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의 '캐넌포', 가을에 부활하다

2007. 10. 2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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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잠실, 이상학 객원기자] 누가 뭐래도 준비하고 있었다. 흘러간 세월에 화려한 명성이 퇴색됐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빛나는 것은 결국 베테랑의 경험과 오기였다.

물론 지난 26일 한국시리즈 4차전의 주인공은 7⅓이닝 9탈삼진 무실점이라는 '괴물투'로 선발승을 따낸 SK 김광현(19)이었지만 그를 바라보며 감동을 받은 선수가 하나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광현이다. 같은 팀 선배로서 정말 멋있더라. 광현이한테 감동받았다"고 말한 그의 눈에는 마치 자신의 13년 전 모습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SK '캐넌히터' 김재현(32). 수려한 외모와 탁월한 기량으로 모두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선수였다. 이미 신일고 시절부터 배명고 김동주와 함께 한국야구를 이끌어나갈 '좌우 대형타자'로 평가받은 김재현이었다. 지난 1994년, 고졸신인 역대 최고액 계약금(9100만 원)을 받고 LG에 입단할 때부터 반듯하고 화려한 포장 도로 위로 질주가 예고됐다. 입단 첫 해부터 LG의 신바람 야구의 핵심으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LG의 세련된 핀 스프라이트 유니폼도 김재현에게 너무 잘 어울렸다.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그러나 김재현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4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멋 모르고 뛰었는데 끝나 보니 우승이더라"는 김재현의 말처럼 21홈런-21도루로 고졸 신인으로는 최초의 20-20 클럽을 달성하는 등 화려한 나날을 보냈지만 그 시절 김재현은 어렸다.

우승의 참맛을 채 알기도 전이었지만 팀과 개인이 최정상을 달린 것도 애석하게도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올 시즌 이적 4년 만에 SK가 시즌 초반부터 독주 체제를 구축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해 달려나갔으나 김재현은 외면됐다. 타격 부진을 이유로 2차례나 2군에 다녀오는 등 84경기에서 타율 1할9푼6리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차전에서 3타수 1안타를 쳤지만 2차2전에서 선발 라인업은 물론 아예 출전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팀은 홈에서 2연패로 내몰렸다. 팀이 진 것, 자신이 경기에 나가지 못한 것에 대한 화가 치밀어 올랐다. 24일 휴식일에도 따로 훈련할 정도로 오기를 다졌다.

김재현은 결국 3차전에 3번 타자로 선발 출장, 1회초 선제 결승 적시타 포함 5타수 2안타로 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4차전에서도 역시 3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6회초 쐐기 솔로포를 터뜨리는 등 5타수 2안타로 맹활약하며 다시 한 번 팀의 완승을 이끌었다. LG 시절 김재현의 부상 투혼을 직접 지켜본 김성근 감독의 믿음에 다시금 보답하는 순간이었다.

고무적인 것은 김재현의 장타력이 되살아났다는 점이다. 안타 4개 중 3개가 장타다. 홈런이 1개, 2루타가 2개였다. 중심타선에서의 확실한 한 방과 파괴력이 떨어지는 SK 타선으로서는 김재현의 캐넌포 부활이 어느 때보다 반갑다.

물론 김재현 입장에서도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특유의 빠르고 폭발적인 스윙으로 자신의 건재를 알렸다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침체된 타격으로 얻었던 마음고생의 짐을 덜 수 있게 됐다. 부진으로 오기가 생겼고 그 오기를 가을의 고전이라는 한국시리즈에서 실력으로 보였다는 사실은 김재현이 그저 겉멋만 든 스타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 "이제는 정말 간절하게 우승하고 싶다"는 김재현의 말이 더욱 설득력있게 들리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가을에 캐넌포 부활을 알린 김재현. 1994년의 영광에 이어 13년 만에 다시 한 번 팀과 개인이 최정상의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2007 삼성 PAVV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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