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명품을 선전한다

입력 2008. 1. 4. 17:36 수정 2008. 1. 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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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은 치밀한 브랜드 마케팅으로 가치를 높이지만 의외의 상황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한다.

150년 전통의 루이비통은 모조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모노그램으로 이전부터 유명했지만,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가 사망할 당시 가지고 있던 가방이었다고 알려지면서 또 한 번 세간에 회자됐다.

지난 2001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아들 김정남 일행이 일본에서 가짜 여권으로 적발돼 추방당할 당시 김정남이 들고 있던 가방 역시 루이비통이었다. 그의 손목에는 명품 롤렉스 시계가 걸려 있었다. 항간에서는 "여권이 가짜인데 가방과 시계도 가짜 아닐까" 하는 우스개가 돌기도 했다.

의외의 상황에서 대중들에게 알려진 명품이 엄청난 소비로 연결되는 기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1999년 옷 로비 의혹 사건 때 세간에 알려진 페라가모가 대표적이다. 로비에 연루된 고위공직자의 부인과 뇌물을 준 사람들은 처벌되거나 비난을 받았으나, 페라가모는 이 사건을 계기로 고위층 여성들의 대표 브랜드로 알려져 매출이 급성장했다.

또 린다 김 사건 때는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에스카다 선글라스와 샤넬 핸드백이 몇 주만에 품절될 정도로 '짭짤한' 홍보 효과를 거뒀다.

니트 의류의 대명사인 이탈리아의 미소니는, 2년6개월 동안 공권력을 농락하다 1999년에 붙잡힌 탈옥수 신창원이 입고 있던 옷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나중에 그가 입었던 상의는 '짝퉁'으로 밝혀졌지만 원조 미소니는 이미 폭발적 매출을 기록하는 웃지못할 일도 있었다.

사건의 본질과 전혀 상관없이 명품에 관심이 집중돼 브랜드가 대중에게 소개된 결정판은 바로 신정아 사건이다. 신씨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서 받은 고가의 반지와 목걸이는 반 클리프 앤 아펠이라는 생소한 브랜드. 일부 보석 마니아들만 안다는 이 브랜드는 사건 이후 '신정아 보석'으로 알려지면서 대중성을 확보했다.

또 신씨가 지난해 9월 입국하면서 입었던 200만원대의 돌체앤가바나 재킷과, 앞서 7월 미국으로 갈 때 JFK 공항에서 들고 있던 녹색 가방인 보테가 베네타도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신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명품 브랜드 대중화에 기여(?)한 최고의 홍보대사가 돼버린 셈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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