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 특파원의 今日中國] 세살부터 여든까지..영어에 빠진 中대륙

2008. 4. 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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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학과수강 포기 영어시험 사활…직장인도 승진위해 업무 뒷전 학원행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네이멍구(內蒙古) 허린(和林)현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시거우먼 초등학교. 지난 4일 전교생 50명의 이 작은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좋은 학교에 진학하거나 교사가 되기 위해, 또는 지도자가 되거나 도시에 취직하려고' 영어를 배운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영어 배우기 열풍이 초등학생과 성인,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사람들의 영어학습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사회적으로 찬반 양론이 일어나고 당국도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는 5월과 6월 중국은 대학영어 4급 및 6급 회화시험과 필기시험을 치른다. 입학 시험에 이어 중국 대학생들이 겪는 혹독한 시련 중 하나다. 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졸업도 어렵거니와 대졸자로서 행세를 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시험 한 달 전부터 아예 학과 수강을 포기한 채 사활을 걸고 시험 준비에 매달린다. 시험 날짜가 임박해오면 강의실이 텅텅 빌 정도다. 대학가 주변에서는 부잣집 자녀를 대상으로 시간당 2000위안을 호가하는 고액 과외가 기승을 부린다.

대학영어 자격시험을 앞두고 최근 시험 등록이 한창인 가운데 서점과 학원가는 참고서 판매와 수강 신청자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서점에서는 디지털 학습 보조기 등 각종 전자 어학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영어 참고서 등 관련 교재 판매는 매년 30% 이상의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졸 자격시험 외에도 중국에서는 최근 취학 전 아동들의 캠브리지 영어시험, 공공영어 등급시험, IELTS(雅思), 토플(托福), GRE, 석.박사 시험 등 숱한 영어자격 시험들이 치러진다. 이런 수요 때문에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는 영어 관련 학원이 매년 수백개씩 늘어나고 있다.

캠퍼스 밖 산업현장에서도 직장인들이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 영어학습에 치중하면서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다. 중국의 영어학습 인구는 성인 1억명과 학생 3억명을 합쳐 4억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이 영어학습에 연간 2000위안씩만 지출한다 해도 8000억위안이라는 비용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사회적으로는 영어교육의 당위성을 내세우는 주장과 과도한 영어 열풍을 우려하는 지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외교부 대변인 출신의 한 관리는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컴퓨터의 역할처럼 영어는 국제화 시대 글로벌 인재의 필수적인 자질"이라며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전국민 영어 학습이 경제적으로 '밑지는 장사'라며 광풍을 잠재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전국에서 4억여명이 영어를 배우고 있지만 졸업 후 영어를 실제 업무에 활용하는 사람은 10% 정도로, 결과적으로 교육자원의 낭비가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영어교육을 놓고 찬반 양론이 분분하지만 중국인들의 영어 붐은 갈수록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13일 베이징 정법대의 한 대학생은 "영어 능력에 따라 취업기회와 승진, 보수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영어학습의 과열을 우려하는 것은 참으로 비현실적이고 한가한 소리"라고 지적했다. (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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