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특검' 꼬리 하나 못건진 '꼬리곰탕 수사'

2008. 2. 21. 18: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상 처음 대통령 당선인을 상대한 정호영 특검팀은 당초 예상대로 '면죄부 특검'이라는 불명예를 남긴 채 마무리됐다. 역대 특검 중 가장 짧은 38일의 수사기간과 '살아있는 권력'을 조사하는 한계를 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은 이명박 당선인을 포함해 139명을 206회에 걸쳐 조사하고 다스 경주 본사 등 25곳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수사의 핵심인 이당선인을 상대로 소극적인 수사를 하면서 모든 노력은 빛이 바랬다. 특검은 고급 한식집인 삼청각에서 이당선인과 꼬리곰탕을 먹으면서 3시간 동안 조사를 벌였다. 특검팀 내부에서조차 "이해할 수 없는 형식적인 조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경준씨측 박찬종 변호사는 "김씨는 12차례에 걸쳐 80시간을 조사했는데 이당선인은 3시간만 수사했다"며 "특검이 이당선인에게는 '뺄셈 수사'를, 김경준씨에게는 '덧셈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상 진술이 상반될 때는 필수적으로 대질신문을 해야 하고, 이를 일관되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사결과 발표 중 관심을 끈 대목은 이당선인의 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이다. 특검팀 발표 가운데 유일하게 검찰 수사 결과와 다른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 수사 때 "제3자의 소유로 보인다"며 애매한 결론을 내 논란을 불렀다. 반면 특검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상은씨라고 단정했다.

특검팀은 상은씨가 당시 땅을 살 만한 충분한 재력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지만 제출자료의 진위 확인은 거치지 않았다. 특검팀 관계자는 "공문서 조작은 중한 처벌을 받는데 설마 조작했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상은씨가 매각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인출한 사실도 미심쩍다고 의심했지만 특검팀은 "상은씨가 현금을 선호했기 때문"이라며 그냥 넘어갔다. 특검팀은 상은씨의 재산이 아니라고 볼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상은씨 소유로 봐야 한다며 민사소송법 근거를 대기도 했다.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나머지 수사는 검찰로 공이 다시 넘어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 수사자료를 넘겨받는 대로 기록을 검토한 뒤 추가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기획입국설을 수사하기 위해 김씨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구치소에 수감됐을 때 감방 동료였던 신모씨를 소환할 계획이다. 신씨는 특검 조사에서 "김씨가 문제의 이면계약서를 보여주며 '한국에 가면 이명박 후보를 낙선시킬 결정적 증거가 있다는 소문을 퍼뜨려달라. 이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는 점을 입증해주는 계약서를 봤다고 하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검에서 새로 드러난 상암동 DMC 특혜분양 과정에 한독이 회사 공금 57억2000만원을 횡령하고 오피스텔을 아파트형 주거시설로 용도를 바꿔 건축한 배경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 조현철기자 cho1972@kyunghyang.com 〉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내손안의 모바일 경향 "상상" 1223+NATE)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