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영화 내 사랑]김중기가 본 '타인의 취향'

2008. 3. 1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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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심각한 애정관계 코믹하게 풀어

최근 나는 '여자, 정혜'의 이윤기 감독이 연출하고 전도연·하정우씨가 주연을 맡은 영화 '멋진 하루' 촬영을 마쳤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이감독은 미리 봐둘 만한 영화 30여편을 추천했다. 이 가운데 한편이 바로 '타인의 취향'(1999)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발견한 진주 같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코믹 멜로영화다. 심각한 예술영화가 아니라 국내외 흥행에 성공한 재미있는 영화다. 중년의 사장 카스텔라와 그의 영어회화 개인교수인 연극배우 클라라를 중심으로 서너 커플의 애정관계를 다뤘다.

얼핏 보면 흔한 멜로영화와 다름없어 보이지만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은 제목 그대로다. 사업과 연극만 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두 중년 남녀를 중심으로 타인의 삶과 그들의 취향에 대해 실감나게 조명했다. 카스텔라가 클라라에게 영어로 시를 써서 사랑고백을 하는 장면과 같이 잘 구축된 보석 같은 장면 등이 눈에 선하다. 카스텔라를 자신의 연극에 초대한 뒤 초조하게 기다리는 클라라, 공연이 끝난 뒤에야 카스텔라를 발견하고 큰 눈에 기쁨을 담는 클라라, 그를 보고 작은 속말로 '브라보'라고 화답하는 카스텔라, 바로 이어지는 카스텔라의 운전기사 브루노의 소박한 연주회로 끝나는 이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는 지금까지 내가 본 어떤 영화의 마지막 장면보다 감동적이었고 위대했다.

아울러 이 영화의 배경음으로 잔잔하게 흐르는 클래식 소품과 성악곡 역시 영화감상의 재미를 더해준다. 마지막 연주회에 흐르는 에디트 피아프의 '아뇨, 전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Non, Je Ne Regrette Rien)를 들으며 난 결국 눈물 몇 방울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를 소개하고 싶다. 카스텔라의 부인 안젤리크와 운전기사 브루노가 풀밭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안젤리크의 애견을 보며 나누는 대화다. "행복해 보이죠? 타인에게 상처도 안 주고, 세상이 얼마나 추한지도 모르고, 얼마나 행복해요" "그게 인생인 걸요. 그안에서 살아야죠." "싫어요. 끔찍하고 지긋지긋해요" "그럼 놀이동산에나 가야죠"

〈 배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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