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목마름, 축여주세요".. '설교만으론 부족' 성경 통독·세미나 등

입력 2007. 11. 5. 22:55 수정 2007. 11. 5.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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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는 김동민(40)씨는 최근 교회를 옮겼다. 어릴 적부터 다니던 교회를 떠나는 것은 고통이었다. 그러나 교회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게 더 고통스러웠다. 김씨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과중한 교회 봉사나 각종 모임이 아니었다. 말씀에 대한 갈급함이었다. 담임 목사의 설교에 부족함이 느껴졌다. "깊이 있는 성경 강해를 원했지만 성경 말씀을 이용해 목사님이 하고 싶은 말을 하거나 율법주의적 설교 또는 신문 내용을 읽는 게 전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적 갈급을 호소하는 성도들이 늘고 있다. 신앙 성장을 위해 좋은 프로그램과 서적 등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목회자와 교회들이 다양한 영적 자료를 공급해 성도들의 '목마름'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앙성장을 위한 기독교 관련 시장이 갈급한 성도들의 목을 축이고 있다. 유선방송이나 케이블 TV를 통해 공급되는 '다른 교회' 목사의 설교는 자신의 교회 목회자의 설교에서 얻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고 있다. 또 설교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크리스천들은 개인 묵상을 위한 큐티, 성경 통독 프로그램, 은사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생명의 말씀사가 집계한 요즘 뜨는 신간을 살펴보면 '기도회로 교회를 살려라'(1위) '무릎으로 사는 그리스도인'(2위) '장래의 은혜(3위) '예수를 믿는다는 것'(7위) 등 깊은 신앙으로 안내하는 도서들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독교적 자기 계발서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성경 읽기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스테디셀러가 된 '어 성경이 읽어지네'의 경우 4년 전 출간돼 지금까지 총 20만부가 팔렸다. 이 책은 성경관련 도서로는 드물게 꾸준한 판매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성경타자통독을 가능하도록 한 CTM성경타자통독(ctmbible.net)도 오픈한 지 5년 만에 회원수 40만 명을 넘어섰다. 인터넷으로 성경을 타이핑하며 통독하는 이 프로그램은 성경을 필사하며 일독한다는 측면에서 신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주로 30∼50대 교회 직분자들이 많이 이용하며 하루 평균 1만명의 회원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뉴질랜드 대사, 뉴욕총영사 등을 지낸 문봉주 본부 대사는 '성경의 맥' 강의로 유명하다. 한번 강의할 때마다 수백, 수천명의 성도들이 모여든다. 그는 2004년부터 뉴욕 총영사로 떠나기 전까지 약 8개월간 전국 교회에 강의를 다니며 한국교회의 실상을 관찰했다.

"성경 강의를 듣기 위해 오는 성도들 중 상당수가 교회생활에서 채워지지 않는 영적 갈급함을 보였습니다. 집회를 해보면 어떤 교회는 성령이 성도들 안에 살아서 움직이는 모습을 느낄 수 있는가 하면, 어떤 교회는 숫자는 많지만 말쑥하게 차려입은 성도들이 '교회에 다니고 있으니 언젠가는 천국가겠지' 하는 식의 막연한 관념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이같은 영적 갈급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송광택 목사는 "포스트모던 사회에는 하나님을 실제로 경험하고 체험하고픈 욕구가 많다"며 "기존의 신앙 형태를 넘어 신앙의 폭과 깊이를 더 요구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월간 생명의삶 이정엽 편집장도 "교인수 1000명을 넘는 중대형급 교회들은 다양한 신앙 훈련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문제는 성도수가 작은 소형 교회들"이라며 "목회자들이 좀더 교인들의 성숙에 초점을 맞추고 목회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자면 지역 교회 목회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자칫 잘못하면 이단들이 운영하는 성경 세미나에도 성도들이 섣부르게 접근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회자들은 성도들의 신앙이 성숙해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영성의 알곡과 가라지를 선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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