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특검' 충돌, 대선이후 겨눈 '총선 서바이벌'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은 대선을 5일 앞둔 14일 BBK 사건 수사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BBK 특검법 처리를 두고 밤 늦게까지 대치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점거한 채 문을 걸어잠그자, 신당 의원들은 전기톱으로 이를 절단하고 본회의장에 진입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과 막말도 난무했다.
◇대치 안팎=한나라당 의원들은 전날 오후 3시부터 본회의장을 점거했다. 20여명은 본회의장에서 밤을 새우며 신당의 기습 처리에 대비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본회의장에는 강재섭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속속 모여들어 110명 정도가 됐다. 의장석 아래의 속기사 출입구로 들어온 것이다.
현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안상수 원내대표는 "의장석만 점거하면 사회를 볼 수 없어 표결을 할 수 없으므로 모든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없다"며 의장석 사수를 당부했다. 낮 12시쯤 120인분의 김밥 등 점심이 배달됐다. 박형준 대변인은 "핸드마이크로 대변인 논평을 내기는 처음"이라며 "선거 막판에 불법 선전물이 전국에 배포되고 있다. 신당의 정치적 음모에 국민과 함께 맞서 싸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오후 2시30분쯤 본회의장 밖에는 신당 의원 100여명이 모여들었다. 신당 의원들은 체인으로 묶어둔 문을 밀치며 "당당하면 특검을 해보자" "의원의 정당활동을 막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외쳤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하루가 걸리든, 이틀이 걸리든 두 법을 꼭 통과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이해찬 의원은 "5공이 부활하고 있다는 불길한 조짐이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보좌진 30여명이 노래를 부르며 신당 의원들의 발언을 방해하는 과정에서 고성과 막말이 오가기도 했다. 신당 보좌진이 쇠톱으로 문을 걸어놓은 체인을 자르려 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끈으로 문을 칭칭 동여매고 소파로 문 앞을 가로막았다. 몸싸움 끝에 신당측은 전기톱으로 쇠사슬을 끊고 본회의장에 들어섰으나 양측의 '지키기'와 '뚫기' 싸움은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뭘 노리나=각 당 모두 "사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명박 검찰에 대한 단죄', 한나라당은 '헌법질서 바로세우기'라고 한다. 하지만 각 당의 속셈은 이미 '대선 이후'에 맞춰진 듯하다.
신당은 '탄핵안'보다는 이명박 특검법 처리에 목을 매는 분위기다. 대선 이후에도 특검법 정국을 유지시켜, 흩어지기 쉬운 반(反)한나라당 세력을 결집시키고 내년 총선 이후까지 이를 이슈화할 계획이다. 핵심 관계자는 "탄핵안은 정치적 제스처가 강하며, 실상은 BBK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현실적으로도 특검법은 민노당과 공조키로 했지만, 탄핵안 처리는 민주당과 민노당이 거부하고 있어 처리가 쉽지 않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이후를 걱정하고 있다. 박형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헌정질서 바로세우기 ▲국회 바로세우기 ▲대선 불복기도 분쇄 등을 특검법과 탄핵소추를 막아야 할 세가지 이유로 꼽았다. 그는 "신당은 대선 이후에도 특검과 탄핵소추로 정국의 혼란을 조성하고 총선에서 이익을 보려고 하고 있다"면서 "이런 총선 장난질에 대못질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환·이고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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