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호 "악역 나쁘지 않은데 점점 착해지네요"

2007. 10. 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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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르게 살자'에서 경찰서장 역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배우 손병호를 '악역 전문'으로 기억해 왔다. 영화 '파이란' '야수' '인디언 썸머' '오아시스'에서 그는 친구를 배신하는 비열한 조직폭력배거나 아내에게 폭력을 쓰는 남편이거나 중증 장애인 여동생을 이용해 먹는 오빠였다.

그는 그 사이에 '소풍' '엄마' '튜브' 등을 통해 꾸준히 선하거나 정 많은 역할로도 스크린에 등장했지만 이 영화들이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 관객의 기억에 뚜렷하게 남지 못했다.

최근 들어 그는 드라마 '하얀 거탑'에서는 정의를 좇는 인권변호사로,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는 넓은 인품으로 제자들을 감싸 안는 정 선생으로 나왔다. 두 작품 모두 시청자나 관객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는 본인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이미지 변신을 하는 중이다.

그가 출연한 '바르게 살자'가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만난 그는 "심지어 10년 이상 악역만 맡은 배우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더라"며 "연기를 잘했다는 얘기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 맡은 경찰서장 역은 주인공 정도만 순경(정재영 분)과 처음부터 끝까지 대립하기는 하지만 완전히 악한 인물은 아니다.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예요. 이 친구는 경찰대를 나왔는데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원칙밖에 모르는 정도만처럼 정의롭고 명석했죠. 그런데 막상 세상에 나와 보니 이제까지 알던 것과 다른 겁니다. 그래서 세상을 더 잘 알게 되고 매스컴을 이용할 줄도 알게 됐죠. 정도만을 만나고서는 자신의 젊었을 적 모습과 비슷하니 반가움 반, 걱정 반의 감정이 들었을 겁니다."

이 영화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그의 입에서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줄줄 나온다. 추상적인 성격 묘사를 넘어 캐릭터의 과거사에서 행동거지에 대한 이유까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을 설명하듯 구체적이다.

"영화가 기본적으로 감독의 작품이기는 하지만 배우의 몫이 있죠. 시나리오에 나열된 캐릭터 묘사는 얼마 안 되거든요. 시나리오는 단서에 불과하고 그걸 찾아가는 게 배우의 역할입니다. 배우로 인해 캐릭터의 말과 눈빛, 몸짓 등 모든 게 달라지고 이야기에 타당성이 부여되는 것이니 참 재미있는 직업이죠."

그는 TV나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는 이름보다 얼굴이 더 익숙한 연기자지만 연극판에서는 이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에비대왕' 출연과 '깔리귤라 닷 컴' '몸-신공무도하가' 연출 등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쌓아 왔다.

"연극, 정말 하고 싶어요. 아직도 무대를 보면 설레고 '아, 내가 저기 서 있어야 하는데' 한숨이 푹 나올 정도로요. 그런데 연극을 하려면 최소한 2~3개월은 오로지 연극에만 바쳐야 하거든요. 제가 무대 위에서는 이미 후배가 아닌 선배인데 영화를 한다는 이유로 잠깐씩만 후배들 앞에 얼굴을 내미는 건 싫습니다. 제대로 연극만 할 수 있을 때 해야죠."

아직 하지 못해 아쉬운 역할을 묻자 그는 "'만추' 같은 영화에서처럼 나이에 맞는 사랑 영화를 꼭 해보고 싶다"며 "끊임없이 관객의 기대치를 높이면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다음 영화인 '무방비 도시'에서는 경찰에서 소매치기 범죄를 집중 수사하는 팀장 역할을 맡았어요. 사건을 전담하도록 주인공 조 형사(김명민 분)를 설득하는 의리 있고 마음 따뜻한 역입니다. 김명민의 어머니 역의 김해숙 씨와 사이에 애틋한 감정도 넣으려고요. 제 해석대로요(웃음)."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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