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섬' '갯깍 주상절리대' 제주 숨겨진 비경 두 곳

2007. 6. 14. 17: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썩은섬과 갯깍 주상절리대를 아시나요?" 2만5000년 전 마지막 대폭발로 백록담과 현재의 해안선이 완성된 제주도에는 제주 사람들도 잘 모르는 비경이 곳곳에 숨어 있다. 그 중에서도 제주판 '모세의 기적'을 하루 두 번씩 선보이는 썩은섬과 두 개의 커다란 해식동굴이 인상적인 갯깍 주상절리대는 제주도의 속살이자 선사유적지이기도 하다.

'제주판 모세의 기적' 썩은섬

서건도로 불리는 썩은섬은 서귀포 강정동과 법환동 사이에 위치한 4000평 크기의 무인도. 하루 두 차례 물이 빠지면 폭 70∼150m, 길이 300m의 바닷길이 신비한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한낮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한 달에 10여 차례로 물때가 맞지 않으면 상륙이 어렵다.

썩은섬을 연결하는 신비의 바닷길은 온통 검은색의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에는 보말 조개 등 어패류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나무 산책로로 이어진 섬 곳곳에는 전망대를 겸한 나무벤치도 설치돼 한라산과 고근산 아래에 위치한 서귀포 일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몇 년 전에는 기원전 1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파편과 동물 뼈, 선사시대 주거흔적 등이 발견돼 고고학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런데 섬 이름이 하필이면 썩은섬일까. 수중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섬의 토질이 푸석푸석한 죽은 흙이어서 인근 주민들이 썩은섬으로 불렀다고 한다.

동서로 길게 누워 있는 썩은섬은 동쪽과 서쪽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동쪽 끝에는 마치 코끼리가 코를 쳐든 형태의 코끼리바위 너머로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은 형태의 범섬이 보이고 바위틈에는 온갖 야생화들이 만발해 천상의 화원을 연출한다. 서쪽 끝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응회암 지층이 한눈에 드러나고 그 아래에는 파도가 연신 하얀 포말을 만들어낸다.

썩은섬 주변 청정해역은 전복 소라 성게 해삼의 보고. 수십 명의 해녀들이 내쉬는 숨비소리가 마치 짐승이 포효하는 것 같기도 하고 새들의 노랫소리처럼 들리기도 해 제주도의 정취가 듬뿍 느껴진다.

'자연이 빚은 조각품' 갯깍 주상절리대

중문관광단지 서쪽의 높은 해안절벽에 자리한 하얏트리젠시호텔의 정원 끝에 있는 오솔길을 내려서면 조근모살이라는 작은 백사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서쪽의 색달해안을 따라 1㎞에 이르는 돌기둥 암벽을 갯깍 주상절리대라고 부른다.

갯깍은 '바닷가 혹은 포구의 끝'이라는 제주도 방언으로 이곳의 주상절리대는 높낮이가 다양한 중문 대포해안의 지삿개 주상절리대와는 달리 돌기둥이 하늘을 찌를 듯 쭉쭉 솟아 있다. 사각형 또는 육각형의 돌기둥은 바다를 향해 휘어져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실제로 최대 높이가 40m인 벼랑 아래에는 굴러 떨어진 돌들이 무수히 깔려 있어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금물.

갯깍의 주상절리대에는 두 개의 커다란 해식동굴도 형성되어 있다. 그 중 다람쥐굴로 불리는 동쪽 동굴은 무문토기 파편이 출토된 선사유적지. 다람쥐굴의 서쪽에는 높이 20m, 길이 25m 가량의 거대한 해식동굴이 눈길을 끈다. 양쪽으로 트여 있다고 해서 '터진 굴'로 불리는 동굴 내부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꽤 이색적이다. 갯깍 주상절리대가 끝나는 지점에서 반딧불이 서식할 정도로 깨끗하다는 예래천 하구까지는 이 돌을 깔아 만든 해안 산책로가 이어진다.

인동초가 흐드러지게 핀 산책로에서 제주도 유일의 천연담수 노천수영장으로 유명한 논짓물을 거쳐 갯바위 지대가 끝나는 질시슴 해안까지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2011년까지 조성하는 휴양형주거단지 지역으로 한 폭의 풍경화를 방불케 할 만큼 경치가 아름답다.

제주=글·사진 박강섭 기자 kspar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