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 특파원의 今日中國] 자본에 위협받는 '현대미술의 요람'

2008. 5. 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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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798 예술구

부동산 열풍 임대료 급등

관광.소비중심지로 변신

〔베이징=최헌규 특파원〕중국 현대미술의 요람으로 각광을 받아온 베이징(北京)의 '798 예술구'가 부동산 개발 바람에 휩싸여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베이징 시내 동북쪽 다산즈(大山子)에 위치한 798 예술구는 2000년대 초 가난한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 거대한 예술창작구를 이뤘으나 최근 상업자본의 투기 바람과 외부인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예술(가) 없는 예술촌'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12일 오전 커다란 아파트 단지 규모의 798 예술구는 육중한 건설장비가 구내 곳곳에 들어선 가운데 거대한 공사현장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곳 화랑 '백년인상(百年印象)'에서 만난 안전(安振) 씨는 "올림픽을 앞두고 부동산 개발붐이 일면서 빌딩과 사무실 임대료가 급등해 예술 창작활동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안씨는 "798은 그동안 국내뿐 아니라 해외 현대 미술계에도 많이 소개된 중국의 대표적 현대예술 창작촌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건설 공사의 소음과 함께 외부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자동차가 밀려들면서 쇼핑가나 자금성 같은 관광지로 변질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6년 전인 지난 2002년 이곳에 입주한 촨레이(傅雷) 씨는 "버려진 군수공장터로 잡초만 우거졌던 이곳은 임대료가 저렴해 가난한 예술가들이 예술활동을 하기에 이상적인 장소였는데 이제 더이상 조용하지 않고 너무 번화한 지역이 됐다"고 말했다.

촨씨는 "798이 5년 만에 예술은 간 데 없고 돈벌이에 혈안이 된 자본가형 화랑들과 상업적 예술가들의 투자 낙원으로 모습을 바꿨다"며 "최근 들어서는 관광과 소비 중심지로 변하고, 심지어 가구 상가까지 들어서는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798예술구가 '부동산 업자들의 세상'으로 탈바꿈하면서 가난한 예술가들은 하나둘 화구를 싸들고 시 외곽으로 보금자리를 옮겨가고 있다. 산시(山西)성에서 온 천씨(陳)는 영세 소형 화랑은 대형 개발상들에 의해 속속 주차장 또는 재개발대상으로 편입되고 있고, 이런 개발붐 속에서 임대료가 5년여 전에 비해 5배나 급등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 이곳에 문을 연 '홍(紅) T화랑'은 지난 3월 문을 닫고 베이징 외곽으로 작업실을 이전했다. 지금 이곳은 육중한 건설장비가 들어선 가운데 올림픽전 완공을 목표로 대형빌딩및 주차장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2000년대 초반에 들어왔던 입주 1세대들 상당수가 이미 자리를 떠났고 새로 입주하는 사람들은 예술 창작 자체보다는 유행과 패션, 상업적 기회를 추구하는 데 혈안이다. 천씨도 임대료 부담 때문에 조만간 이삿짐을 꾸려 798을 떠날 계획이다.

798 예술구의 이 같은 변화는 중국의 경제 성장을 반영하듯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뉴욕의 소호거리가 30년 만에 비싼 레스토랑을 갖춘 상업거리로 변신한 데 비해 베이징의 798은 불과 5년여 만에 예술 창작촌으로서 원형을 잃고 있다.

시대 유행을 주도하는 거대 상업자본이 밀려들면서 798 초기 예술창작의 혼과 포스트모더니즘, 전위와 기괴함의 분위기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금 798은 베이징 현대미술의 명소라기보다는 화랑이든 예술 관련 소품이든 글로벌 정상급 브랜드만이 명맥을 유지하는 거대 관광 및 소비, 상업가로 전락할 운명을 맞고 있다. 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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