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성별 고지한 의사 처벌, 위법인가?

2008. 4. 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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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건강] 현행법상 불법으로 규정된 '태아 성별 고지 금지'를 놓고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10일 의료법 위헌확인등 병합사건에 대해 변론을 열 예정으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의료법 제19조의 제2항은 의료인이 태아 또는 임부에 대한 진찰이나 검사를 통해 알게 된 태아의 성별을 임부 본인, 그 가족, 기타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이 의사나 임부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이번 2가지 사건을 나눠 상세히 짚어본다.

▲"기본권 침해한다"며 소원제기

이번 사건 청구인 A는 지난 2004년5월 아내가 임신함에 따라 초음파검사를 받으면서 태아의 성별을 알려줄 것을 의사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담당의사는 의료법에 의거 이를 거절했다.

이에 청구인은 의료법 규정이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출산을 한 달 정도 앞둔 같은 해 12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측은 남아선호 사상에 입각한 태아의 무분별한 낙태를 방지하기 위해 입법한 조항으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나 의료인이 태아에 대한 성감별 결과를 임부의 임신기간과 무관하게 무조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행복추구권과 알권리 등을 침해하는 것이며 낙태가 불가능하게 되는 시기에 이르러서도 낙태의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태아가족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임신말기의 낙태는 산모의 건강을 해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낙태의 위험성도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태어날 유아의 용품 준비 등을 위한 사전정보의 제공차원에서 임신 28주 이후부터는 진료과정상 인지하게 된 태아의 성별을 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복지부측은 남아선호사상이나 남녀 성비의 심각한 불균형과 같은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신기간에 관계없이 태아의 성별 고지를 금하는 것이므로 이것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청구인의 알권리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자격정지 받은 의사, 위헌 헌법소원심판 청구

또 다른 청구인 B는 산부인과 전문의로 1999년경부터 서울에서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하던 중 2005년 복지부장관으로부터 2001년부터 3차례에 걸쳐 산모에게 태아의 성별을 알려줘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의사면허자격정지 6월 처분을 받았다.

이에 B는 서울행정법원에 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의사면허자격 정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재판중 의료법 제19조의2 제2항의 위헌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지난 2005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B측은 국가가 출산을 장려하고 딸도 아들과 동등한 인격적 주체로서 인정되는 요즘, 어렵게 임신한 정상적인 부부가 태아가 딸이라고 해 낙태를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설사 태아의 성을 감별해 낙태를 하더라도 형법상 낙태죄의 규정만으로도 낙태행위의 방지목적이 충분히 달성됨에도 태아의 성별고지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의료인의 직업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낙태죄에 대해 선고유예 판결을 받는 경우 행정처분상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반면, 6월 이상의 의사면허정지처분의 불이익을 주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고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한 서울행정법원은 태아의 성별 고지 그 자체가 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어 의료행위상 필요하지 않은 성별 고지를 금지하는 것은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출산준비를 함에 있어 다소 불편함을 주는 것 외에는 특별히 자기실현을 본질적으로 크게 침해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태아의 성감별 확인을 해 줌으로써 낙태를 야기한 경우 의료인의 위법성이 크다고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낙태죄로 인해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경우와 이 사건의 의료법 조항을 위반해 선고유예판결을 받은 경우는 본질적으로 동일하지 않다고 밝혔다.

복지부 또한, 자녀를 한명만 낳으려는 경향과 남아선호경향이 더해지면 태아 성감별을 통한 낙태가 더욱 조장될 수 있다며 부모가 10개월 동안 자녀의 성별을 알지 못해도 자녀를 낳을 것이 분명한 이상 이로 인해 침해되는 알권리와 행복추구권에 대한 제약은 비교적 경미하다는 견해다.

한편 이 두 사건은 태아의 성별 고지 금지행위가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가와 태아를 임신한 임부와 그 가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지가 핵심인 만큼, 헌재에서 청구인 및 이해관계인들의 팽팽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메디포뉴스 이성호 기자(lee@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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