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여기 어때]경남 하동 대봉감마을, 추억이 주렁주렁 '달콤한 하루'

입력 2007. 11. 14. 21:12 수정 2008. 12. 25. 22: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담장 밖으로 늘어진 가지마다 주홍빛 감이 탐스럽다. 가을빛을 한껏 머금은 대봉감이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대봉감마을. 지리산 끝자락에 터를 잡은 마을은 대봉감이 유명하다. 가지마다 때깔 좋은 감이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주민들의 넉넉한 인심은 고향을 찾은 듯 포근하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이즈음, 만추(晩秋)의 계절을 만끽하기에 이만한 곳도 드물다.

대봉감마을은 하동 서북쪽 축지리에 자리한 산촌마을이다. 지리산 구제봉과 이어진 아미산 자락에 둥지를 틀었다. 마을은 대축과 소축으로 나뉘어 130여 가구 340여명이 모여 산다.

악양은 예부터 임금님 진상품으로 인정받은 대봉감과 평사리 들판의 비옥한 토지에서 생산되는 쌀이 유명한 곳. 특히 축지리 일대는 일제시대 때 지질조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감나무를 키우기에 가장 환경이 좋은 곳으로 지정됐다. 그 덕에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대봉감을 만들어 낸다. 과실 중 으뜸은 '감'이요, 감 중에서도 으뜸은 '대봉'이라는 그 감이다.

구불구불 이어진 돌담길을 따라 마을로 들어서자 온통 감나무 밭이다. 집 안팎과 텃밭, 산자락에도 감나무가 빼곡하다. 나무마다 가을빛으로 익어가는 감이 야무지게 열렸다. 때깔 좋은 감은 노란색에서 주홍빛으로, 또 빨갛게 익어간다.

담장을 불쑥 넘은 감나무 가지에 매달린 감을 장대로 따내는 할머니 모습이 정겹다. 마을은 수확이 한창이다. 집집마다 골목마다 감이 넘쳐난다. 올해는 잦은 비로 수확시기가 늦춰졌지만 태풍피해가 없어 풍작이다.

맛을 보라며 건네주는 대봉감을 한입 물었다. 속살이 차진 감은 꿀맛이다. 당도가 무려 24~30도에 달한단다. 과일 중에서 가장 당도가 높고 전국 대봉감 중에서도 으뜸이다.

이곳 대봉감이 유명한 것은 타고난 자연환경 덕이다. 감은 배수가 잘되는 사태지역의 부엽토에서 잘 자란다. 또 그늘이 없고 지는 해를 잘 받아야 열매가 튼실하고, 이슬을 맞은 상태에서 햇빛을 받으면 때깔이 곱고 당도가 높아진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춘 곳이 바로 축지리다. 연간 생산량은 180t. 수확량은 적지만 품질은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 전남 영암과 인근 사천, 밀양, 진주에서도 이곳 감나무를 가져갈 정도다. 하지만 맛에서는 차이가 난다. 똑같은 감나무라도 환경이 다른 까닭이다.

대봉감마을은 2005년 정보화마을로 지정된 후 올해 우수마을로 선정됐다. 마을에서 수확한 감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판매한다.

정보화마을위원회 김태형 위원장은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는 '믿음'을 파는 것"이라며 "철저한 품질관리만이 믿음과 신뢰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축지리 대봉감은 15㎏ 특품 한 박스에 7만5000원선. 하동의 타 지역보다 10% 정도 비싸다. 하지만 수확철이면 주문이 밀린다. 생물과 곶감으로 나누어 감으로만 벌어들이는 마을수입은 연간 18억원 정도.

마을에는 감 외에 철마다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봄에는 고사리와 녹차, 여름에는 매실과 취나물, 가을에는 대봉감 등의 농촌체험을 즐길 수 있다. 또 섬진강에서는 채첩잡기, 나룻배 타기 등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마을을 품은 아미산은 생긴 모양새가 눈썹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산 중턱 문암정(文巖亭) 뒤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마을의 명물 '문암송(文巖松)'이다. 높이 12m, 둘레 3.2m. 천연 거암(巨岩)을 뚫고 하늘로 치솟은 모습이 신비롭다.

도지정 기념물에서 올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는 600년 넘게 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과거 마을 사람들은 화창한 봄날을 택해 귀신을 쫓아내는 제사를 나무 밑에서 지낸 후 하루 종일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소나무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반해 한참을 바라본 후 문암정에 올랐다. 저 멀리 평사리 들판이 시원하다. 감나무 사이를 비집고 불어오는 가을바람도 살갑다.

- 8가지 곡식 듬뿍 참게가리장국 일품 -▲찾아가는 길:하동 화개장터에서 19번 도로를 따라 남해 방면으로 10㎞ 지점. 평사리공원 지나 삼거리에서 좌측 악양방면으로 들어선 후 1㎞ 정도 가면 '대봉감마을'이라는 입간판이 나온다.

▲주변 볼거리:마을 바로 맞은편 최참판댁을 비롯해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됐던 명소가 인근에 몰려 있다. 이밖에 쌍계사와 칠불사 등 천년고찰과 선유동계곡, 고소성, 청학동, 삼성궁, 백련리도요지, 차시배지 등을 둘러볼 만하다.

▲먹을거리:섬진강횟집(055-883-5527)은 참게가리장국이 맛있다. 찹쌀, 들깨 등 8가지 곡식에 각종 버섯과 해초를 넣어 만든 하동 토속음식이다. 이외에 청학동 대롱밥과 녹차냉면, 산채비빔밥도 별미로 꼽힌다.

▲체험:대봉감마을에서는 12월 초까지 소축마을에 체험장을 마련, 감 관련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대봉감·단감따기, 곶감만들기, 포장, 디카사진 촬영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숙박:월드파크(055-883-2022), 미리내호텔(055-884-7292), 쉬어가는누각(055-884-0151), 조이랜드청학텔(055-883-8883), 옥종불소유황천(055-884-5955) 등.

▲문의:하동군청 문화관광과(055-880-2361), 대봉감마을(055-880-6109)〈하동|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스포츠칸 연재만화 '명품열전' 무료 감상하기]- 경향신문이 만드는 生生스포츠! 스포츠칸, 구독신청 (http://smile.khan.co.kr) -ⓒ 스포츠칸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