을 들을 수 있을까?" 먼저 묻는다. 이에 응한다. "친구여, 대답은 바람결에 날린다네."

불가의 선문답이 아니다. 도가의 무위자연을 이르는 말도 아니다. <블로잉 인 더 윈드>의 노랫말은 해답이 너무도 명백해서 의중이 도리어 모호해진 질문과 같다. 해답은 실상, 질문에 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이라는 것이다. 노랫말의 다른 구절들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많이 바다를 건너야 비둘기는 모래밭에서 잠들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이 날아다녀야 대포알은 영원히 금지될 수 있을까?" 대포알과 비둘기로 환유한 그 질문에는 전쟁과 평화에 대한 입장이 선명히 아로새겨져 있다.

<블로잉 인 더 윈드>는 흔히 "가장 유명한 프로테스트 뮤직(저항음악)"으로 일컬어지는 노래다. 뒷날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와 함께 대중음악 만신전의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는 보브 딜런의 이력이 만개하기 시작한 것 또한 이 노래와 함께였다. 여기서 딜런은 시대와 맞서는 양심을 고양함으로써 당대 인권운동과 반전시위의 가장 강력한 연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특히, 여타의 저항음악들과는 격이 다른 노래를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 받았다. 직접의 정치적 메시지 대신 은유의 문학적 수사를 차용한 <블로잉 인 더 윈드>의 노랫말은 대중음악의 수준마저 격상시킨 것이었다.

실제로, <블로잉 인 더 윈드>에서 보브 딜런이 상정한 것은 구체적인 정치의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가치였다. "최악의 범죄자들 가운데 일부는 잘못된 것을 보고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돌려버리는 자들이다." 이 노래를 수록한 앨범 <프리휠링 보브 딜런>의 라이너노트(속지)에 직접 밝힌 바와 같이, 보브 딜런은 무관심이라는 비인간적 처사를 각성하는 것이 궁극의 해답이라고 판단했다. 음악학자 래리 스타와 크리스토퍼 워터맨의 지적처럼, 이 노래가 "시대와 장소에 제한받지 않고 공명하는 울림"으로 저항음악의 상징처럼 자리잡은 것은 바로 그 보편성의 가치 추구에 있었다.

물론, <블로잉 인 더 윈드>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피터, 폴 앤 매리였다. 그들이 리메이크한 감미로운 팝 버전은 발매 첫 주에만 30만장이 팔리며 1963년 7월,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오름으로써 포크의 대중적 잠재력을 확인시켰다. 하지만 가장 탁월한 송라이터로서 보브 딜런의 존재감을 대중과 시대 앞에 부각시킨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성공은 딜런의 어눌한 웅얼거림에 담겼던 본래의 진정성을 희석시키고 얻은 것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이 노래의 가치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에 있었기 때문이다.

<블로잉 인 더 윈드>는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촉구하는 노래다. 그것은 1964년의 이른바 '프리덤 서머(자유의 여름)'에 동참했던 이들의 열망과 함께 울려 퍼졌다. 2008년 대한민국에도 여름이 시작됐다. 촛불로 타오르고 있는 해답을 찾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눈이 필요한 것일까?

박은석/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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