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 특파원의 今日中國] 실리도 명분도 못 챙기는 對中한국외교

2008. 3. 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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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외교부 장관

李대통령 訪中앞두고

胡주석 면담도 못해

티베트 사태도 입장 모호

獨등'소신외교'와 대조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중국 티베트 사태가 국제 외교무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에게 폭력 사태 종식을 촉구한 데 이어 22일에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이 "중국 당국이 진상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미국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지난 20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에게 시위대를 신중히 다루고 대화를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한결같이 티베트 사태와 관련, 중국 정부에 대화 및 평화적 해결, 진상 공개를 촉구하는 내용들이다.중국 당국이 베이징올림픽을 볼모로 한 불순한 정치화 기도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압력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각국이 티베트 사태를 압박하면서 중국과 이들 국가와의 외교 전선에 냉기류가 확산될 조짐이다. 중국과의 향후 외교 기상도를 내다볼 때 가장 흥미를 끄는 나라 중 하나는 독일이다.작년 9월 티베트 문제(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달라이 라마 접견)로 냉각됐다가 지난 1월 독일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면서 순풍을 타려던 중.독 관계가 독일 외무장관의 이번 발언으로 다시 후퇴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미 재생에너지설비 구매 협상 보류 등 경협에까지 불똥이 번지고 있다.중국 측은 외부 압력에 대해 악의적인 정치화 선전이고 무례한 내정간섭이라며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대중 관계에 있어 온탕과 냉탕을 가리지 않고 주권 외교국으로서 할 말을 한다는 입장이다. 강대국들의 외교에는 이처럼 이념과 명분, 실리를 모두 움켜쥐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적절한 카드를 빼드는 유연성이 돋보인다.이 점에 비춰볼 때 중국 등에 대한 우리의 강대국 외교는 경직되고 옹색한 감이 없지 않다. 말뜻부터 모호한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인 중국과는 늘 몸을 낮추고 문제를 덮고 봉합하는 데만 급급한 감이 있기 때문이다. 대중.대미 관계에 있어 모두 실용 노선을 표방하고 있지만 '친중이냐, 친미냐'는 이분법적 이념의 속박 때문에 다양한 카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현실 외교무대에 있어 할 말은 하는 강단 있는 외교는 독일과 같은 강대국에나 해당하는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모든 걸 두루뭉술하게 덮고 넘어가는 자세로는 외교무대에서 우리의 입지가 갈수록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티베트 사태로 어수선한 가운데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20~22일 새 정부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베이징에 다녀갔다. 유 장관은 주중 대사가 공석인 상황에서 많은 중국 지도자를 만나 관계증진과 북핵문제, 올림픽 협력 등 여러 현안을 논의했지만 당초 추진했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예방은 끝내 불발됐다.일본의 경우 작년 12월 초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외무장관이 베이징에서 후 주석을 만나 일본 방문 약속과 함께 중.일 관계의 회복 무드를 끌어내는 외교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장관 취임 후 첫 방문국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임박한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유 장관이 상대국 원수를 사전 면담하는 것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한국에만 유독 중국 외교무대의 문턱이 높은 것인지, 아니면 우리 스스로 중국 앞에 서면 자세가 낮아지는 것인지 대중 외교의 실체를 재점검해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 아그레망이 오갈 신임 주중 대사를 고르는 데서부터 외교적 자질과 전문성이 뛰어난 인물로 투명한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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