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수학교실]빈틈없이 평면 덮기

2007. 7. 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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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보도블록을 새로 교체하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 모래와 블록을 까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유심히 보았다면 블록의 모양이 모두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똑같은 모양의 블록을 규칙적으로 배열하면 금방 길거리가 새단장을 한다. 건물의 바닥이나 화장실 안쪽 벽 등도 보도블록과 같이 타일 조각들이 규칙적이면서 빈틈없이, 서로 겹치지 않게 붙어 있다.

이처럼 주변을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벽이나 바닥 등 평면을 빈틈없이,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규칙적인 배열을 이루는 도형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빈틈없고 겹치지 않게 평면을 덮는 것'을 수학에서는 테셀레이션이라 한다.

테셀레이션은 그 역사가 오래된 만큼 퀼트, 옷, 깔개, 가구의 타일, 건축물 등 세계 각 지역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테셀레이션으로 가장 유명한 곳으로 단연 알함브라 궁전을 꼽을 수 있다. 이곳의 마루, 벽, 천장에 테셀레이션되어 있는 반복적인 문양들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을 뿐 아니라 수많은 테셀레이션 작품을 남긴 에셔에게는 작품의 원천이자 일생을 바친 테마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통 문양, 담장, 조각보 등에서 테셀레이션 작품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예) 19세기 옷보(그림1)

모든 도형으로 테셀레이션이 가능한 걸까. 정사각형이나 정삼각형 혹은 벌집처럼 정육각형으로 테셀레이션된 것은 흔히 볼 수 있다. 이 도형들은 한 꼭짓점에 모인 각의 합이 360도이다.

즉, 평면을 빈틈없이 덮으려면 일단 한 꼭짓점에 모인 각의 합이 360도가 돼야 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틈이 벌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을 기본도형으로 하여 평면을 덮는 것이 테셀레이션의 기초가 된다.

정삼각형 한 내각의 크기는 60도이므로 한 꼭지점에 6개의 정삼각형이 모이도록 하면 되고, 마찬가지 원리로 정사각형 한 내각의 크기가 90도이므로 4개, 정육각형 한 내각의 크기는 120도이므로 6개가 한 꼭짓점에 모이도록 테셀레이션하면 된다.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모양들이다. (그림2, 그림3)

정오각형이나 정팔각형, 원 등은 중간에 빈틈이 생기므로 그것만을 이용하여 테셀레이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좀 더 다양하고 화려한 배열을 원한다면 두 가지 이상의 정다각형을 이용할 수도 있다.

정사각형과 정삼각형, 정팔각형과 정사각형, 정육각형과 정사각형과 정삼각형 등, 모든 꼭지점에서 모이는 정다각형의 배열이 같도록 평면을 덮는 방법은 8가지가 있다. (그림4)

기본도형이 꼭 정다각형일 필요는 없다. 직사각형, 평행사변형, 육각형 등 다양한 모양의 기본도형을 정해도 된다. 물론 이 기본도형만으로도 평면을 덮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림5)

기본도형만으로는 뭔가 부족하고 심심하다면 좀 더 재미있는 모양으로 변형시킬 수 있다.

마술사의 콧김 없이도 수학의 힘을 약간 빌리고 예술성과 창의성을 도형에 불어넣으면 육각형을 도마뱀으로, 삼각형을 기러기로, 평행사변형을 여우로도 변형시킬 수 있고 이것들로 평면을 덮을 수 있다. 간단한 대칭이동, 선대칭이동(반사), 회전이동 등을 이용하면 된다.

처음 기본도형에서 한 부분을 잘라내어 다른 쪽에 붙이는 방법으로 변형시킬 수 있는데, 잘라낸 부분을 어느 부분에 붙이느냐에 따라 평행이동, 회전이동, 반사, 미끄럼반사 등으로 나눌 수 있고 이것들을 적절히 조합하여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다. 다만 기본도형을 변형시킬 때 밖으로 튀어나온 부분과 안으로 들어간 부분의 모양이 꼭 맞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면 된다. 변형시킨 도형의 넓이는 처음 기본 도형의 넓이와 서로 같음은 물론이다. (그림6)

이런 간단한 과정을 서로 조합하거나 여러 번 반복하면 새침한 표정의 빨간 고양이, 밤바다를 헤엄치는 고래뿐 아니라 누구나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네덜란드의 에셔는 이러한 작업으로 수학자들에게 관심과 찬사를 받는 화가이다. 그의 손을 거치면 정삼각형이 꿈틀꿈틀 새가 되어 날아간다. (그림 7) 하지만 에셔는 '도형은 자연에서 발견한 것일 뿐 도형에 자연을 끼워 맞춘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자연은 이미 수학적인 도형을 그 원형으로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것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것은 수학적 눈으로 바라볼 줄 아는 우리들의 자유로운 사고와 창조성에 달린 것은 아닐까.

정미자 신림고 수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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