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카메오가 간다]엄다혜, 에로의 중심에서 멜로를 꿈꾸다

2007. 7. 27. 21: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라로 열연

동숭동의 한 극장. 객석이 93석에 불과한 조그만 극장이다. 공연작은 '신이 내린 사랑'. 편집증이 있는 남자와 그가 감금한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집착에 대해 물었다. 1994년에 초연, 외설 논란을 빚은 '미란다'를 '신이 내린 사랑'으로 바꿔 지난 5월부터 공연하고 있다. 엄다혜는 낯모르는 남자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갇힌 고통과 그 남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SM(사디즘 & 마조히즘) 관계도 받아들이는 여인의 심경을 온몸으로 표현해 냈다. 약 40명의 관객 가운데 중년 남녀는 4명일 정도로 20대 관객이 많았다.

연극은 5년 전 '아끼꼬상의 긴자꼬'에 이어 이번이 두 편째. 엄다혜는 전라 연기를 펼치는 데 대해 "관객들에게 '대단하다' '용기 있다' '잘한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끼고 힘도 난다"고 답했다. "하루에 2~4회를 공연한다"면서 "강행군에 몸은 비록 힘들지만 열심히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미소지었다. "연장 공연 때에는 하루에 적게는 2회, 많게는 5회를 한다"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안 좋은 말이 들리면 상심이 컸어요. 에로영화를 하면서 주위의 업신여김과 쑤군거림에 단련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원래 성격이 밝아요. 쾌활하고 낙천적이에요. 그래서 이겨낼 수 있었어요. 열심히 했고요."

#"호적에서 팔 거야"

엄다혜는 중학생 때부터 배우를 꿈꿨다. 좋아하는 최진실·채시라 등이 출연한 드라마에 빠져 학교를 결석하고 촬영장을 찾기도 했다. 보조연기자(엑스트라)로 출연, 행인·손님·학생 역을 맡고는 했다. 여고를 졸업할 때까지. 한 유명 연기학원에 등록, 수업을 받기도 했다.

"일이 없는 날이 훨씬 많았어요. 그런 중 소속사로부터 모델 권유를 받았는데 케이블TV 쇼핑 채널의 속옷 모델이었어요. '시장이 활성화되면 전망이 밝다' '하다보면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죠."

그게 결과적으로 에로배우가 된 단초가 됐다. 속옷 모델에 이어 각 대학과 미술학원, 기성 화가들의 누드모델로 뛰었고, 그러던 중 16㎜ 비디오 영화 출연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처음에는 거절했죠. 부모님을 설득시킬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났어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영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났고요."

그래서 마음을 고쳐 먹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다. 반대는 예상을 넘어섰다. '친척들 얼굴을 어떻게 보느냐' '동네에서 얼굴 들고 다니겠느냐', 나아가 '말을 안 들으면 호적에서 파내겠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런데 한번 기운 마음은 돌려지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할 수 없었다.

#에로배우? 배우!

'흑진주.' 에로 비디오 마니아들 사이에 불리는 엄다혜의 별명이다. 피부가 까무잡잡한 그는 "내가 선택한 일인 만큼 당당하게 열심히 하고 힘든 역할도 짜증을 내지 않고 한다"면서 "그래서 (감독들이) 많이 찾아주고 팬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연작은 '스파링 파트너' '멀티 오르가즘' '수호천사' '엽기처녀' '흡입2' '포르노 모텔리어' '암고양이' '누나 길들이기' '쾌감질주' '올누드 캐쉬백' '굵은 놈만 아는 여자' '몰래 먹은 엉덩이' '애인2' 등. 엄다혜는 출연작 편수에 대해 "단역으로 출연한 걸 포함해서 100편쯤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어려운 점을 묻자 그는 "에로 비디오 시장이 죽어 일이 없다"면서 "모바일용 영화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인식도 예전에 비하면 굉장히 나아졌다"면서 "거리에서 알아보고 사인을 해달라는 팬들도 많이 생겼다"고 자랑했다. 베드신에 대해선 "엽기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등 처음과 달리 베드신 강도를 점점 높이는 분들이 있지만 대개는 일반적으로 편안하게 하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성관계를 묻자 "일과 연애를 병행할 수 없다고 보고 아예 남자친구를 사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고 밝혔다.

"홍콩배우 서기(수치)를 좋아해요. 저도 그 배우처럼 변신하는 게 꿈이에요. 공포와 미스터리가 뒤섞인 영화의 여주인공을 해보고 싶어요. '너는 내 운명' 같은 영화도 하고 싶고. 열심히 할 거예요. 그러다 보면 기회가 오겠죠."

〈글 배장수 선임기자·사진 이석우기자〉

[스포츠칸 '쩐의전쟁' 원작 연재만화 무료 감상하기]

- 경향신문이 만드는 生生스포츠! 스포츠칸, 구독신청 (http://smile.khan.co.kr) -

ⓒ 스포츠칸 & 경향닷컴(http://www.sportskha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