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 특파원의 今日中國] '통신시장재편' 속뜻은 中기업 챙기기?

본토 법인 H주 중궈뎬신

알짜사업 CDMA사업 특혜

'해외기업'훙처우주 기업

바뀌는 시장서 고전 예상

〔베이징=최헌규 특파원〕중국 증시에는 서방국가의 증시에 없는 용어로 H주와 훙처우(紅籌.Red칩)주라는 주식(기업)이 있다. H주는 중국 본토에 법인 등록이 돼 있는 회사로서 중국 증감회 비준을 거쳐 홍콩시장에 상장한 중국 국유기업이다.

H주 기업이 본토에 등록된 완전한 의미의 중국 기업이라면 훙처우주는 중국 본토자본이 35% 이상으로서 홍콩 등 해외에 법인 등록을 하고 현지 증시에 상장된 중국계 기업이다.

훙처우주에도 대형 국유기업이 많아 때론 훙처우주와 H주 구분이 모호할 때도 있지만, 중국에서는 훙처우주 기업이 해외(주로 홍콩) 법인 등록지의 관리를 받는다는 점에서 편의상 '해외 기업'으로 부르기도 한다.

다만 H주나 훙처우주 둘다 주사업 무대가 중국이며 홍콩에 상장된 훙처우주 기업 역시 비록 본토 자본비중이 적다 해도 이미 중국에 귀속된 홍콩자본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중국 기업이기는 매한가지다. H주 기업은 비유통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훙처우주에는 발행주식 전량이 유통되고 있고, H주가 회사채 발행 등에서 중국법 적용을 받는 데 대해 훙처우주 기업은 법인 등록지 법에 따르는 것도 차이점이다.

이런 기준에 따를 경우 H주에는 중궈뎬신(中國電信.차이나텔레콤) 젠서(建設)은행 중궈런서우(中國人壽) 등이 있고 훙처우주 중에는 중궈이둥(中國移動.차이나모바일), 중궈롄퉁(中國聯通.차이나유니콤), 중궈왕퉁(中國網通.CNC) 등이 속해 있다.

중국당국은 업체 간 균형경쟁을 도모하고 고객 요금을 끌어내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최근 대대적인 통신시장 재편 계획을 발표했다. 전통 유선업자인 중궈뎬신에 중궈롄퉁의 알짜사업인 CDMA사업을 안겨주고 중권롄퉁(GSM사업)-중궈왕퉁(유선), 중궈이둥(GSM)-중궈톄퉁(中國鐵通)을 각각 짝짓기하는 내용이다.

일부 서방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통신시장 재편의 최대 수혜자가 H주 기업인 중궈뎬신이라는 점을 들어 중국당국이 '적통' 중국기업 챙기기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한다.

순수 중국기업인 H주 기업 중궈뎬신이 전통 유선전화 사업 및 경영 비효율로 성장의 한계에 부딪치자 일종의 특혜성 조치로 중궈롄퉁의 CDMA사업을 떠안겨 새 활로를 열어준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업 인수합병 후 중궈뎬신은 유선전화와 인터넷망, CDMA 가입자를 합쳐 3억명의 고객을 거느리며 중국 이통시장의 중궈이둥 일사독주체제를 견제할 전망이다.

반면 훙처우주 기업인 중궈이둥, 중궈롄퉁, 중궈왕퉁은 무선과 이동통신시장에서 누려온 각자의 우월적 시장 지위를 일정 부문 나눠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전망이다.

중궈이둥은 별 실익이 없는 중궈톄퉁을 넘겨받는 대신 이통시장이라는 황금사업의 파이만 경쟁업체들에 나눠주는 상황이 됐다. 중궈롄퉁도 같은 훙처우주 기업인 중궈왕퉁을 인수하지만 '약(弱)-약(弱) 연합'이라는 지적처럼 향후 중국 이통시장 3족 정립시대에서 약체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CDMA망을 인수해 신사업 신기술 신서비스를 보유하게 된 H주기업 중궈뎬신이 2~3년이 지난 뒤에는 훙처우주 기업으로 그동안 중국 이통시장을 석권해온 중궈이둥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차세대 이통시장에서도 중궈뎬신은 CDMA 2000 영업권과 함께 막강한 자금지원을 얻어 3G시대의 최강자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중궈롄퉁(WCDMA)은 자금력의 열세로 인해, 중궈이둥(TD-SCDMA)은 표준상의 제약으로 향후 3G경쟁시대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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