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의 행복' 국민간식 대명사 '황금 잉어빵' 값도 상승

입력 2008. 1. 10. 12:45 수정 2008. 1. 1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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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의 행복'… 아! 옛날이여~

밀가루값 뛰자 겨울철 국민간식 대명사 '황금 잉어빵'값도 덩달아 상승

4개 1000원 → 3개 1000원 … 낱개로 살땐 실제 인상폭 60%

'재료값 오르는데 밑지고 팔수야 …'브랜드 업계 하소연

밑바닥 서민경제 지표…유사제품 가격도 동반상승 예상

< 사진 = 곽승훈 기자 scblog.chosun.com/european>

 '4개 1000원.' 서민 간식의 대표격인 '황금잉어빵'이 지난 8년간 지켜온 시장가격이다. 그런데 1월15일부터는 메뉴판 숫자가 달라진다. 이제 '3개 1000원'이다. 핵심재료인 밀가루를 비롯, 사회 전반의 생활필수품 가격이 들썩이면서 꽤 오래 지켜온 길거리 간식의 '가격 방어선'까지 무너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2006년 12월에 비해 3.6% 상승했다. 3년2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물가 불안이 심해지면서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게 서민들의 식생활이다.

 황금잉어빵 밀가루반죽 가격은 1만9000원(대리점이 개별 사업자에게 공급하는 가격)에서 2만3000원으로 약 21.1% 오른다. 팥앙금 역시 가격이 인상된다. '3개 1000원' 단위로 구입하면 1개당 인상폭은 약 33.2%다. 그러나 낱개로 1개만 살 때는 400원을 받기 때문에 실제 인상폭은 60%가 된다. 특정 브랜드가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다. 전국에서 판매되는 잉어빵 또는 유사제품의 가격이 동반상승하는 것이다.

 ▶고통분담, '국민간식'도 예외없다

 서민과 함께 성장해 온 잉어빵업계가 서민을 상대로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것일까. 업계에선 "재료값은 계속 오르는데 밑지고 팔 수는 없지 않겠냐"고 하소연한다. '황금잉어빵'이라는 이름을 특허청에 상표등록한 ㈜황금식품 김인환 대표는 "황금잉어빵 재료 중 밀가루의 비중은 90%에 이른다. 그런데 2007년에만 2월, 10월, 12월 등 세 차례 밀가루 가격이 올랐다. 10년째 황금잉어빵 재료를 만들고 있는데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들어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여름에도 황금잉어빵을 팔면 되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길거리음식은 계절 변화에 매우 민감해서 5~8월에 뜨거운 간식은 상품성이 없다. 눅눅하고 시들해진 잉어빵을 진열해놓으면 이미지까지 나빠져 겨울 장사에도 영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67.7g짜리 주전부리의 위력

 이 업체가 하루에 생산하는 밀가루 반죽은 약 15톤(성수기 기준)이다. 황금잉어빵 36만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엄청난 분량이다. 길거리음식의 특성상 단기간에 뜨고 지는 영세업체가 워낙 많아서 전국에서 팔리는 잉어빵의 숫자는 추정하기 힘들다. 밀가루 반죽은 5㎏씩 판매하는데 이는 잉어빵 12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3개에 1000원씩 받으면 반죽 10㎏당 매출은 8만원, 순익은 4만5000원 정도라는 게 업체측의 귀띔이다. 황금잉어빵 1개의 무게는 약 67.7g이다. 평균적으로 밀가루 반죽 10㎏마다 앙금 6㎏을 소비하기 때문에 비율은 10대6쯤 된다. 결국 1개당 밀가루 무게가 42.7g, 앙금이 25g인 셈이다.

 ▶붕어빵과는 차원이 다르다

 길거리 매대에는 '황금잉어빵'이라는 이름표가 붙어있지만 소비자에겐 붕어빵이 더 익숙하다. 두 제품의 차이점은 뭘까. 우선 황금잉어빵은 반죽에 기름 또는 버터를 약간 혼합한다. 절반은 굽고, 나머지 절반은 튀긴 듯한 효과가 생긴다. 예전 붕어빵에 비해 더 바삭바삭한 맛이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하나는 팥앙금의 양이다. 옛날 붕어빵은 배에만 팥을 넣었지만 황금잉어빵은 대가리에서 꼬리지느러미까지 앙금이 고루 들어간다. 굽는 틀도 약간 다르다. 납작하고 투박했던 '붕어'가 날씬하고 통통한 '잉어'로 모양이 업그레이드됐다. 신세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팥앙금 대신 슈크림을 넣는 등 속재료를 다양화하는 추세도 빼놓을 수 없는 차별점이다.

 ▶목 좋으면 하루 순익 20만원

 서울 시내 중심가 또는 지하철역 출입구에 자리를 잡으면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루 기준 20만원, 한달이면 500만원 이상의 순이익을 가져가는 '대기업 부장급' 업자도 적지 않다. 매년 5월부터 8월까지는 길거리에서 황금잉어빵을 만날 수 없다. 한여름엔 재료공급처인 공장이 쉬기 때문이다. 9월1일 개시해서 이듬해 4월말까지 팔지만 그 중에서도 11~1월이 가장 성수기다. 여름 비수기를 겨냥해 옥수수, 버블호떡, 유기농토마토 등 '대체재'를 내놓지만 아무래도 벌이는 시원치 않다는 게 업체측의 하소연이다.

 ▶나도 한번 해볼까?

 예전엔 매대를 신규 개설하려면 초기 투자비용으로 100만원쯤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요즘은 '잉어빵 시장'에 경쟁업체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초기 비용을 줄여주는 게 관행으로 자리를 잡았다. 30만원 안팎이면 '개업'이 가능하다. 이동통신업체들이 휴대폰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대신 가입자를 늘려 수익을 보전하는 방식이 길거리음식에도 적용된 셈이다.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 상가 앞에서 황금잉어빵을 팔고 있는 A씨는 "좋은 자리를 잡긴 했지만 오후 7시 이후부터 장사를 하고, 소정의 자릿세를 내는 조건으로 상가번영회에 허락을 얻었다"며 "당장 3월만 되도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텐데 업종을 어떻게 바꿔야할지 벌써부터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 곽승훈 기자 scblog.chosun.com/europ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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