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학영 "실제로는 양다리 못 걸치는 소심남"

2007. 7. 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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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부학 교실'서 두 명의 여자 오가는 의대생 역 맡아

아버지 옷장을 뒤졌더니 멋진 빈티지 룩이 완성됐다는 바로 그 CF로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예학영(24). 2000년대 초반 강동원, 주지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톱 모델로 활동했던 그가 본격적인 배우 활동에 시동을 건다.

미모의 카데바(해부용 시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해부학교실'(감독 손태웅, 제작 에그필름·청어람)에서 두 명의 여자 친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의대생 찬용 역을 맡았다.

지난 2004년 MBC 시트콤 '논스톱 4' 출연으로 연기자로 첫 발을 디딘 그는 그동안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에서의 잘나가는 강남 고교생 한수 역과 수퍼액션의 '시리즈 다세포 소녀'의 안소니 역을 거쳐 개봉을 앞둔 '아버지와 마리와 나'의 럭셔리 고교생 역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대부분의 캐릭터가 강남 출신의 럭셔리 가이였다는 것이 공통점.

"'해부학 교실'은 피가 팍 튀기고 팔이 뚝 떨어져 나가는 식의 공포 영화는 아니에요. 오히려 사람의 심리 묘사만으로 공포와 긴장을 느끼게 하죠. 시나리오를 읽고 소름이 쫙 끼쳤어요. 이번 영화를 통해 현장 스태프들과 관객들에게 예학영이라는 존재를 알리겠다는 목표로 참여하게 됐죠."

찬용은 섹시하고 질투심 많은 여자 친구 지영(채윤서)과 교내 미술실에서 정사를 벌이면서도 전 여자 친구인 모범생 은주(소이)를 여전히 마음에서 지우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인물. 찬용을 둘러싼 두 여자의 질투와 복수심은 결국 재앙의 실마리가 된다.

"찬용이를 야비하다고 보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천성이 우유부단하고 줏대가 없는 인물로 해석했어요. 결단력이 없으니까 늘 모든 일에 흔들리는 캐릭터죠. 성격적으로는 실제의 나와 비슷한 면도 있어요. 하지만 저라면 간이 콩알만해서 두 명의 여자를 한 번에 사귀는 일은 절대 하지 못하죠."

현실의 예학영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무척 다정다감한 사람이다. 여자 친구의 생일날 두 사람이 함께한 추억이 담긴 수천 장의 사진 중 70여장을 골라 일일이 사연을 적어 선물한 적도 있다. 화이트데이 때는 여자 친구의 집을 헬륨가스를 넣은 100여 개의 풍선으로 장식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스테이크 요리를 직접 만들어주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이벤트에 늘 감동했던 그녀는 지금 곁에 없단다.

188cm의 훤칠한 키에 곱상하게 생긴 하얀 얼굴 탓일까. 유독 럭셔리 가이만을 연기한 때문일까. 찬물에 손 한 번 안 담가봤을 것 같은 그에게서 고생담이 터져 나오니 참 생경하다.

"소속사 담당 매니저에게 문제가 생겨 외톨이가 된 적이 있어요.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애매한 시기여서 혼자 집에서 보낸 시간이 많아요. 케이블 영화 채널을 지겹도록 봤죠. 매일매일 TV보고 운동하고 나면 하루가 끝나요. '나는 이대로 끝나는 건가'하고 패닉 상태가 된 적도 있어요. 참, 이 때 혼자서 독학으로 공부한 게 열 가지가 넘어요. 피아노의 '피'자도 몰랐는데 이루마와 스티브 바라캇의 곡은 한 곡씩 외워서 연주할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어요. 악보도 볼 줄 모르는데 계이름을 하나하나 적어가며 곡을 외웠으니 대단한 거죠."

오랜 시간 최상의 피사체가 되기 위해 노력해온 그지만 사실 사진 찍히는 것만큼이나 찍는 것을 즐긴다. 콘탁스의 T3 카메라는 그가 애지중지하며 항상 지니고 다니는 소중한 동반자다.

"풍경 사진보다는 인물 사진이 좋아요. 어딜 가서 뭘 찍어야지 하는 생각보다 그냥 짬이 날 때 사람들을 관찰하다가 사진을 찍곤 하죠. 한 번은 남대문 시장에서 쭈그려 앉은 할아버지를 보고 발길이 탁 멈춰 졌어요. '그 할아버지가 씩씩하게 일어나 걸어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진을 찍어서 제 홈피에 올렸는데 인권침해라며 욕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저는 사진 찍을 때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이나 슬퍼 보이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은데, 주위 포토그래퍼 형들이 사진을 찍으려면 뻔뻔해지라고 하더라고요."

쉬는 날이면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사진집을 보며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오간다는 예학영은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뒀다가 연기를 통해 터뜨릴 준비를 차분히 하고 있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 양동근씨가 맡았던 고복수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어찌 보면 인생이 꼬여도 한참 꼬인 인생에 눈물 밖에 나올게 없는 인물인데 꿋꿋이 참고 견디잖아요. 외면으로 보여줄 게 많은 역할보다는 내면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꼭 한 번 맡아 보고 싶어요."

한국아이닷컴 모신정 기자 msj@hankooki.com사진=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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