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영화 내 사랑]기주봉이 본 '백야'..나를 바꾼 그들의 예술 열정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다. 어떤 분야든 예술을 하는 사람들 가슴에는 이 말이 자리해 있다고 생각한다. 눈앞의 돈과 인기 등을 무시할 수 없지만 예술인들의 가장 큰 꿈은 만고에 남는 작품을 남기는 데 있는 것이다.
니콜라이(미하일 바리시니코프)는 세계적인 발레리노, 레이몬드(그레고리 하인즈)는 탭댄서다. 니콜라이는 이념과 무관한 예술을 하기 위해 소련에서 미국으로 망명했다. 레이몬드는 월남전에 항의, 탈영한 뒤 춤을 계속 추기 위해 미국에서 소련으로 망명했다.
두 사람은 영화 '백야'(White Night)의 주인공이다. 이야기는 니콜라이가 해외 순회 공연 중 기체 고장으로 시베리아에 불시착, 8년 만에 다시 고향에 감금되면서 시작된다. KGB는 소련인 부인(이자벨 로셀리니)과 살고 있는 레이몬드와 니콜라이의 애인이었던 가리나(헬렌 미렌)를 종용, 니콜라이를 새로 건립된 극장의 개막공연에 출연시키는 등 체제 선전에 이용하려고 한다. 니콜라이는 이에 불응, 탈출을 기도한다.
이 영화는 1980년대 중반에 봤다. 경남 마산에서. 포스터에 실린 '아카데미상 수상작' '예술대작' 등에 끌려 아무 정보 없이 봤다. 당시 나는 연극 공연이 끝나면 지방으로 여행을 다니곤 했다.
영화는 홍보 문구에 손색이 없었다. 니콜라이가 가리나와 레이몬드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하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니콜라이가 소련에 감금돼 있는 레이몬드를 구해 그의 부인과 재회하게 해주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물을 훔치게 했다. 곳곳에 설정돼 있는 니콜라이와 레이몬드의 춤은 그들의 예술을 향한 열정과 일그러진 현실 사이의 괴리를 고조시켜 주었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라이오넬 리치가 부른 주제가(Say You Say Me)와 함께 오래도록 회자될 작품이었다.
연극을 하던 시절, 간혹 소주잔을 기울이며 관객이 적거나 생활이 어려운 점 등을 불평하고는 했다. '백야'를 보고 난 뒤에는 달라졌다. 체제에 시달리는,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 예술인에 비하면 흥행성적이나 생활이 어떻든 내 생각을 맘껏 펼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데 감사해야 했기에.
〈 배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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