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기자의 펀한 IT세상]①알집이야기

2007. 7. 3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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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 오피스, 포토샵 등 외국산 소프트웨어가 판치는 가운데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토종' 소프트웨어들이 있다.

이스트소프트의 압축관리 프로그램 `알집'이 대표적이다. 1999년 첫선을 보인 알집은 지금까지 누적 다운로드 건수가 5000만건을 넘었다. 국내 사용자만 2000만명이다. 올 4월말 기준으로 국내 PC보급대수는 2600여만대다. 이 중 76%가 알집을 접하고 사용한다는 말이다.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기본으로 100만명이 다운받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사용한다. 다운로드 받는 인터넷 주소를 살펴보면 북한에서도 2만여명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도스(DOS) 시대 말미에 혜성처럼 나타나 당시 기라성 같던 국내외 압축프로그램을 평정한 알집은 `우연히' 탄생했다.

알집의 제작자는 김장중 사장과 창업멤버인 민영환 이사다. 민이사는 필요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만들어 쓴다는 사람. 회사 여직원이 영어 때문에 압축 프로그램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만들었다. 알집은 2주만에 뚝딱 나왔다. 웬만한 기능은 마우스 오른쪽 버튼 메뉴에서 처리할 수 있게 쉽고 편하게 제작했다. `영어 못하는 사람'을 위해 만든 셈이라 알집에는 그래서 `영어는 싫어, 진짜 싫어, 왕 싫어라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막상 만들고 보니 "우리만 쓰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당시 PC통신 하이텔과 천리안에 올려놓은 것이 국민소프트웨어가 된 시발점이다.

알집은 폴더 이름을 새(鳥) 이름으로 지은 것도 인기를 끌었다. 알집에 등장하는 새 이름을 소재로 한 유머까지 등장할 정도다. 윈도에서 폴더를 새로 만들면 한글로 `새폴더'라고 생기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새(new)를 새(bird)로 바꾼 것. 새는 41가지인데 계속 만들면 `새 해오라기' 이런 식으로 `새'가 들어가고 거기서 더 만들면 `쫌~~' `제발 그만 좀 만들어' `부탁이야' `새 이름도 바닥났어 제발' `정 그렇게 나온다면' 등이 붙은 새폴더가 생긴다.

알집은 에피소드도 많다. 알집을 실행시키고 프로그램 정보를 보면 나와 있다. 민 이사는 채팅 사이트에서 알집을 만들었다고 했다가 `미친 놈' 소리를 들었다. 친척누나에게 벤처기업에 다닌다고 하니까 누나가 "너도 알집 같은 거 만들 수 있어"라고 묻기도 했다.

또 영어버전을 만들어 외국 사이트에 배포했더니 영어판을 써본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아예 사용 설명서를 자기나라 말로 번역해서 보내 자국어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왔다. 50여개국이나 된다. 이 중 20개 이상 언어로 번역돼 해외 사용자만 300만명을 넘었다. 영문판도 물론 새 폴더를 만들면 실제 새 이름의 폴더가 생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SOS(?)'를 치기도 했다. 윈도95·98로 오면서 프로그램과 운영체제가 어긋나면 자동으로 `버그리포트'를 하게 돼 있는데 알집과 관련된 것만 수천페이지가 넘는다며 가져가 수정해달라는 요청이 왔다는 것. 그 때 김사장은 "버그야 수정하지만 왜 마이크로소프트 것까지 우리가 고쳐주냐"며 거부했다고 한다. 운영체제가 문제가 있는데 소프트웨어로 넘기지 말라는 `배짱'이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가 불법 복제 단속을 할 때마다 알집은 늘 윈도와 함께 불법복제 1·2위를 차지한다. 2005년에는 9184건으로 국내 최다 피해를 기록하기도 했다. 개인 사용자에게는 무료지만 기업이나 PC방 등에서는 카피당 3만3000원씩 받는데 프로그램 다운로드에 특별한 제한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불법복제가 쉽다.

그래서 SPC는 불법복제 피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집을 들기도 한다. 그런데 김사장은 이 부분에 대해 할말이 많다. 그는 현재 SPC 이사로 있는데, 피해건수만 따지지 말고 피해액으로 따지면 알집은 구색맞추기 밖에 안된다는 것. 예컨데 알집 불법복제가 1만건이면 피해액이 3억3000만원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가 5000건이면 카피당 평균 44만원을 잡으면 피해액이 22억원이다. 국내 업체에게 몇억원 받게 하고 외국업체들은 수십수백억원 챙기는 게 어찌보면 국산 소프트웨어를 들러리로 세워서 외국기업들의 매출만 올려주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다.

알집은 요즘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분위기다. 알집을 실행시키거나 압축파일을 풀거나 파일을 압축할 때면 배너광고가 등장한다. 이스트소프트는 알집을 비롯한 알집시리즈를 플랫폼으로 가져가고 있다. 알집의 경우 2000만 사용자 중에 1%만 배너를 클릭해도 20만이다. 어마어마한 마케팅 툴인 셈이다.

<김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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