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영화 내 사랑]박상면이 본 '사운드 오브 뮤직'
ㆍ배우의 꿈 부추긴 줄리 앤드루스
'여자였으면, 여장을 하고 할 수 있으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5년)을 보면서 했던 생각이다. 마리아 수녀로 출연한 줄리 앤드루스에게 반해 영화를 보고 또 보면서 내가 여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상상을 했던 것이다. 상상으로만 그치지 않고 '천하장사 마돈나'의 동구(류덕환)처럼 줄리 앤드루스 흉내를 내기도 했고, 여주인공을 남자로 바꿔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모르긴 몰라도 300번은 봤을 것이다. 질리도록 봤지만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떠오르고 또 보고 싶다. '사운드 오브 뮤직' 귀신이 씐 것 같다.
이 영화는 실화를 소재로 했다. 나치 지배를 피해 조국을 떠나 오스트리아로 망명한 군인 가족과 이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온 견습 수녀 마리아의 이야기를 그렸다. 노래를 좋아하는 쾌활한 성격의 마리아는 이 가정에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일곱 자녀를 군대식으로 가르치던 홀아비 트랩 대령과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따뜻한 가정을 이룬다.
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또 다른 백미는 '도레미' '에델바이스' 등 주옥같은 음악이다. 예쁘고 청명한 목소리를 지닌 줄리 앤드루스는 뛰어난 가창력을 발휘, 영화의 감동을 한껏 더해준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인 1981년이다.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했다. 막연히 배우를 동경했던 나는 이 영화를 본 뒤 마음을 확실히 다졌다. LP판을 구입, 사전을 찾아 가사를 해석하고 줄줄이 외우면서 줄리 앤드루스 같은 배우가 되자고 결심했다.
그런데 줄리 앤드루스는 원래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는 오드리 햅번 대타로 마리아 역을 맡아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다. 스크린을 통해 간간이 본 줄리 앤드루스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트랩 대령으로 출연했던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늙어 보였다. 그처럼 늙기 전에 내가 주인공을 맡은 한국판 '사운드 오브 뮤직'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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