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음식의 새 강자''회오리감자'' 돌풍

2007. 10. 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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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무언가 따뜻한 먹을거리가 생각나는 늦가을 주말 오후.

쌀쌀한 날씨인데도 젊은이들이 북적거리는 서울 강동구 천호동 로데오거리의 한 쇼핑몰 앞 노점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줄을 벗어나는 이들의 손에는 길쭉하고 요상한 게 들려 있다. 사람들 사이로 들여다보니 앳된 노점 주인이 감자를 긴 꼬치에 끼우고 기름에 튀겨 내느라 분주하다. 요즘 '길거리 음식' 세계를 평정하고 있다는 '회오리 감자'다.

본인이 직접 고안한 군복 스타일의 작업복을 입은 꽃미남풍의 노점 주인 박창근(25)씨는 손님을 대하는 요령이 남다르다.

"다 튀겨질 때까지 3분만 기다리세요. 지루하시죠? 이거 한번 보세요. 감자가 휘리릭 돌아가죠? 신기하죠?"

줄을 서 있던 소녀들이 깔깔대며 웃는다. 아주머니가 떡볶이나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와는 사뭇 다른, 발랄한 신세대 노점의 풍경이다.

얼마 전까지 서비스업에 종사하던 박씨는 직접 사업을 해 보기로 하고, 소자본 창업거리를 찾다 두 달 전 회오리감자 노점을 시작했다.

"떡볶이나 어묵 등 모든 사람에게 익숙한 메뉴도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값싸고 간편한 길거리 음식은 신세대를 위한 것이잖아요. 우연히 회오리감자 이야기를 듣고 '이거다!'라고 생각했어요."

박씨는 즉시 회오리감자 특허 업체인 'CF시스템' 본사를 찾아가 창업상담에 나섰다.

"유행에 민감하고 싫증을 잘 내는 10∼20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죠. 기존 메뉴로는 큰 성공이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회오리감자 노점이 잘 되면 제가 개발한 아이디어 메뉴로 새로운 매장을 낼 계획이에요."

요즘 신세대 노점 주인 대부분이 자신과 같은 포부를 갖고 있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박씨는 회오리감자로 메뉴를 정한 후, 노점을 차릴 장소로는 패션 아웃렛 매장이 많아 10∼20대 초반 젊은층이 모이는 천호동 로데오거리를 선택했다. 일할 때 입을 옷도 맞췄다. 손님이 많은 주말이면 도와주는 친구도 같은 옷을 입는다.

"그냥 편한 옷을 입고 일할 수도 있지만, 군복이나 제복처럼 보이는 옷은 시선을 끄는 효과가 있거든요. 젊은 손님들도 관심을 가져주고요."

현재 그의 노점에서 회오리감자는 하루 400개 이상이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다. 노점 앞에서 만난 박수경(5)양은 "매일 사먹어요, 맛있어요"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회오리감자는 일견 먹기 힘들어 보이지만 감자가 얇으면서도 부드럽게 튀겨져 꼬치에서 빼먹기가 어렵지 않다. 불고기맛, 치즈맛, 바비큐맛 등 시즈닝(겉에 묻혀 먹는 가루)도 다양해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명동·종로·신촌 등의 노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회오리감자 기계는 캐나다·일본 등으로 수출도 되고 있다.

회오리감자 기계를 고안해 낸 CF시스템 이동구 이사는 "길거리 음식은 계속 새로워져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잠깐 붐을 일으켰다가 사라진 메뉴가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요. 신세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길에서 먹기에 편한 음식은 뭔지, 항상 길거리를 둘러보며 아이디어를 짜냅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길거리 음식은 회오리감자뿐만이 아니다. 거리에 나서 보면 누드군밤, 식혜 슬러시, 새우빵 등 일반 음식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희한한 먹을거리가 곳곳에 펼쳐져 있다.

단순한 간식거리가 아니라, 다정한 연인들이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직장인들이 삶의 애환을 얘기할 때 소주와 함께 놓이고, 퇴근길 가장이 가족사랑을 담아올 수 있는 게 길거리 음식이다. 깊어가는 가을, 이 도시의 풍미와 정취를 얘기하는 데 길거리 음식을 빼놓을 수 있을까.

글 권세진·사진 이제원·그래픽 윤대영 기자 sjkw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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