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중국 고대 무술서 유래" 中 '태권도 동북공정' 논란

2007. 6. 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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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톡톡] "태권도는 중국 고대 무술에서 유래됐다."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8회 세계태권도선수권 대회 개막식 때 나온 장내 해설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네티즌들은 이를 고구려 등의 한반도 역사를 중국 대륙 역사에 포함시키려하는 '중국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빗대 '태권도 동북공정'으로까지 지칭하고 있다.

◇ '태권도대회 개막식 주인공은 정작 우슈?'

이번 대회에는 124개국 선수와 임원 1700여명이 참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제까지 개막 행사는 대체로 태권도의 우수성과 동작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시범과 공연으로 진행돼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달랐다.

한국 고유 무술인 태권도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이들 앞에서 우슈 시범과 왜곡된 해설이 이어진 것이다. 중국 무술인들이 등장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붉은 색 도복을 입은 200여명의 무술인 사이에 태권도복 차림의 중국 선수가 등장하자 장내 여성 아나운서는 "태권도가 중국 고대 무술에서 유래됐다"(Taekwondo is originally from ancient Chinese martial arts)고 영어로 해설했다.

[베이징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 공연 장면]

해설이 끝나자마자 태권도 선수는 무대에서 사라졌다. 곧이어 중국 전통무술인 우슈 시범이 이어졌고, 와이어에 매달려 공중에서 화려한 검술 동작까지 펼치며 공연을 마쳤다.

이 공연 영상을 본 국내 네티즌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정목으로 채택된 한국 고유 무술인데도 중국 무술 역사에 편입시키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공연 내용도 태권도가 우슈에서 유래됐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붉은 색 도복을 입은 수백명의 중국 무술인 사이에서 태권도 선수가 등장하고 △"태권도는 중국 고대 무술에서 유래됐다"고 설명이 끝나자마자 태권도 선수가 무대에서 사라지며 △공연 후반부를 화려한 우슈 시범으로만 채웠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태권도가 아닌 우슈를 공연 소재로 삼은 점을 들어 중국태권도협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中태권도협회,한국 시범단에 "'대한민국' 구호 빼라" 요구

중국인들의 공연에 앞서 태권도를 선보인 국내 시범단 K타이거즈는 공연 도중 나오는 '대한민국' 구호를 빼달라는 중국태권도협회의 요구를 받았다. 지난 1월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이 동계아시안게임 3000m 계주 은메달 시상대에 올라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꺼내들면서 불거진 양국의 정치적 감정 다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K타이거즈는 이를 거부했다. '대한민국' 구호를 그대로 사용하자 중국태권도협회가 불만을 터뜨렸다. 중국협회는 2번 더 예정돼 있던 K타이거즈의 공연을 시작 직전에 모두 취소했다.

K타이거즈는 지난 18년간 세계 각국을 돌며 태권도 시범 공연을 해왔다. 이번 개막식 공연에도 중국태권도협회의 정식 초청을 받고 참여했다. 안학선 K타이거즈 단장은 "대회 명칭은 태권도선수권대회였지만 개막식부터 1000여명에 달하는 인원을 동원해 우슈를 선전하는 중국의 모습에서 태권도를 배제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우슈를 내년 베이징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국 의도가 보였다"고 설명했다.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 동북공정' 당장 염려하지는 않는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이같은 '태권도 동북공정' 지적에 당장 염려할 부분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중국태권도협회 임원들은 한국을 태권도 종주국이자 모국(母國)이라고 인정하고 있다"며 "세월이 더 지나 중국의 역사 왜곡이 더 심해진다면 태권도까지 자국 무술 역사에 편입시키려 할지 모른다고 우려할 수 있지만 당장 염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중국의 "태권도는 중국 고대 무술에서 유래됐다"는 해설에 대해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각국마다 고유 무술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K타이거즈는 협회와 상관 없는 사설 시범단으로 '대한민국' 구호를 빼달라고 중국측이 요청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성 기자 me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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