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 특파원의 今日中國] 中네티즌 '마타도어'..외국기업 몸사린다

2008. 4. 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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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푸.KFC 등'두더지 잡기식'사냥에 올림픽 앞두고 전전긍긍…신민족주의 우려목소리 고조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중국에 진출한 외자 기업들은 요즘 살얼음판 위를 걷는 심정이다. 대회를 100여일 앞둔 시점에서 여느 올림픽 같으면 벌써부터 올림픽 마케팅의 포화가 터져 올랐을 법도 한데 중국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몸을 웅크리고 잔뜩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시짱(西藏.티베트) 사태'로 빚어진 국제 사회의 올림픽 정치화 문제와 이에 대한 중국 네티즌의 집단반발에 서둘러 올림픽 대목 장사에 뛰어들어야 할 외자 기업들의 운신을 제약하는 직접적 요인이다.

1억명이 넘는 중국 네티즌은 마치 게임기로 '두더지 잡기'놀이를 하듯 카르푸와 코카콜라, KFC 등 다국적 기업들을 두들겨대고 있다.

카르푸가 티베트 독립에 우호적이었다는 이유로 중국 내수 영업에 큰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이 회사 중국 인터넷 홈페이지와 쇼핑몰이 최근 해커들의 공격으로 운영 중단의 마비상태에 빠졌다. 일부 언론에는 카르푸 매장에서 상품을 구입하던 소비자가 구타당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네티즌은 홈페이지에 "우리의 성화를 보려는데 (프랑스) 경찰이 제지하고, 육교 위에서 파리인이 당신을 향해 쓰레기를 던지는데 그냥 참아야 하느냐"는 등 반프랑스 정서를 고취하는 글을 싣고, "500위안어치 상품 구입자에 대해 250위안짜리 상품구입권을 제공한다"는 악의적 유언비어를 유포시켰다.

네티즌의 등쌀에 못 이긴 카르푸는 끝내 22일부터 중국 인터넷 홈페이지를 폐쇄했으며 인터넷 쇼핑몰 운영을 전면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회사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정치.종교에 개입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올림픽을 지지하는 입장"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티베트 문제에 대한 강경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번주 안에 중국에 특사를 파견키로 했고, 21일에는 파리 성화 봉송 훼방 사건에 대해 당시 주자였던 펜싱 선수 진징(金晶)에게 서한을 보내 유감을 표시했다.

중국 네티즌은 "미국 하원이 중국 정부에 티베트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미국 기업인 KFC에 대해서도 불매운동을 부추겼다.

코카콜라는 티베트 승려가 등장한 자사 광고판이 중국인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자 "정치.종교와 연관이 없다"고 해명하고 서둘러 광고판을 철거한 바 있다.

여기저기서 '사과성명'이나 '충성맹세'와 같은 다짐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중국 네티즌의 '튀는 두더지' 두들기기 게임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마치 '성공 올림픽'을 치르기 위한 중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1억명 중국 네티즌이 대신 떠맡은 격이다.

대다수 네티즌의 태도에는 관용과 사랑은 찾아보기 힘들고 올림픽 정신과 거리가 편견과 독선, 국수주의의 발로인 적대감만 가득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작 올림픽의 수혜 당사자여야 할 후원.광고기업들의 입지가 갈수록 옹색해지는 느낌이다. (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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