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 여성의 날, 동갑된 여의사 현실은

2008. 3. 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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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3월8일 여성의 날 100주년.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의사협회가 탄생한 지도 100주년을 맞았다.

여성의 날과 동갑이 된 우리나라 여의사들의 현실은 과연 어떠할까.

그동안 금남의 구역으로 불렸던 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까지 속속 여의사들이 진출하면서 진료과 장벽은 사라지고 있지만, 환자들의 편견의 벽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 5명 중 1명 여의사, 국시 수석도

올해 발간된 '2007년 여성통계연보'에 따르면, 의사면허를 취득한 여성의 수는 2006년 현재 1만8071명으로 전체 의사면허자수인 8만8214명 중 20.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의사 5명 중 1명은 '여의사'라는 얘기다.

특히 최근 의학전문대학원이 증가하는 등 의약계열을 전공하는 여성은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차후 여의사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교육통계연보를 보면, 2007년 의약계 대학원 재학생 중 여성의 비율은 49.4%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 45.8%에 비해 3.6%p 증가한 것으로 전체 대학원생 중 여성비율인 46.2%인 것과 비교해도 3.2%p 높다.

특히 올해 의사국시에서도 여풍이 휘몰아쳤다. 올해 신규 의사면허 획득자 3887명 가운데 여성이 1301명으로 33.5%를 차지했다. 더구나 연세의대 김혜원씨가 의사국시 538점 만점에 496.5점(92.3%)으로 수석을 꿰 찼다.

◇ 출산·육아, 여의사는 "더 힘들어"

이처럼 의료계에서 여성의 파워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여느 직장 여성과 못지 않게 여의사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바로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문제다.

전문의를 딴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혹독한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임신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라는 것이 여자 전공의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A대학병원 내과 전공의 3년차인 윤모씨(29·여)는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연히 전공의들끼리 커플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임신과 출산에 따른 부담 때문에 결혼 전부터 아이는 전문의 되고 난뒤 갖자고 한다"고 말했다.

혹여 밤에 응급환자로 인해 갑자기 수술에 투입되는 경우도 태반이라 신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전공의 과정에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되면 남들보다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한몫 한다.

B대학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2년차 김모씨(27·여)는 "공식적으로 출산 휴가가 3개월이지만, 전공의는 빠진 만큼 실제적 훈련의 기회가 줄게 돼, 출산 후 보름이나 한달 후에 복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대부분의 전공의 같은 수련과정에 있거나 대학병원 교수라도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다면 사실상 출산과 육아는 아예 생각을 말아야 한다.

◇ 환자들의 편견, 여전히 높아

드라마 '뉴하트'에서 남혜석(김민정 분)은 의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인턴 성적도 최고였지만 정작 흉부외과에서는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낙방한다.

결국 남녀차별에 분해 병원 앞 농성을 한 결과 흉부외과에 들어가게 된다. 지금이야 이처럼 실력이 있음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낙방하는 경우는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얘기가 됐다.

30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외과 여의사로 이름을 올린 박귀원 교수(한국여자의사회 회장)에 이어 점차 외과에서도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

특히 남자들의 성역으로 통했던 비뇨기과에도 이대목병원 윤하나 교수가 진출하면서 현재까지 비뇨기과 여의사는 14명에 이르고 있다.

연세의료원 심장혈관센터에는 여의사 5명이 동시에 함께 일하고 있어 화제다. 심장혈관외과 이삭 교수, 심장마취과 곽영란 교수, 심장내과 심지영 교수, 소아심장과 유병원 교수, 영상의학과 김영진 교수가 그 주인공들.

그러나 여전히 환자들은 단지 여의사라는 이유로 불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나이가 많은 장년층에서 특히 심한데, 이로 인해 마음 고생하는 여의사들이 상당한 것.

C대학병원 외과 전공의 2년차 박모씨(28·여)는 "외과의사가 환자를 보겠다면 일단 불신의 눈초리로 대하는 것을 느낀다"며 "응급실에서 특히 그런 경우가 많은데 남자 의사만 불러달라는 나이 많은 환자로 인해 남몰래 울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박씨는 "전공의 지원할 때도 여전히 여자는 안된다는 편견을 가진 교수들이 많아 힘들었는데, 그것보다 환자들의 불신 ??문에 더 속이 상한다"고 말한다.

한국여자의사회 천정은 교수는 "요즘 여학생들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 앞으로 더욱 외과를 지망하는 여의사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외과 여의사들이 더욱 늘어나, 더이상 특별한 이슈가 되지 않으면 사회적 편견도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카톨릭의대 성모병원 문정림 교수는 "여의사에 대한 숙소 배정문제, 병원 육아시설, 출산휴가로 인한 인력 수급 문제 등 해결할 것들이 산적해 있다"며 "그러나 불평만 하기 보다는 남성중심의 의료계에서 여성들이 먼저 실력을 키우고 제 몫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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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기자 sukiza@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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